CD 형태의 앨범을 더 이상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수 이승환.
2006년 가을 발라드 가수 이승환은 9집 앨범을 발표하며 “CD 형태로 발표하는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선언을 했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 CD를 만드느니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형태의 음원을 제작,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 CD로 앨범을 만들 경우 적어도 3억~4억원,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다. 최근 가요계의 CD 판매는 평균 2만~3만 장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CD의 뒤를 이어 가요계에서 각광받는 방식은 디지털 싱글이다. 1~2곡의 노래를 디지털 음원으로만 제작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MP3 등 신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기계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 이미 SG워너비와 김종국이 ‘바람만 바람만’을 디지털 싱글로 발표해 음원시장을 석권했고 이승철, MC The MAX 등도 디지털 싱글을 연이어 내놓은 뒤 이를 모아 앨범 형태로 발표하기도 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제곡인 김아중의 ‘마리아’는 디지털 음원으로 유통된 뒤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가요계 다크호스로 부각됐다.
디지털 싱글은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CD를 찍어내는 별도의 공정작업 없이 음원만 만들면 쉽게 제작해 유통에 뛰어들 수 있다. 소비자들도 CD보다는 디지털 싱글을 손쉽게 소비하고 있어 디지털 싱글 시장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싱글의 제작 방법 또한 다변화될 전망이다. 이효리는 세 곡의 신곡을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표하는데, 이를 주제가로 삼는 뮤직 드라마까지 아울러 제작할 예정이다. 음악을 먼저 제작하고, 음악을 담는 하나의 도구로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식. ‘마리아’가 각종 차트 1위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보듯,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삽입곡이 인기를 끈 데 대한 일종의 역발상인 셈이다.
CD와 디지털 싱글의 장점을 결합한 DD는 앨범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CD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냥갑 크기에 CD 한 장 분량의 음악이 담긴 디스크로, 이어폰만 꽂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간편한 방식. MP3처럼 다운로드할 필요 없고 CD보다 가볍고 쉽게 조작이 가능해 차세대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SG워너비, 신승훈, 비 등이 DD를 출시했지만 2만원 안팎의 다소 높은 가격이 숙제로 남아 있다.
음악 애호가들은 사라져가는 CD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정성껏 담은 CD 형태의 앨범은 그 자체로 소장가치를 지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활동한 비틀스의 옛 앨범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가요계의 침체는 CD를 추억 속의 물건으로 사라지게 하고 있다. 과거 LP가 신기술인 CD에 밀려 사라진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이제 가수들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모아 한 장의 앨범을 꾸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음악 팬들도 앨범 한 장을 모두 들으며 앨범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경청하던 것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가수들이 음악 자체에 대한 정성보다 노래 한 곡, 한 곡에만 단편적으로 노력하면서 대중가요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