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청진을 중심으로 성홍열,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전염병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한다. 한 구역(남한의 ‘구’에 해당)에 많게는 600~700명이 전염병에 걸려, 시 전체로는 이미 3000명 이상이 감염된 상태라는 것. 이 같은 소식은 최근 북한 내부 인사와 전화 통화를 한 복수의 소식통들에 의해 확인됐다.
지난해 말 북-중 접경지역에서 한 달여 간 연구활동을 하다가 돌아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노귀남 객원연구위원은 “청진시 전역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청진에 사는 자신의 지인도 장티푸스로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는 것. 환자가 발생한 학교와 기업소는 문을 닫았고, 열차 통행도 제한돼 청진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열악한 전기 사정 전염병 확산 부추겨
북한에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해에 이미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해 10월 양강도를 중심으로 성홍열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염병이 내륙지역으로 퍼져 평양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청진에서만 감염자가 3000명이 넘었고, 청진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최근 뉴스다.
겨울철임에도 전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에 대해 노 박사는 북한의 열악한 전기 사정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전력 부족으로 펌프 가동을 못해 식수 공급이 안 되고 있다. 북한 북부지역은 주로 수력 발전에 의지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남부지역엔 비가 많이 온 반면 북부지역엔 비가 오지 않았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홍수에 대비한다며 전국 저수지의 물을 다 빼놓았다. 그 결과 수력발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주민들은 산이나 강에서 물을 길어다 먹는 바람에 전염병이 더 크게 번졌다고 한다.”
여기에 북한 당국이 비료 대용으로 독려하고 있는 ‘분토(糞土) 생산’이 식수원의 오염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주민의 위생상태가 극히 열악한 데다 당국의 방역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아직 별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측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홍열은 치사상태까지는 이르지 않는, 위험한 전염병은 아니라는 게 그 같은 판단의 근거다. 하지만 이는 청진 상황이 전해지기 전의 얘기다.
반면 제약협회를 비롯한 국내 민간단체는 의약품 지원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면역력도 떨어져 성홍열 같은 가벼운 전염병도 충분히 위협적”이라면서 “전염병에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투명성을 전제로 한 지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만큼은 지원 물품이 확실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쌀, 의약품 등 과거의 인도적 지원이 정작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됐는지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투명성 확보는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국제구호기구나 단체들의 직접적인 주민 접촉을 막아온 북한 당국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북한 보건상황 관련 토론회에서 한 탈북자는 “구호 의약품이 중간에서 빼돌려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일이 근절되지 않는 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줄이려는 외부의 노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북-중 접경지역에서 한 달여 간 연구활동을 하다가 돌아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노귀남 객원연구위원은 “청진시 전역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청진에 사는 자신의 지인도 장티푸스로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는 것. 환자가 발생한 학교와 기업소는 문을 닫았고, 열차 통행도 제한돼 청진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열악한 전기 사정 전염병 확산 부추겨
북한에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해에 이미 전해졌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해 10월 양강도를 중심으로 성홍열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염병이 내륙지역으로 퍼져 평양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청진에서만 감염자가 3000명이 넘었고, 청진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최근 뉴스다.
겨울철임에도 전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에 대해 노 박사는 북한의 열악한 전기 사정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전력 부족으로 펌프 가동을 못해 식수 공급이 안 되고 있다. 북한 북부지역은 주로 수력 발전에 의지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남부지역엔 비가 많이 온 반면 북부지역엔 비가 오지 않았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홍수에 대비한다며 전국 저수지의 물을 다 빼놓았다. 그 결과 수력발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주민들은 산이나 강에서 물을 길어다 먹는 바람에 전염병이 더 크게 번졌다고 한다.”
여기에 북한 당국이 비료 대용으로 독려하고 있는 ‘분토(糞土) 생산’이 식수원의 오염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주민의 위생상태가 극히 열악한 데다 당국의 방역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아직 별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측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홍열은 치사상태까지는 이르지 않는, 위험한 전염병은 아니라는 게 그 같은 판단의 근거다. 하지만 이는 청진 상황이 전해지기 전의 얘기다.
반면 제약협회를 비롯한 국내 민간단체는 의약품 지원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면역력도 떨어져 성홍열 같은 가벼운 전염병도 충분히 위협적”이라면서 “전염병에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투명성을 전제로 한 지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만큼은 지원 물품이 확실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쌀, 의약품 등 과거의 인도적 지원이 정작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됐는지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투명성 확보는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국제구호기구나 단체들의 직접적인 주민 접촉을 막아온 북한 당국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북한 보건상황 관련 토론회에서 한 탈북자는 “구호 의약품이 중간에서 빼돌려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일이 근절되지 않는 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줄이려는 외부의 노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