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호러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벌써 두 편의 한국 호러 영화가 완성되어 시사회를 마쳤고 곧,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와니와 준하’를 만든 김용균 감독의 ‘분홍신’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7년 동안 계속된 한국 호러 영화 시리즈의 유일한 대표작 ‘여고괴담’의 네 번째 영화인 ‘여고괴담 4: 목소리’다.
두 영화 중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까? 척 보기에 ‘분홍신’이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 김용균의 전작인 ‘와니와 준하’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쿨하고 깔끔하며 기술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지난해에 워낙 기본기도 안 돼 있는 영화들이 쏟아졌던 터라, 노련한 테크니션의 장르 진입이 반갑기만 하다. 반대로 ‘여고괴담’ 시리즈는 벌써 네 편째이니 매너리즘은 각오해야 할 것 같고.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니 생각이 바뀐다. 두 영화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나로서는 ‘분홍신’보다는 ‘목소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분홍신’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고, 부정한 남편과 헤어지고 딸과 함께 사는 안과 의사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분홍신을 주운 뒤 끔찍한 사건들을 겪는다는 줄거리를 새로 구성했다. ‘아름답고 슬픈 잔혹동화’라는 표현이 홍보자료 곳곳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 영화는 ‘4인용 식탁’의 캔버스에 그린 ‘장화, 홍련’을 의도했던 모양이다.
유감스럽게도 김혜수라는 스타와 때깔 좋은 화면에도 ‘분홍신’은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씹을 수 있는 양 이상을 입에 물었다는 것. 반세기에 걸친 치정과 복수의 이야기가 넘쳐흐르지만 각본은 끝까지 그 이야기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하고 일관성 있는 감정을 끄집어내지 못한다. 때깔 좋은 화면도 미심쩍다. 잘생기긴 했고 아이디어도 있는 편이지만, 정작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진부하다는 아쉬움을 준다.
‘여고괴담 4: 목소리’는 정반대의 영화다. 자살한 소녀와 스캔들, 학교를 돌아다니는 유령들이라는 설정 자체는 시리즈를 보아온 관객들에겐 친숙하다. 하지만 귀신이 된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과 긴 머리 소녀 귀신 대신 보이지 않는 대상의 목소리를 표현 도구로 사용한 설정은 상당히 신선하다. 담담하고 야심 없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분홍신’보다는 알맹이가 훨씬 알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쓸데없이 공포 효과를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깜짝깜짝 놀라고 싶어 공포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겐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길. 공포에 떠는 것과 깜짝 놀라는 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이나 사람 놀래키는 장면이 없다고 해서 그 영화가 공포를 담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 공포의 성질이 더 은밀할 뿐이다.
두 영화 중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까? 척 보기에 ‘분홍신’이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 김용균의 전작인 ‘와니와 준하’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쿨하고 깔끔하며 기술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지난해에 워낙 기본기도 안 돼 있는 영화들이 쏟아졌던 터라, 노련한 테크니션의 장르 진입이 반갑기만 하다. 반대로 ‘여고괴담’ 시리즈는 벌써 네 편째이니 매너리즘은 각오해야 할 것 같고.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니 생각이 바뀐다. 두 영화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나로서는 ‘분홍신’보다는 ‘목소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분홍신’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고, 부정한 남편과 헤어지고 딸과 함께 사는 안과 의사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분홍신을 주운 뒤 끔찍한 사건들을 겪는다는 줄거리를 새로 구성했다. ‘아름답고 슬픈 잔혹동화’라는 표현이 홍보자료 곳곳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 영화는 ‘4인용 식탁’의 캔버스에 그린 ‘장화, 홍련’을 의도했던 모양이다.
유감스럽게도 김혜수라는 스타와 때깔 좋은 화면에도 ‘분홍신’은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씹을 수 있는 양 이상을 입에 물었다는 것. 반세기에 걸친 치정과 복수의 이야기가 넘쳐흐르지만 각본은 끝까지 그 이야기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하고 일관성 있는 감정을 끄집어내지 못한다. 때깔 좋은 화면도 미심쩍다. 잘생기긴 했고 아이디어도 있는 편이지만, 정작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진부하다는 아쉬움을 준다.
‘여고괴담 4: 목소리’는 정반대의 영화다. 자살한 소녀와 스캔들, 학교를 돌아다니는 유령들이라는 설정 자체는 시리즈를 보아온 관객들에겐 친숙하다. 하지만 귀신이 된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과 긴 머리 소녀 귀신 대신 보이지 않는 대상의 목소리를 표현 도구로 사용한 설정은 상당히 신선하다. 담담하고 야심 없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분홍신’보다는 알맹이가 훨씬 알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쓸데없이 공포 효과를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깜짝깜짝 놀라고 싶어 공포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겐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길. 공포에 떠는 것과 깜짝 놀라는 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이나 사람 놀래키는 장면이 없다고 해서 그 영화가 공포를 담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 공포의 성질이 더 은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