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연출하는 지상 최대의 우주 쇼가 7월 초 펼쳐진다. 인간이 만든 피조물을 우주의 방랑자인 혜성과 맞부딪치게 한다는,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내용의 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7월4일 ‘딥 임팩트(Deep Impact)’라는 우주탐사선에서 충돌체를 발사해 ‘템플1(Temple 1)’이라는 혜성의 심장부와 정면으로 충돌시킬 예정이다.
밤하늘을 가르는 혜성은 태양 둘레를 원형으로 도는 지구와 달리,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도는 차가운 천체다. 46억년 전 태양계 생성 초기 혜성의 충돌은 행성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는데,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혜성을 태양계의 역사를 밝혀줄 타임캡슐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 갖고 있는 상황.
1999년 NASA는 혜성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마련된 여러 아이디어들 가운데서 충돌실험을 한다는 다소 과격한(?) 발상을 채택했다. 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다룬 할리우드의 SF 영화 ‘딥 임팩트’(1998년)와 똑같은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6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방대한 우주공간에서 움직이는 혜성과 충돌체를 맞부딪치게 하는 일은 허공을 가르는 총알을 맞히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돌 목표로 선택한 혜성의 크기나 모양 등 특징이 전혀 밝혀져 있지 않았다.
태양 주위 5.5년마다 도는 ‘템플1’
NASA가 선택한 템플1 혜성은 1867년 프랑스의 빌헬름 템플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소멸 단계에 들어서 있다. 템플1 혜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5.5년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다.
지난해 초 NASA는 허블(Hubble)과 스피처(Spitzer) 등 우주망원경을 동원해 템플1의 영상을 얻어 혜성의 크기와 모양, 자전속도 등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혜성은 길이 14km, 폭 4km의 길쭉한 고구마 모양으로, 크기가 대략 여의도의 5배다. 템플1을 분석하는 데는 특히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스피처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는데, 그 결과 인간이 만든 물체와 혜성이 조우할 수 있는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NASA는 올해 1월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템플1과의 충돌 임무를 수행할 딥 임팩트 우주탐사선을 델타II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을 기념해 충돌시키겠다는 다분히 미국적인 발상으로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맞춘 것이었다.
무인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 호는 크게 모선과 충돌체인 ‘임팩터’로 구성돼 있다. 임팩터는 길이와 직경이 1m 정도인 세탁기만한 탄두로 총 무게는 372kg이다. 최대한 혜성 깊숙이 충돌하기 위해 구리로 겹겹이 싸여 있는데, 모선에서 분리된 뒤 하루 정도는 자체 항법장치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항행할 수 있다.
우주공간에서 혜성을 탐사하는 사상 최초의 임무를 부여받은 딥 임팩트 호는 6개월 가까운 비행을 통해 무려 4억3100만km를 날아갔다. 딥 임팩트 호는 6월29일 템플1의 공전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는데, 7월3일 혜성에 근접하면서 본격적인 충돌 작업에 나선다.
우선 모선에서 임팩터가 분리되는데, 임팩터는 혜성과 충돌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모선은 충돌 장면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도록 혜성에 근접 비행하는 궤도로 조정된다. 이후 7월4일 새벽 1시52분(한국시간 7월3일 오후 2시30분경) 혜성과 충돌한다.
임팩터는 혜성의 밝은 핵을 겨냥해 시속 3만70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다. 충돌은 TNT 4~5t의 폭발력과 맞먹는 규모로, 혜성 표면에 로마의 원형경기장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혜성이 생각보다 더 단단하면 단순히 표면을 압착시키는 데 그칠 수 있고, 혜성이 눈가루로 이뤄져 있다면 긴 터널을 만들 수도 있다.
임팩터는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충돌 순간부터 산화되기 직전까지 혜성 핵의 생생한 모습을 찍어 1억3360만km 밖에 있는 지구로 전송한다. 한편 모선은 충돌 때 8000km 거리에서 4.7인치 중해상도 망원경을 통해 1km 해상도로 고속 촬영하고, 11.8인치 고해상도 망원경을 이용해 최고 2m의 해상도로 저속 촬영한다. 다중 파장 카메라와 적외선 분광기는 혜성의 충돌 분화구와 먼지, 가스 등을 촬영한다. 충돌 직후 모선은 혜성에 500km 지점까지 근접해 약 14분간 충돌 결과를 자세히 관찰한다.
임팩터에 카메라 장착 생생한 모습 촬영
이외에도 허블과 스피처, 찬드라 등 우주망원경과 지구에 있는 30여개 천체망원경이 동원돼 충돌 장면 관측에 참여한다. 충돌 때 템플1은 평소보다 15~40배 밝아지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두워진 뒤 천체망원경을 사용해야 서쪽 하늘 처녀자리 인근에서 충돌 이후 혜성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혜성의 신비를 벗겨내기 위해 혜성 표면을 직접 관찰하려는 딥 임팩트 프로젝트는 혜성의 핵을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정보와 함께 혜성이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과학계에서는 혜성의 중심부에 있는 물질이 태양계를 구성하는 원초적 물질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혜성과 소행성을 파악하고, 충돌을 막는 방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수십억 년이나 되는 지구 역사를 고려하면 지구가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천체와 충돌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NASA는 3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우주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치고 큰 규모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NASA는 “딥 임팩트는 특별한 방법으로 과학적 발견을 얻어내려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우주과학계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적용한 저비용 작전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밤하늘을 가르는 혜성은 태양 둘레를 원형으로 도는 지구와 달리,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도는 차가운 천체다. 46억년 전 태양계 생성 초기 혜성의 충돌은 행성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는데,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혜성을 태양계의 역사를 밝혀줄 타임캡슐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 갖고 있는 상황.
1999년 NASA는 혜성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마련된 여러 아이디어들 가운데서 충돌실험을 한다는 다소 과격한(?) 발상을 채택했다. 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다룬 할리우드의 SF 영화 ‘딥 임팩트’(1998년)와 똑같은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6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방대한 우주공간에서 움직이는 혜성과 충돌체를 맞부딪치게 하는 일은 허공을 가르는 총알을 맞히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돌 목표로 선택한 혜성의 크기나 모양 등 특징이 전혀 밝혀져 있지 않았다.
태양 주위 5.5년마다 도는 ‘템플1’
NASA가 선택한 템플1 혜성은 1867년 프랑스의 빌헬름 템플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소멸 단계에 들어서 있다. 템플1 혜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5.5년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다.
지난해 초 NASA는 허블(Hubble)과 스피처(Spitzer) 등 우주망원경을 동원해 템플1의 영상을 얻어 혜성의 크기와 모양, 자전속도 등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혜성은 길이 14km, 폭 4km의 길쭉한 고구마 모양으로, 크기가 대략 여의도의 5배다. 템플1을 분석하는 데는 특히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스피처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는데, 그 결과 인간이 만든 물체와 혜성이 조우할 수 있는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NASA는 올해 1월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템플1과의 충돌 임무를 수행할 딥 임팩트 우주탐사선을 델타II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을 기념해 충돌시키겠다는 다분히 미국적인 발상으로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맞춘 것이었다.
무인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 호는 크게 모선과 충돌체인 ‘임팩터’로 구성돼 있다. 임팩터는 길이와 직경이 1m 정도인 세탁기만한 탄두로 총 무게는 372kg이다. 최대한 혜성 깊숙이 충돌하기 위해 구리로 겹겹이 싸여 있는데, 모선에서 분리된 뒤 하루 정도는 자체 항법장치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항행할 수 있다.
2005년 1월12일 딥 임팩트 우주선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우선 모선에서 임팩터가 분리되는데, 임팩터는 혜성과 충돌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모선은 충돌 장면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도록 혜성에 근접 비행하는 궤도로 조정된다. 이후 7월4일 새벽 1시52분(한국시간 7월3일 오후 2시30분경) 혜성과 충돌한다.
임팩터는 혜성의 밝은 핵을 겨냥해 시속 3만70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다. 충돌은 TNT 4~5t의 폭발력과 맞먹는 규모로, 혜성 표면에 로마의 원형경기장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혜성이 생각보다 더 단단하면 단순히 표면을 압착시키는 데 그칠 수 있고, 혜성이 눈가루로 이뤄져 있다면 긴 터널을 만들 수도 있다.
임팩터는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충돌 순간부터 산화되기 직전까지 혜성 핵의 생생한 모습을 찍어 1억3360만km 밖에 있는 지구로 전송한다. 한편 모선은 충돌 때 8000km 거리에서 4.7인치 중해상도 망원경을 통해 1km 해상도로 고속 촬영하고, 11.8인치 고해상도 망원경을 이용해 최고 2m의 해상도로 저속 촬영한다. 다중 파장 카메라와 적외선 분광기는 혜성의 충돌 분화구와 먼지, 가스 등을 촬영한다. 충돌 직후 모선은 혜성에 500km 지점까지 근접해 약 14분간 충돌 결과를 자세히 관찰한다.
임팩터에 카메라 장착 생생한 모습 촬영
이외에도 허블과 스피처, 찬드라 등 우주망원경과 지구에 있는 30여개 천체망원경이 동원돼 충돌 장면 관측에 참여한다. 충돌 때 템플1은 평소보다 15~40배 밝아지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두워진 뒤 천체망원경을 사용해야 서쪽 하늘 처녀자리 인근에서 충돌 이후 혜성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혜성의 신비를 벗겨내기 위해 혜성 표면을 직접 관찰하려는 딥 임팩트 프로젝트는 혜성의 핵을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정보와 함께 혜성이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과학계에서는 혜성의 중심부에 있는 물질이 태양계를 구성하는 원초적 물질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혜성과 소행성을 파악하고, 충돌을 막는 방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수십억 년이나 되는 지구 역사를 고려하면 지구가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천체와 충돌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NASA는 3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우주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치고 큰 규모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NASA는 “딥 임팩트는 특별한 방법으로 과학적 발견을 얻어내려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우주과학계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적용한 저비용 작전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