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심 남았지만… ‘이재명 정치’ 서사 더 강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3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립니다.”(2025년 3월 26일 2심 선고 후)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는 이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법원 앞에는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65명이 집결했다. 이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법원 앞에 모여든 의원들은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간 뒤에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선고문 낭독이 끝나자 두 줄로 도열해 법원을 나서는 이 대표를 배웅했다. 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의원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최재성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결과가 ‘이재명 정치’의 서사를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 (당내에서) 누구도 (이 대표 체제를) 흔들 수 없고 금 가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는 한결 가벼워졌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년여에 걸쳐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아온 ‘사법리스크’라는 꼬리표를 어느 정도 떼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던 1심 결과를 단순히 감형하는 수준이 아닌, 전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재명 수사는 정적 죽이기”라는 이 대표 측 주장에 좀 더 힘이 실리게 된 측면도 있다. 이 대표 측 한 인사는 “이번 선고는 이 대표가 받고 있는 ‘5건의 재판 가운데 1건’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윤석열 정부 내내 먼지 털기 식 ‘표적 수사’에 시달려온 이 대표로서는 이번 무죄 판결로 여권이 그에게 씌운 ‘범죄자 프레임’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는 “이제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결정 외에는 걱정할 부분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 됐다”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 판결)을 지킨다 해도 항소심 선고 3개월이 되는 6월 26일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3월 27일 항소심 선고 하루 만에 대법원에 상고했다. 2심 법원은 상고장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대법원에 보내고, 이를 받은 대법원이 검찰 측에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부하면 검찰은 상고이유서를 제출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상고할 수 없다”며 “일주일 기한인 상고 여부를 선고 하루 만에 결정한 검찰이 20일 내에 해야 하는 상고이유서 제출도 앞당긴다면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보다 대법원 심리가 좀 더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의 마지노선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로 보고 있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6월 18일 이전에 조기 대선이 있게 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유죄든, 무죄든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 대표에 대한 선고를 대법원이 ‘3심 3개월’ 규정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세론’ 굳힌 李, ‘민생·경제’ 중심 대권 행보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다음 날인 3월 27일 오전 산불로 전소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방문해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제 이 대표 앞에 남은 변수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할지, 시기는 언제일지, 대선이 열린다면 그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비호감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고 확장성을 키울지 정도다. 이 대표 주변에선 ‘로키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이 대표와 이 대표 핵심 측근들은 최대한 ‘입’을 조심하며 선거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항소심 재판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 계정에 “개인적 고난은 한차례 넘겼지만, 산불 피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떠올리니 걱정이 앞선다”는 글을 올리고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 지역 산불 피해 현장으로 달려간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등 당의 투쟁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맡고, 이 대표는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기는 지도자 모습을 부각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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