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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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의사와 엉뚱男 ‘사랑 만들기’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3-12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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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의사와   엉뚱男 ‘사랑 만들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제목만 26글자다. 하지만 어떻게 암기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TV 만화 ‘우주소년 짱가’의 주제가를 응원가 삼아 죽어라 불러대며 1970, 80년대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자전거 타는 방법을 익히는 것처럼 쉽게 제목을 읊을 수 있다. 긴 제목에 신기해하며 열심히 제목을 외우는 동안 영화가 머릿속에 팍 박혀버리니 홍보용으로도 괜찮은 제목인 셈이다.

    이 영화는 괜히 상사에게 콧대 높게 굴었다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치과의사 혜진이 바닷가 시골마을에 병원을 개업하면서 시작된다. 혜진은 병원 자리를 알아보러 온 첫날부터 그 동네의 반장인 홍두식과 마주친다.

    그 이후로 혜진은 일당 5만원만 준다면 무허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서부터 부동산 중개업자, 중국집 배달원, 식당 가수, 택배 배달원, 비디오 가게 점원에 이르기까지 안 건드리는 직업이 없고 ‘매트릭스’ 액션부터 골프까지 못하는 게 없는 이 엉뚱한 남자와 끝도 없이 충돌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은 뚱하고 무표정한 코미디다. 영화는 홍반장이라는 엉뚱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조금 별난 성격이지만 속이 환히 비쳐 보이는 혜진과 충돌하게 하면서 괴팍하고 무덤덤한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물론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하므로 두 사람의 이런 충돌은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이어진다.



    어쩔 수 없이 영화의 중심은 홍반장이라는 엉뚱한 인물일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일단 홍반장이라는 인물은 정말 재미있다. 김주혁이 은근히 남자 아줌마와 같은 능글맞음으로 묘사하는 이 엉뚱한 남자의 신출귀몰한 등장은 이 영화에 신선한 재미를 준다. 그는 현대판 홍길동이고 한국판 백마 탄 왕자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안이해지기도 한다. 홍반장이라는 인물이 너무나도 쉽게 코미디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중반에 이르면 농담들은 습관적인 반복이 되어버린다. 그 때문에 스토리에 어떤 발전이 있어야 할 중ㆍ후반은 별 내용 전개 없이 어정쩡하게 흘러가버린다. 코미디보다 로맨스를 먼저 내세운 홍보 문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로맨스는 기대했던 것만큼 발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응큼한 재미로 가득한, 배울 만한 점이 있는 로맨틱 코미디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은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함께, 좋은 배우들과 독창적인 설정을 능률적으로 조합한다면 쓸데없는 엽기적 과장과 화장실 유머 없이도 괜찮은 코미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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