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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쟁은 품질향상으로 이어졌다. 생태 아파트, 빌라형 아파트 등 마감재에서 단지 배치까지 최첨단, 고급화 물결이 분양시장의 화두가 됐다. 여기에다 지난해 중순부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웰빙(well-being)’트렌드. 이전의 ‘환경 중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건강 보장’ 트렌드인 셈이다. 특히 지난해 ‘10ㆍ29’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아파트 분양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웰빙을 테마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한층 바빠지고 있다.
웰빙 아파트란 간단히 말해 ‘편리한 주거공간, 원스톱 리빙, 유해물질을 발산하지 않는 주택’을 말한다. 또한 웰빙은 건강 지향만이 아닌 ‘멋스럽고 자연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서, 기능적이며 아름다운 설계와 고급스러운 생활편의시설에 대한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건설사들은 설계·평면 구성·단지 조경 및 배치·자재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웰빙 전쟁’이라 할 만한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의영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브랜드 도입으로 인해 아파트 건축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브랜드별 캐릭터나 독자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정도까진 이르지 못했다. ‘디자인 차별화’를 넘어 주택 본연의 가치인 안정성과 기능성이 우수한 아파트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웰빙 바람은 소비자들에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제 웰빙을 화두로 한 브랜드 아파트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자.
내 집 구조 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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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면 개발이란 소비자의 주문대로 평면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는 각 평형을 다양한 형태로 설계한 후 메뉴화해 소비자가 그중 자신이 원하는 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는 식이다. 방 크기와 침실 수 선택은 물론 스포츠용품 전용창고, 식품 전용창고 등도 추가할 수 있다. 식재료를 옮기고 음식쓰레기 등을 쉽게 버릴 수 있도록 주방에서 거실을 통하지 않고 현관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게 설계된 구조도 있다. 쌍용 ‘스윗닷홈’도 홈시어터, 서재, 드레스룸, 사무공간 등 수요자의 취미나 기호에 따라 다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얼터너티브룸을 마련할 계획이다.
베란다를 최대한 넓게 잡거나 자투리 공간을 활용, 소비자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요즘 추세다. 서울 평창동 ‘롯데낙천대’의 일부 평형에는 현관 바로 앞에 여닫이문을 단 1평 반 크기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민들은 필요에 따라 이 공간을 다실이나 피아노 연습실, 미니 서재 등으로 꾸며 활용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고려한 설계도 조만간 구체화할 듯하다. 건물을 헐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보수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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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전망, 낮은 용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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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이촌동 ‘동부센트레빌’의 경우 일부 동의 중앙을 빈 공간으로 뚫어놓아 모든 세대의 한강 조망권을 확보했다. 아파트의 고층화가 점점 힘을 받는 이유도 조망권, 일조권 확보와 관련이 깊다.
첨단 홈 오토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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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스윗닷홈’은 주부들이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어렵고 복잡하게 여기는 데 착안, 인공지능센서를 활용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람이 집 안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센서가 인체를 감지해 신체 바이오리듬 활성화에 도움 되는 향기를 발생시키는 식이다. 보안시스템 설치도 일반화하고 있다.
‘웰빙 공동체’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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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벤트광장이나 중앙광장 등이 대표적. 연령별 휴게시설이나 소규모 공원, 고무블록 처리된 어린이놀이터 등도 크게 늘었다. 안산시 고잔동 ‘e-편한세상’에는 3000평 규모의 중앙광장이 있으며, 수원시 매탄지구 ‘우남퍼스트빌’에는 조각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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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지은 아파트에는 예외 없이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가 주변 야산으로 직접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북구의 SK북한산시티는 콘크리트 옹벽 대신 자연산 돌로 벽을 세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건강 마감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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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건설은 지난해 10월부터, 콘크리트 벽면을 도배하기 전 대나무숯보드를 바르는 방식으로 유해물질을 차단하고 있다. 또 모든 공사현장에 포름알데히드 측정기를 도입, 착공단계에서부터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단가가 좀 비싸더라도 해외에서 수입한 무공해 자재를 대거 사용할 계획이다. 경기가 안 좋은 만큼 일반 마감재 수준을 다소 떨어뜨리는 대신 그 비용으로 환경자재를 구입해 쓰겠다는 것. 국내 자재업체에 개발비를 줘가며 친환경 상품 생산을 독려하는 건설사도 있다.
환기시스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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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래미안’은 ‘무덕트 환기시스템’을 도입했다. 별도의 천장 환풍통로 없이도 기압차를 이용, 실내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는 장치다. 주공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발코니 외벽과 외부 새시에 환기구를 설치해 자연 대류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의 자연식 환기시스템을 도입했다. LG건설 ‘자이’도 가습 및 공기필터링 기능을 갖춘 환기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쌍용건설도 주방환기 시스템과 음이온공기청정기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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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커튼 월(curtain-wall)’이다. 대형 강화유리를 건물 외벽에 붙박이 시공하는 것. 일반 새시보다 고급스러우며 소음 방지 효과도 크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동부센트레빌’, 같은 지역의 삼성건설 ‘리버스위트’ 등이 대표적이다.
용인 죽전지구의 ‘대우드림월드’도 고급스러운 빌라형 외관을 채택하고 있으며, 서울 당산동의 삼성건설 ‘래미안’은 한강변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옥탑 부분을 황포돛처럼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서초동 ‘롯데캐슬’의 화강석 진입로, 고양시 식사동 ‘SK뷰’의 붉은 점토벽돌 마감재, 쌍용 ‘스윗닷홈’의 라운드형 외관 등도 차별화한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다.
30평대 평형이면서 베란다 쪽 전면으로 방 4개를 배치하는 ‘4-베이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20평대 평형에도 4-베이 구조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급스럽게, 더 고급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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