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전 세계 최고의 흥행감독이며, SF영화의 귀재다. 이 두 가지를 아우른 ‘키덜트(kid+adult) 무비’의 대가로도 통한다. 아동에게는 꿈의 세계를, 어른에게는 동심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수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을 갖게 되면 그를 흥행을 염두에 둔 상업영화에만 치중해 온 감독으로 곡해할 수 있다. 황당무계한 팬터지의 세계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방면에서만 장기를 발휘하는 편향된 감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스필버그에게는 위의 두 가지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만드는 영화마다 흥행 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때로는 장르의 역사를 다시 쓰는 개척자의 위치에 서기도 했다. 특히 그가 작가주의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던 분야는 SF영화가 아니라 전쟁영화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태양의 제국’으로부터 시작해 ‘쉰들러 리스트’를 거쳐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절정을 이루는 그의 전쟁영화 필모그래피(작품 목록)는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스필버그 감독이 아동 취향의 영화만을 선호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특히 근래 제작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를 떨쳐버리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첨단 소년 로봇의 서글픈 운명을 다룬 ‘에이 아이 Artificial Intelligence’는 주인공이 아동임에도 더 이상 키덜트 무비가 아니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신작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전적으로 성인을 위해 만든 SF영화의 한 전범을 보여준다. 문명 비판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들 작품은 무엇보다도 아동들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많다. 게다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경우 이중사고를 구사해야 제대로 이해가 될 만큼 복합적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플롯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정의 대 불의라는 이분법적 구도 역시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누군가가 장차 저지를지도 모를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 당사자를 미리 구속할 경우 초래될 법적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유의지와 필연적 운명 간의 대립이랄까.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복잡하게 엮인 플롯을 조금씩 풀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아주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실제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수분 안에 닥칠 사건의 구체적인 영상이다. 집집마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미래사건을 어떻게 영상으로 포착할 수 있을까?
이런 황당무계한 설정을 나름대로 타당성 있는 허구적 세계로 만들어준 것은, 예언자들의 뇌리에 떠오른 일련의 환영들을 영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첨단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 덕분이다. 이름하여 범죄 사전 차단 시스템이 작품의 개연성을 높여주는 장치이자 플롯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 시스템은 사건 발생일시 및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원까지도 미리 알려준다. 단, 장소만은 다소 불확실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들이 장소까지 시시콜콜하게 기억하기 어려운 것도 한 이유지만, 범죄 차단 특수요원들의 활동에 긴박감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적 설정이다.
어쨌든 존 앤더튼(톰 크루즈)을 팀장으로 하는 특수경찰은 실제 살인이 이루어지기 바로 직전 가해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하고, 그를 영구 격리시킨다. 결국 예언과는 달리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해자는 단지 그럴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
범죄(특히 살인) 없는 도시를 창출하여 정의를 구현하려는 선의의 뒤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죄를 짓지도 않은 범죄자들을 양산해내는 불의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언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영구 감금하여 기계처럼 활용해야 하는 비정함이 있다.
이처럼 스티븐 스필버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서 문명의 이기(利器) 이면에 있는 비인간화에 대해 예리한 비판의 칼을 들이댄다. 그리고 필연적 운명에 맞서 자유의지를 발동할 것을 역설한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미래의 행로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필립 딕의 동명 단편을 각색하여 최첨단 SF영화로 멋지게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원작자가 필립 딕인만큼 작품의 주된 톤도 무척이나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종래 스필버그가 추구해 온 동화적 팬터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시 필립 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역작 ‘블레이드 러너’의 계보에 속한다고 하겠다. 1982년 스필버그의 전대미문의 흥행작 ‘E.T.’와 함께 나란히 개봉되었다가 흥행에서 참패를 당했던 ‘블레이드 러너’의 분위기를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을 갖게 되면 그를 흥행을 염두에 둔 상업영화에만 치중해 온 감독으로 곡해할 수 있다. 황당무계한 팬터지의 세계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방면에서만 장기를 발휘하는 편향된 감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스필버그에게는 위의 두 가지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만드는 영화마다 흥행 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때로는 장르의 역사를 다시 쓰는 개척자의 위치에 서기도 했다. 특히 그가 작가주의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던 분야는 SF영화가 아니라 전쟁영화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태양의 제국’으로부터 시작해 ‘쉰들러 리스트’를 거쳐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절정을 이루는 그의 전쟁영화 필모그래피(작품 목록)는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스필버그 감독이 아동 취향의 영화만을 선호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특히 근래 제작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를 떨쳐버리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첨단 소년 로봇의 서글픈 운명을 다룬 ‘에이 아이 Artificial Intelligence’는 주인공이 아동임에도 더 이상 키덜트 무비가 아니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신작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전적으로 성인을 위해 만든 SF영화의 한 전범을 보여준다. 문명 비판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들 작품은 무엇보다도 아동들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많다. 게다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경우 이중사고를 구사해야 제대로 이해가 될 만큼 복합적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플롯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정의 대 불의라는 이분법적 구도 역시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누군가가 장차 저지를지도 모를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 당사자를 미리 구속할 경우 초래될 법적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유의지와 필연적 운명 간의 대립이랄까.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복잡하게 엮인 플롯을 조금씩 풀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아주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실제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수분 안에 닥칠 사건의 구체적인 영상이다. 집집마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미래사건을 어떻게 영상으로 포착할 수 있을까?
이런 황당무계한 설정을 나름대로 타당성 있는 허구적 세계로 만들어준 것은, 예언자들의 뇌리에 떠오른 일련의 환영들을 영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첨단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 덕분이다. 이름하여 범죄 사전 차단 시스템이 작품의 개연성을 높여주는 장치이자 플롯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 시스템은 사건 발생일시 및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원까지도 미리 알려준다. 단, 장소만은 다소 불확실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들이 장소까지 시시콜콜하게 기억하기 어려운 것도 한 이유지만, 범죄 차단 특수요원들의 활동에 긴박감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적 설정이다.
어쨌든 존 앤더튼(톰 크루즈)을 팀장으로 하는 특수경찰은 실제 살인이 이루어지기 바로 직전 가해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하고, 그를 영구 격리시킨다. 결국 예언과는 달리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해자는 단지 그럴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
범죄(특히 살인) 없는 도시를 창출하여 정의를 구현하려는 선의의 뒤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죄를 짓지도 않은 범죄자들을 양산해내는 불의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언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영구 감금하여 기계처럼 활용해야 하는 비정함이 있다.
이처럼 스티븐 스필버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서 문명의 이기(利器) 이면에 있는 비인간화에 대해 예리한 비판의 칼을 들이댄다. 그리고 필연적 운명에 맞서 자유의지를 발동할 것을 역설한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미래의 행로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필립 딕의 동명 단편을 각색하여 최첨단 SF영화로 멋지게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원작자가 필립 딕인만큼 작품의 주된 톤도 무척이나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종래 스필버그가 추구해 온 동화적 팬터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시 필립 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역작 ‘블레이드 러너’의 계보에 속한다고 하겠다. 1982년 스필버그의 전대미문의 흥행작 ‘E.T.’와 함께 나란히 개봉되었다가 흥행에서 참패를 당했던 ‘블레이드 러너’의 분위기를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