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은 연중 뮤지컬이 가장 많이 공연되는 달이다.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들로는 ‘의형제’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명성황후’ 등이 있다.
지난 9월부터 장기 공연 중인 ‘의형제’(12월3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는 ‘지하철 1호선’으로부터 소극장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가고 있는 극단 ‘학전’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80년대의 민중가수 김민기가 번안과 연출을 도맡은 이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윌리 러셀의 ‘Blood Brothers’를 한국적 상황과 인물로 번안한 작품인데, 번안의 체취를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철저히 한국화되어 있다.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가난 때문에 부잣집에 입양돼 자라면서 형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친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가난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공장 노동자가 된 ‘무남’과 부잣집에서 자라 해외 유학 후 국회의원이 되는 ‘현민’의 성장 과정은 우리 역사의 가장 파란 많은 1951년부터 1979년까지에 걸쳐 있다. 전과자에다 마약중독자가 된 무남은 아내와 현민의 불륜 관계를 의심하여 마지막 장면에서 현민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비좁은 무대에서 다양한 무대 변화를 연출하며 소수의 배우로 능란하게 일인다역을 소화해내는 ‘학전’ 특유의 연기 시스템이 감탄을 자아낸다.


극단 ‘현대극장’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2월22일∼1월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가장 관록 있는 송년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7일 전부터의 상황을 극화한 이 작품은 죽음을 거부하고 싶은 예수, 은전 30전에 스승의 목숨을 팔아 넘긴 유다, 예수를 사랑하는 창녀 마리아의 갈등이 중심 축을 이룬다. 예수를 인류 최고의 슈퍼스타로 설정하여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최악의 배반자로 낙인찍혀 온 유다는 민족 해방을 위해 스승을 고발한 비극적인 젊은이로 해석되어 기독교계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 정신을 거친 록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다 역에 남경주, 마리아 역에 이혜영이 캐스팅되어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에이콤’의 ‘명성황후’(12월29일∼1월14일)는 주지하다시피 우리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을 실현한 작품이다. 역사학계에서 ‘민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이 작품에서 민비는 시대의 질곡에 정면으로 맞섰던 위대한 국모 ‘명성황후’로 거듭난다. 브로드웨이도 깜짝 놀랐던 아름다운 의상과 치밀한 무대조작, 섬세한 조명 효과는 스펙터클한 뮤지컬의 기본 조건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 초연 때부터 명성황후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소프라노 이태원이 더욱 원숙한 면모를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