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명씨 작품 중 가장 작품성과 흥행성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인터넷이라는 새롭고 기발한 소재를 개발한 것은 소득으로 꼽을 만하나, 리얼리티의 부족과 느슨한 구성, 지나치게 많은 우연성과 주인공들의 초능력에 가까운 영감과 판단은 무협지를 무색케 한다.”(정우영·교보문고 독자서평)
그동안 장편 5편 중 최악 판매량

‘코리아닷컴’은 해커이자 사학도인 인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대자본으로 인터넷을 장악한 프리메이슨 집단과 아시아 지역 도메인네임 사업으로 세계 인터넷 업계의 거물로 떠오른 팬저의 한판 승부를 그린 소설이다. 출판사측이 ‘액션소설’이라 소개할 만큼 흥미로운 사건 전개와 해결사로 나선 인서의 활약은 무협지를 연상케 한다.
또 이 소설에는 비밀의 열쇠를 쥔 천부경의 존재, 수비학의 천재 나딘 박사, 통도사의 지관스님과 백두산 진도자 등 도인들의 등장, 빌 게이츠를 수장으로 한 프리메이슨 집단의 음모 등 대중소설로서의 흥행 요소가 두루 갖춰져 있어 올 여름 ‘대박’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예상 밖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책이 발매된 지(6월15일) 한 달이 다 돼서야 종합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더니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났다. 신문 전면광고를 비롯해 집중적인 홍보를 할 때만 반짝 순위가 올라갔던 것. 9월과 10월에는 주간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10위권에 머물렀으나,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돌풍을 일으킨 ‘가시고기’(100만부)나 ‘국화꽃 향기’(50만부)에 비한다면 미흡한 성적이다.
김진명씨의 출세작이자 한국 출판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93년)가 지금까지 400만부 가량 팔린 것을 비롯해, 일제의 문화재 약탈과 광개토대왕비의 비밀을 파헤친 ‘가즈오의 나라’(95년) 50만부, 한국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투기자본의 실체를 밝히고 한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킨 ‘하늘이여 땅이여’(98년) 100만부, 한국 현대사 최대의 미스터리 10·26의 배후를 밝힌 ‘한반도’(99년) 60만부 등 베스트셀러 제조기의 전작(前作)들과 비교해서도 30만부를 밑도는 ‘코리아닷컴’의 판매량은 부진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가즈오의 나라’(프리미엄북스 펴냄)를 제외하고 즐곧 김진명씨의 작품을 출판해온 해냄측은 ‘코리아닷컴’의 판매 부진을 악화된 출판 환경 탓으로 돌린다.
“초판 1000부도 무서워 찍지 못할 만큼 국내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베스트셀러라 해도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20%밖에 안 되는 수준인데, ‘코리아닷컴’ 30만부면 과거 100만부나 마찬가지다. 다만 출판사가 50만부를 기대하고 마케팅활동을 했기 때문에 큰 이익을 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정귀숙·해냄 편집장)
이에 덧붙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코리아닷컴’의 부진을 출판마케팅의 실패로 설명했다.
“시대의 감수성을 잘 읽어내는 작가로 양귀자씨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정확히 3년 주기로 베스트셀러를 발표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모든 것을’(92년) ‘천년의 사랑’(95년) ‘모순’(98년)이 그것인데, 각 작품은 발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절묘하게 반영하고 있다. 양귀자씨가 적절한 주기로 새 작품을 터뜨린 것에 반해, 김진명씨는 지난 몇 년 간 1년 단위로 계속 작품을 발표했고 소재는 달랐지만 결국 한민족의 우월성을 드러내 민족주의를 고취시킨다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진명씨 자신도 ‘코리아닷컴’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 이유로 ‘한반도’나 ‘코리아닷컴’의 경우 각 인물의 성격과 세부 묘사가 부족해 읽는 재미가 적고, 영상세대가 읽어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이었다고 자평했다.
“소설을 쓸 때 상황 논리만 강조하다 보니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미흡했고 문장을 갈고 다듬는 데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나는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나 대화, 인연과 추억 등 감성적인 소설을 쓰는 데 관심이 없다. 그런 소설은 나보다 더 잘 쓰는 작가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보다는 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힘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다보니 읽는 재미가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 소설에서는 그 부분에 좀더 신경쓸 계획이다.”
평론가 문흥술씨는 ‘작가세계’ 42호에서 김진명씨의 민족주의 소설을 비평하며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대중소설처럼 가볍고 흥미로운 대중적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분명한 이념을 표명하고 있다. 그 이념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미래에 나아갈 전망까지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대중소설이되, 본격소설의 흉내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김진명씨의 민족주의 소설은 평론가들의 매서운 질타 속에서도 독자들의 사랑을 잃지 않았다. 올해 갤럽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이문열씨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국민적인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무명에서 슈퍼셀러 작가로 떠오른 것처럼, 독자들의 사랑은 물거품일 수도 있다. 21세기에도 베스트셀러 제조기 김진명의 이름이 건재할 수 있는지는 다음 작품에서 판가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