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민등록증이 아세톤에 취약해 위-변조가 우려된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잇따르면서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가 그 결함을 사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자부는 주민증의 결함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책정된 제작비와 발급시기에 맞추려 형식적 시험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동아’의 취재 결과 행자부와 주민증 제작기관인 한국조폐공사는 새 주민증 발급이 개시된 지난해 9월 이전 고분자 합성물질인 주민증 재질(플라스틱)에 대한 ‘내용매성’ 시험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자부에 따르면 이 시험은 지난 2월에도 실시됐고 주민증 품질관리를 위한 샘플 시험도 수시로 이뤄졌다는 것. 일반 카드 시험규격(KS, ISO)에는 규정이 없는 내용매성 시험을 거친 이유는 국가신분증인 주민증의 특성상 일반 카드와는 달리 차별화된 품질관리를 위한 것이다.
시험에 사용된 유기용제는 다섯 가지.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대표적인 용제란 이유에서 시약으로 선정됐다. 이중 가솔린, 벤젠, 톨루엔 시험농도는 100%, 에탄올은 60%였으나 아세톤은 유독 낮은 30%로 설정됐다. 문제는 30%의 농도가 시험의 타당성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소독제로 널리 쓰이는 에탄올 농도가 통상 60%란 점에서 에탄올의 농도 설정엔 문제가 없다. 나머지 용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도 30%의 아세톤은 거의 물에 가까울 만큼 용매로서의 성질이 약하다.” 울산대 화학과 류석환 교수(46)는 “내용매성 시험의 타당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매니큐어를 지우는 데 쓰이는 아세톤 농도가 70∼80%인 점을 감안할 때 30%란 시험농도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류교수에 따르면 아세톤은 플라스틱을 쉽게 녹이는 이른바 ‘극성 용매.’ 플라스틱에 침투해 그 표면을 부풀어오르게 하는 ‘팽윤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열전사 처리된 주민증 표면(성명, 주소, 사진, 지문 등이 인쇄된 부분)이 아세톤에 의해 쉽게 벗겨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시험 당시 아세톤 농도를 굳이 30%로 고집한 이유는 뭘까. 이 점에 대해 조폐공사 카드발급부 원남재 부장은 “시험농도는 조폐공사 기술연구소와의 협의를 거친 내부 시험지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30% 농도로 설정된 구체적 사유에 대해서는 조사중”이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주간동아’가 국회 재경위 정의화 의원(한나라당)으로부터 입수한 ‘주민등록증 내용매성 설정 기준’에 따르면 “주민증 재질의 특성상 100% 농도의 아세톤엔 모두 녹으므로 아세톤을 떨어뜨린 후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녹기 시작하는 농도인 30%를 자체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30%에서도 녹는 주민증은 ‘불량품’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 자료는 12월8일 정의원측의 요청으로 조폐공사 서울사업소측이 제출한 서면 답변이다.
그러나 자료는 동시에 “주민증 발급방식 검토 당시, 60% 이상 농도의 아세톤에서 주민증의 보호층이 녹아 지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행자부와 조폐공사는 새 주민증 발급 이전부터 결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아세톤 농도보다도 낮은 60% 농도에서도 쉽게 주민증 표면이 지워지는 결함을 발급개시 전까지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것이다.
“당초 레이저로 문자와 사진을 새겨 넣는 방식과 엠보싱 방식(현 신용카드 발급방식)도 검토됐으나 레이저 방식의 경우 내구성은 강하지만 예산이 수천억원 들고 전체 주민증 경신에 10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엠보식 방식은 위-변조가 쉬워 결국 현행 열전사방식을 택했다.” 행자부 주민과 노창권 사무관은 “신속한 발급과 제작단가(장당 1166원)에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현재 조폐공사와 합동대책팀을 꾸려 앞으로 신규발급될 주민증에 한해 UV코팅 처리로 주민증 재질을 강화하는 개선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경신된 주민증은 3500여만장, 소요예산은 456억원. 그리고 발급된 주민증의 ‘불량률’은 100%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자부는 주민증의 결함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책정된 제작비와 발급시기에 맞추려 형식적 시험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동아’의 취재 결과 행자부와 주민증 제작기관인 한국조폐공사는 새 주민증 발급이 개시된 지난해 9월 이전 고분자 합성물질인 주민증 재질(플라스틱)에 대한 ‘내용매성’ 시험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자부에 따르면 이 시험은 지난 2월에도 실시됐고 주민증 품질관리를 위한 샘플 시험도 수시로 이뤄졌다는 것. 일반 카드 시험규격(KS, ISO)에는 규정이 없는 내용매성 시험을 거친 이유는 국가신분증인 주민증의 특성상 일반 카드와는 달리 차별화된 품질관리를 위한 것이다.
시험에 사용된 유기용제는 다섯 가지.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대표적인 용제란 이유에서 시약으로 선정됐다. 이중 가솔린, 벤젠, 톨루엔 시험농도는 100%, 에탄올은 60%였으나 아세톤은 유독 낮은 30%로 설정됐다. 문제는 30%의 농도가 시험의 타당성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소독제로 널리 쓰이는 에탄올 농도가 통상 60%란 점에서 에탄올의 농도 설정엔 문제가 없다. 나머지 용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도 30%의 아세톤은 거의 물에 가까울 만큼 용매로서의 성질이 약하다.” 울산대 화학과 류석환 교수(46)는 “내용매성 시험의 타당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매니큐어를 지우는 데 쓰이는 아세톤 농도가 70∼80%인 점을 감안할 때 30%란 시험농도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류교수에 따르면 아세톤은 플라스틱을 쉽게 녹이는 이른바 ‘극성 용매.’ 플라스틱에 침투해 그 표면을 부풀어오르게 하는 ‘팽윤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열전사 처리된 주민증 표면(성명, 주소, 사진, 지문 등이 인쇄된 부분)이 아세톤에 의해 쉽게 벗겨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시험 당시 아세톤 농도를 굳이 30%로 고집한 이유는 뭘까. 이 점에 대해 조폐공사 카드발급부 원남재 부장은 “시험농도는 조폐공사 기술연구소와의 협의를 거친 내부 시험지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30% 농도로 설정된 구체적 사유에 대해서는 조사중”이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주간동아’가 국회 재경위 정의화 의원(한나라당)으로부터 입수한 ‘주민등록증 내용매성 설정 기준’에 따르면 “주민증 재질의 특성상 100% 농도의 아세톤엔 모두 녹으므로 아세톤을 떨어뜨린 후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녹기 시작하는 농도인 30%를 자체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30%에서도 녹는 주민증은 ‘불량품’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 자료는 12월8일 정의원측의 요청으로 조폐공사 서울사업소측이 제출한 서면 답변이다.
그러나 자료는 동시에 “주민증 발급방식 검토 당시, 60% 이상 농도의 아세톤에서 주민증의 보호층이 녹아 지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행자부와 조폐공사는 새 주민증 발급 이전부터 결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아세톤 농도보다도 낮은 60% 농도에서도 쉽게 주민증 표면이 지워지는 결함을 발급개시 전까지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것이다.
“당초 레이저로 문자와 사진을 새겨 넣는 방식과 엠보싱 방식(현 신용카드 발급방식)도 검토됐으나 레이저 방식의 경우 내구성은 강하지만 예산이 수천억원 들고 전체 주민증 경신에 10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엠보식 방식은 위-변조가 쉬워 결국 현행 열전사방식을 택했다.” 행자부 주민과 노창권 사무관은 “신속한 발급과 제작단가(장당 1166원)에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현재 조폐공사와 합동대책팀을 꾸려 앞으로 신규발급될 주민증에 한해 UV코팅 처리로 주민증 재질을 강화하는 개선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경신된 주민증은 3500여만장, 소요예산은 456억원. 그리고 발급된 주민증의 ‘불량률’은 1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