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우리에게 문어는 특별한 때 맛보는 귀한 음식이다. 문어가 잡히는 바닷가 마을은 물론이고 내륙 지방인 경북 안동과 전북 전주에서도 혼례상, 차례상,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른다. 차례나 제사상에는 통째로 데쳐 그대로 올리고, 혼례 때는 말린 문어를 꽃이나 학 모양으로 오려 상에 올린다. 이를 문어오림이라 하며 문어오림을 차려내는 명인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또한 문어로 국물을 내 끓인 탕국이나 하얗게 분이 난 마른 문어를 두드려 찹쌀과 함께 쑨 죽은 최고 보양음식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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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나 제수용 문어는 예쁘게 모양을 잡은 채 삶아 판매한다.
문어는 회보다 숙회로 즐긴다. 문어를 익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문어가 푹 잠길 만큼 깊은 냄비에 물을 가득 부어 팔팔 끓으면 소금과 식초를 넣고 문어를 담근다. 문어 다리가 살짝 오그라들기 시작하면 건져 찬물에 헹궈 식힌다. 한편 문어가 냄비 바닥에 닿았다 수면으로 떠 오르면 바로 건지는 방법도 있다. 문어 육질을 부드럽게 하려고 무를 갈아 넣고 삶기도 한다.
찌는 방법도 있다. 냄비 바닥에 두껍게 썬 무나 반 토막 낸 양파 등을 깐 다음 물을 붓지 않고 문어를 올려 그대로 찐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해산물은 쪄 먹는 일이 드물지만 흰 살 생선이나 문어는 비리지 않아 가능한 조리법이다.

삶은 감자를 섞어 만드는 문어샐러드(왼쪽)와 문어숙회.
문어(文魚)를 이름 그대로 보자면 글을 아는 바다 생물이다. 머리에 가득 든 먹물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며, 실제로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지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문어를 이토록 귀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제 몫을 다해 맛있는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쓸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