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팝엔터테인먼트]
‘두 개의 사랑’도 오종 특유의 멜로드라마다. 젊은 여성 클로에(마린 박트 분)는 복통을 앓고 있다. 임신을 의심했지만, 의사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차라리 정신과 상담을 권한다. 클로에는 젊고 신중한 정신과 의사 폴(제레미 레니에 분)을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엄마와 오래된 갈등을 털어놓자 어느덧 복통도 사라지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극에 긴장이 몰려오는 건 폴에게 숨겨놓은 쌍둥이 루이(제레미 레니에의 1인 2역)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왜 폴은 쌍둥이의 존재 자체를 숨겼을까. 루이도 정신과 의사다. 호기심에 클로에는 루이의 병원을 찾아간다. 그는 폴과 달리 오만하고 공격적이다. 쌍둥이는 똑같은 외모에 정반대 성격을 지녔지만 클로에는 루이와도 사랑에 빠진다.
정체성의 분열을 쌍둥이 캐릭터를 통해 풀어놓은 솜씨는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감독의 문제작 ‘데드 링거’(1988)를 떠올리게 한다. ‘데드 링거’도 죽음에 이르는 쌍둥이 의사의 분열증을 그린 ‘컬트’(소수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였다. ‘두 개의 사랑’ 역시 쌍둥이 의사, 즉 두 몸으로 나뉜 하나의 정체성이란 테마를 갖고 있다. 곧 분신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두 개의 사랑’이 새롭게 시도한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이야기를 환자 클로에의 시각에서 서술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흥미로운 사실은, 클로에가 사랑에 빠진 폴과 루이가 실제의 인물인지 분명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점잖은 의사 폴, 반대로 사랑에 공격적인 루이.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남자와 클로에가 사랑에 빠졌는데, 둘 중 한 명은 가공의 인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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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사랑’은 이렇게 사람의 정체성이 단일하고 안정적이란 믿음을 허문다. 우리는 누구나 두 개의 정체성으로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분열의 원인으로 제시된 것이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잉태되는 질투다. 형제자매 간 사랑의 경쟁, 자식에 대한 부모의 차별이 드라마를 떠받치는 토대다.
원작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미국 문학계의 스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쌍둥이의 삶(Lives of the Tw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