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동아DB]
재계 역시 임 실장의 방문 목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한 이유가 원전 공사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만약 UAE 원전 공사가 중단될 경우 수조 원대 공사비를 받지 못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이 엄청난 위기에 처하고, UAE뿐 아니라 최근 성사된 영국 원전 수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현재 가장 무게가 실리는 의혹은 UAE 관련 논란의 근원이 과거 정부가 원전 수출 대가로 맺은 군사 분야 협정과 양해각서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UAE를 방문한 것도 군사 분야 협정을 수정하기 위함이었는데, 당시 UAE 측의 반발만 샀고 이를 수습하고자 임 실장이 UAE를 추가 방문했다는 것이다.
1월 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야당의 지속적인 공격에 “사실을 말하면 자유한국당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MB)·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UAE 외교 문제를 현 정부가 수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UAE 원전 사업은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우리 정부(한전 컨소시엄)가 UAE의 바라카 원전 국제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총 560만kW(140만kW급 4기, 약 20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건설 사업을 따내면서 시작됐다.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선진 원전 공급사 등과 경쟁해 이룬 쾌거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온 나라가 이 빅뉴스로 들썩였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원전 수주 경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정상외교가 최종 사업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공(功)을 이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결국 문제는 원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017년 12월 10일 오후(현지시각)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지난해 12월 10일 청와대는 “임종석 실장이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고자 2박 4일 일정으로 UAE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믿기 힘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비우고 특사 자격으로 다른 국가를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의아한 데다, 불과 얼마 전 송영무 장관이 같은 부대를 격려차 방문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던 차에 12월 19일 UAE 측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임 실장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접견 사진 및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 동영상에는 임 실장 옆으로 서주석 국방부 차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서동구 국가정보원 제1차장 등이 있었다. 당초 청와대는 서 차관과 윤 차관보 외에는 추가 동행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서 차장은 MB 정부 시절 한국전력공사(한전)에서 해외자원개발 자문을 맡았던 이로, ‘UAE 원전 수출’과 관련된 핵심 인물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뒷조사를 앞두고 미리 UAE 측에 양해를 구하고자 특사를 파견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또한 그 자리에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 겸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정원 제1차장은 해외파트 담당자인 만큼 주요 인사의 해외순방에 동행할 수 있다. 국정원 간부의 행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는 그다음 날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차원이었다”며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브리핑 기조가 연이어 바뀌면서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12월 26일 여야 간 공방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 20여 명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여 임 실장의 UAE 방문을 가리켜 ‘UAE 원전 게이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관련자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권(이명박 정부)에 정치보복을 하려다 외교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 수사팀이 밝힌 ‘원전 리베이트 200만 달러 은닉설’과도 관련 있다. 국정원 수사팀은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이 UAE 원전의 이면계약 여부를 조사하도록 장호중 국정원 감찰실장에게 지시한 메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메모에는 남 전 원장이 장 전 실장에게 ‘이명박 정부 시절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폐연료봉과 핵폐기물을 국내에 반입하도록 한 내용이 포함된 이면계약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해보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가 왕세제라 다 밝힐 수 없다”
임종석 실장은 12월 10일 오후(현지시각) 중동지역 파견부대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아크부대의 김기정 부대장과 장병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하고 격려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별도의 공개 언론브리핑을 가졌다. 최근 일고 있는 ‘외교부 패싱’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앞서 12월 20일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을 두고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반면, 같은 날 강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UAE와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정부가 서로 딴 얘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특사 파견과 관련해 청와대가 일정 등 모든 것을 주도했고 외교부는 지원을 했다. 그리고 UAE 측 상대가 왕세제라는 점에서 향후 국왕이 될 사람과의 외교적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외교부 패싱을 부정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임 실장과 UAE 왕세제의 면담에 배석했던 윤 차관보와 박강호 주UAE 한국대사 이외에 홍진욱 외교부 아프리카·중동 담당심의관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의 숱한 해명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특히 12월 초 임 실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비공개 회동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UAE 특사 파견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다. 한 언론은 ‘SK가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정유시설 건설 계약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자 최태원 회장이 청와대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고, 이후 임 실장의 UAE 방문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SK는 현재 중동에서 건설, 에너지, 유통, 해운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예멘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SK건설은 터키 보스포루스해협 제3대교 건설,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의 플랜트 공사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이란 최대 민영 에너지회사인 ‘파르시안 오일앤드가스’가 발주한 1조7000억 원 규모의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을 따냈다. 그 밖에도 자원 수송 전문선사인 SK해운은 원유 및 석유제품 수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SK네트웍스는 중동사업부를 신설했으며, SK E&S는 LNG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자 도미니카공화국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12월 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UAE·레바논 특사 파견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또한 최태원 회장은 2016년 UAE를 직접 방문해 국부펀드인 MDP와 석유회사 MP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모델 구축을 논의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임 실장을 회동하기 전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과 독대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UAE 아부다비의 2030 장기플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유·가스개발 사업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최 회장과의 만남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사실이지만 30분가량의 짧은 시간이었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전반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것. SK 측도 “SK뿐 아니라 다른 기업 총수도 추가로 만난 것으로 안다. 최 회장과 임 실장의 만남은 이번 UAE 방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항간에는 UAE 원전 건설이 현재 멈춘 상태이며 중간 공사비 지급도 중단됐다는 ‘설’이 돌고 있다. UAE가 한국의 탈원전 선언에 불만을 품어 바라카 원전 공사가 수개월째 멈춘 상태이며 이로 인해 중간 공사비 지급도 중단됐다는 풍문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그와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대금을 못 받아 도산하거나 철수한 중소업체는 없다”고 밝혔다. 한전 등과 바라카 원전 사업을 진행 중인 UAE 원자력공사 측이 국제기구 평가, 직원의 운전 숙련도 강화 등을 위해 원전 1호기 준공 시기를 2018년으로 조정했을 뿐 우리 정부의 잘못으로 공사가 지연된 건 전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9일 ‘포브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호기 운행이 연기된 이유는 한전과 UAE 간 합작회사인 ‘나와(Nawah)’가 UAE 원자력규제청(FANR)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라카에 설치된 한국형 원전은 APR-1400인데,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UAE 측이 미국 인증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원전 건설은 잘 진행되고 있으며 현지 특파원, 관련 주무부처, 건설업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12월 27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에서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UAE 대통령과 원전사업 계약 서명식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원전을 수주할 당시 UAE는 우리 측에 ‘상호방위조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은 한미 간에만 상호방위조약을 맺을 수 있고 중동국가와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조약이 아닌 ‘협정’ 형식으로 상호방위협정 초안을 교환했지만 외교부 처지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 결국 양국이 서명하지 않은 채 무산됐다는 것. 이후 박근혜 정부 초기 더 낮은 수준의 비밀 양해각서가 체결됐지만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오면서 양해각서 이행에 소홀해졌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양해각서는 우리가 들어줄 수준을 초월하는, 국내법에도 저촉되는 무리한 내용이고 잘못된 약속이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UAE 측은 어떤 형태로든 문제제기를 했을 테고, 그때 문제를 현재 문재인 정부가 수습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UAE와의 군사협정이 이명박 정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체결됐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결국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둘러싼 논란은 신·구 정권의 책임공방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UAE와 불화설’이 비단 상호방위협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재계를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대기업 한 임원은 “UAE 처지에서 보면 21조 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원전 사업을 발주했는데, 갑자기 수주국이 ‘탈원전’을 선언해버렸으니 불안감을 느끼지 않겠나. 물론 당장 우리나라 원전 기술력에 큰 구멍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60년 동안 원전 운영권을 맡겨야 할 나라가 탈원전을 하면 기술력이 후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건설 중인 AP1000의 공사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도 기술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동시장 위축될까 전전긍긍
재계에서 우려하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임 실장의 이번 UAE 방문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UAE와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UAE와 대립하고 있는 이란 등의 나라와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대표적으로 건설업체를 들 수 있다. 현재 중동은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라 할 만큼 해외 건설 사업의 절반가량이 중동에서 수주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현대·대우·GS·한화·SK건설·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총금액은 287억 달러(약 30조 원)로, 이 중 143억 달러가 중동에서 발생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탈(脫)중국’ 바람이 불고 있는 유통업계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인구 증가율이 높아 유통업계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미래 시장’으로 꼽힌다.
현재 이마트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화장품 전문브랜드 ‘센텐스’ 매장을 올해 안에 5~6개 개점할 계획이다. BGF리테일은 최근 이란 테헤란에 편의점 브랜드 CU 1호 매장을 오픈했고,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두바이에 ‘아모레퍼시픽 중동법인’을 설립해 최근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열었다. 화장품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중동지역에 진출한 LG생활건강은 이미 중동에서 6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등 현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어 고민이 크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원전 논란까지 불거지면 영업 여건이 더욱 안 좋아질 것이다. 정치권이 이념 싸움을 중단하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는 임 실장의 직접 해명은 피한 채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이 조만간 방한하면 관련 의혹이 다 풀릴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종 의혹은 행정청장의 방한 이후 분명히 밝혀질 것이며 1월에 올 것”이라고 밝혔다.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은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이자 UAE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을 수주할 당시 이 대통령과 직접 원전 사업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둘러싼 3가지 추가 의혹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둘러싼 파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을 수주한 그다음 해인 2010년에도 당시 여야 의원들은 군사훈련협력단(아크부대)을 UAE에 파병하는 것을 두고 국회에서 이면계약 의혹과 헌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2010년 11월 11일 열린 18대 국회 국방위원회의 전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여야 의원들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UAE 파병의 문제점을 따졌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통상적인 수준의 군사협력이나 방산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유사시 군사적으로 지원하거나 안전보장을 하거나 상호방위를 하는 등의 내용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우리가 UAE와 그런 약속을 했다면 이는 헌법 제60조 1항에 따라,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 · 비준 동의권이 국회에 있음에도 만약 UAE 군사 관련 조약이 비밀리에 이뤄졌다면 이는 위헌이고 중대한 국내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파병과 관련해 “(원전 건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연관성을 인정했고,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상업적 목적인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군 병력을 보낸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명분도 없다”며 “명분 없는 해외 파병은 우리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방위원회의 이 같은 우려에도 그해 11월 15일 제출된 아크부대 파병동의안은 12월 8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국회의 지적에도 UAE 파병을 강행해 이면계약 의혹 등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지금도 “여야를 떠나 이명박 정부의 이면합의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UAE 원전과 관련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는 UAE 원전 공사비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UAE 원전 공사비 가운데 100억 달러를 우리가 28년 동안 회수하는 조건으로 UAE에 빌려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UAE에 빌려줄 자금을 확보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UAE보다 신용등급이 낮아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와 낮은 이자로 꿔줘야 하는 상황이라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내용은 일절 알리지 않은 채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은 과도하게 포장해 홍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예고된 진실 공방도 존재한다. ‘핵폐기물을 누가 처리하느냐’의 문제다. 2009년 12월 27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UAE 원전사업 수주 성공 보도 참고자료’에는 ‘선정된 사업자는 건설, 운영, 연료 공급, 폐기물 처리 등을 일괄 공급’이라고 적혀 있다. 2010년 4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처음으로 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UAE) 원전 핵폐기물 처리 책임은 우리 한전이 맡도록 돼 있다. (핵무기 개발 우려가 있는) 핵폐기물 처리시설이 (중동인) UAE 내에 있는 것을 미국이 바라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질의했다.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를 부인하며 “원전 폐기물 처리는 UAE 측이 전적으로 맡도록 돼 있다. 그리고 지금 관련 국제규범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는 자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혹은 계속됐다.
2011년 4월 월간 ‘신동아’는 정부의 답변과 달리 UAE가 원전 핵폐기물을 자국 밖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UAE 원자력공사의 원자력 정책 문건에 따르면 UAE는 핵연료 임대와 핵폐기물의 레벨을 저감하는 외국 서비스를 선호하며 UAE 스스로는 재처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런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UAE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및 관리를 위한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 UAE 원전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자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한전과 UAE 원자력공사(ENEC)가 체결한 주계약상 한전이 UAE 원전의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로 반입하기로 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UAE 바카라 지역에 자체 핵폐기물 시설이 건설되고 있는지를 묻는 ‘주간동아’의 질문에는 “ENEC와 비밀 준수 의무사항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UAE 원전 수주 ‘이면계약’ 의혹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