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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따지지 않으면 제대로 속는다

허위 가상화폐 판매, 채굴 투자 고수익 유혹에 수천억 피해 속출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01-06 21: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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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단계판매 사기 조직의 가짜 가상화폐 ‘알라딘’의 홍보자료. 기존 비트코인 문양을 사용했다. [뉴스1]

    다단계판매 사기 조직의 가짜 가상화폐 ‘알라딘’의 홍보자료. 기존 비트코인 문양을 사용했다. [뉴스1]

    지난해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이 1300%를 넘어섰다. 이에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 투자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심리를 이용해 가상화폐 관련 사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새로운 투자상품인 데다 블록체인 등 가상화폐의 성립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 

    가상화폐 관련 사기와 유사수신행위가 합쳐져 많은 피해자가 생긴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상품이라면 일단 수익 구조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상화폐 관련 사기는 크게 허위 가상화폐 판매와 가상화폐 채굴 빙자로 나뉜다. 허위 가상화폐 판매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화폐로 투자자를 속이는 방식이다. 비트코인의 성공 이후 현재 1000여 개의 가상화폐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가상화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정도다.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0여 개 가상화폐만 알고 있을 뿐 나머지 900여 개에 대해선 깜깜인 경우가 많다.

    있지도 않은 가상화폐 팔아치우기

    가상화폐의 가치를 높이려면 많은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이 급선무. 이에 각 거래소 기준에 맞는 가상화폐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때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를 받는 경우가 있다. 투자자는 가상화폐가 개발 완료됐을 때 투자금액에 따라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을 가상화폐공개(ICO)라고 한다. 

    지난해 5월 가상화폐 발행 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600억 원대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알라딘’ 등 5가지 가짜 가상화폐를 내세워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예로 들며 개발 중인 코인에 투자한 뒤 해당 코인이 각 거래소에 상장되면 최대 1만 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더 많은 투자자를 유인하고자 이들은 다단계판매 수법을 도입했다. 다른 투자자를 모집해오면 직급과 추천, 후원 실적에 따라 성과수당을 줬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때 지급된 수당은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금을 일부 나눠준 것에 불과했다. 전형적인 유사수신 사기였던 것. 이에 속은 피해자는 총 61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일반 ICO처럼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웠지만 그 기술이 가짜였던 사건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8월 가상화폐업체 대표 정모(59) 씨, 개발자 박모(49) 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개당 3원인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100배 이상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피해자 5704명으로부터 약 191억 원을 편취했다. 이들이 노린 대상은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모르는 고령층이었다. 새로운 한국형 블록체인 ‘듀얼 스파이더’를 개발해 세계 126개국에 특허 출원했다고 주장하며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 것.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듀얼 스파이더’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었다. 

    실제로 가상화폐 관련 유사수신행위 범죄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유사수신 혐의 업체를 신고한 13명에게 총 4100만 원 포상금을 지급했다. 신고 내용을 보면 가상화폐 관련 사기 시도가 상당수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가상화폐가 없는데도 일부 이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또 불법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한다면 유사수신행위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채굴을 빌미로 투자자를 모았지만 채굴에는 소홀하고 결국 투자금 돌려막기를 한 사건도 있었다. 가수 P(53) 씨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채굴 유사수신 사건이 그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업체 ‘마이닝맥스’가 국내에 계열사를 설립해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채굴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것. 피해자는 1만800여 명, 피해금액은 약 2700억 원에 달한다.

    채굴에 투자하면 고수익 보장한다?

    서울 양천구 한 인터넷데이터센터에 설치된 마이닝맥스 가상화폐 채굴기. [뉴스1]

    서울 양천구 한 인터넷데이터센터에 설치된 마이닝맥스 가상화폐 채굴기. [뉴스1]

    지난해 12월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혐의로 마이닝맥스 전산관리담당 계열사 대표 김모(35) 씨 등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홍보담당 계열사 대표인 가수 P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모(56) 마이닝맥스 회장 등 국외 도피 중인 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 및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이들은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가상화폐 채굴기를 사면 대신 관리하면서 이더리움을 채굴해 지속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투자액에 따라 실제 운영해야 할 채굴기의 10%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채굴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받기 어렵다. 가상화폐 채굴이란 기본적으로 어려운 암호를 대입법으로 푸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암호 하나를 풀 때마다 가상화폐 한 개가 주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채굴된 가상화폐가 많을수록 암호 난도가 올라간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2015년에는 250만 원가량의 채굴용 PC(개인용 컴퓨터)로 하루에 한 개 정도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 이더리움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자 채굴에 뛰어드는 사람도 크게 늘어 채산성이 점점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중반에는 400만 원가량의 고성능 PC로도 하루에 0.02개 정도만 채굴할 수 있었다. 

    마이닝맥스는 채굴기 판매 대수에 따라 등급을 나눠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판매 수법도 사용했다. 최상위 투자자에게는 40억 원을 수당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투자자를 끌어모으려고 지난해 6월과 11월 각각 하와이,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화 워크숍도 열었다. 가수 P씨는 홍보 관련 계열사를 직접 운영하며 채굴기 투자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하고 회사 돈 4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상품인데 고정 수익을 보장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희목 법무법인 가산 변호사는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투자 방식이라 손실 위험이 크다. 채굴하더라도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거나 채산성이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높은 고정 수익을 주장한다면 수익 구조를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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