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영 기자]
더 놀라운 것은 ‘손님들’이 소극장에서 보름밖에 안 되는 기간에 두 차례 공연된 소품이라는 점이다. ‘손님들’은 지난해 1월 12~15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150석 규모)에서 나흘간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첫 공연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8개월 만인 9월 7~17일 대학로 ‘예술공간 오르다’(50석 규모)에서 2차 공연을 펼쳤다. 두 차례 공연이 모두 만석이라 해도 전체 관객이 1200명을 넘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2017년의 연극’으로 각인된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번 작품이 4번째 연출인 신진연출가 김정(34·프로젝트 내친김에 대표)의 세련되면서도 심도 있는 연출과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가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고 작가의 희곡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01년 ‘인류 최초의 키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도발적이면서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관객을 녹다운시킨 고 작가의 작품세계가 각자도생의 신자유주의에서 탈출을 선언한 2017년 한국 사회를 만나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킨 것이다.
한국 연극계의 도스토옙스키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프로젝트 내친김에’]
그렇다면 고 작가를 ‘범죄극의 여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의 작품에서 유혈 낭자한 범죄극이나 스릴 만점의 추리극 따위를 기대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인간으로서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자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 처음엔 고통스럽고 나중엔 슬프기까지 하다. 차마 동정이란 말을 꺼낼 순 없지만, ‘내가 저 사람 처지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경험이다.
그런 점에서 고 작가는 도스토옙스키를 연상케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살인사건에서 이야기 소재를 길어냈다.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살해한 인텔리가 등장하는 ‘죄와 벌’과 4명의 아들 가운데 친부살해범을 쫓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정치테러범 문제를 다룬 ‘악령’이 대표적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사회적 범죄에서 인간조건은 무엇이며 인간구원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는다.
고연옥 표 연극은 이를 더욱 극한으로 몰고 간다. 19세기 제정러시아조차 기겁할 21세기 한국 사회의 병든 영혼이 초래한 참혹한 범죄에 감춰진 사회구조적 문제와 인간 본연의 문제를 파고든다. 그러면서 “과연 저들을 천인공노할 범죄자라 일방적으로 단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관객은 끔찍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단죄할 수도 없지만 용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가 그 순간 기독교적 신을 개입시킨다. 고 작가는 현대적 신화의 언어를 빌려 구원의 빛줄기를 살짝만 비춰준다. 그게 TV 드라마나 영화의 선명한 권선징악 문법에 익숙한 사람에겐 도통 어렵기만 하다.
그렇게 고연옥의 연극세계는 이중의 진입장벽을 지닌다. 웬만하면 대면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범죄를 마주해야 한다는 장벽과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는 손쉬운 탈출구를 포기하고 신화의 언어로 봉인된 구원의 열쇠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장벽이다.
고연옥 연극의 참맛 일깨운 ‘손님들’
[사진 제공 · ‘프로젝트 내친김에’]
아비의 원수를 갚고자 7년간 강호를 떠돌았지만 칼집에서 칼을 단 한 차례도 빼보지 못한 무사 갈매의 이야기를 담은 ‘칼집 속에 아버지’가 대표적이다. 연극은 비장한 대사와 분위기로 무협지의 클리셰를 펼쳐내지만 그 하나하나를 코믹하게 뒤집는 패러디가 펼쳐진다. 전설적 무림고수인 갈매의 아비가 죽은 곳이 하필이면 변소다. 또 그 아비의 피를 이어받아 ‘지상의 악을 끝장내고 세상을 구원할 최후의 무사’로 포장된 갈매는 칼집에서 칼 한 번 못 뽑아본 겁쟁이 마마보이다. 그가 드디어 악당을 만나 칼집에서 칼을 빼내지만 그가 베는 것은 악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고연옥은 이 작품으로 2013년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연극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연출가나 배우, 관객 모두가 이 작품의 주제의식에 눌려 원작의 코믹함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젊은 연출가와 배우를 만난 ‘손님들’은 이런 무거움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연극은 친부모를 둘 다 도끼로 살해한 고교생 이모 군 사건(2000년)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됐다. 범죄의 엄중함만 따졌을 때 고연옥 연극에서도 역대급이다. 주인공 소년은 출세와 허영의 욕망을 좇으면서 서로를 증오하기 바쁜 부모에게 올바른 삶의 태도를 일깨우고자 어둠과 한기만 가득한 집으로 동네 손님을 초청한다.
그들의 면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 ‘3단지’, 초등학교 앞에 세워진 동상이지만 깨지고 아이들 낙서를 온몸에 두른 ‘오뎅’, 동네 뒷산 길목에 버려진 무덤의 주인인 ‘동수아저씨’다. 밑바닥 삶을 대변하는 이들은 놀라운 자기풍자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버려진 존재들의 포복절도할 항변을 들려준다.
훈장 달린 군복 차림의 아비와 상류층 귀부인을 꿈꾸다 허영의 가시에 찔려 배배 꼬인 어미에게 이들이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소년은 그런 부모에게 끊임없이 에티켓을 가르치며 “손님을 잘 대접해 보내드려야 이 집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물 근성에 물든 부모는 결국 손님들과 대판 싸움을 벌이고 손님 접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세 가족만 남았을 때 소년은 그런 부모 슬하에서 학대받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일기를 읽어준다. 사과의 말 한마디를 기대했지만 부모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과 저주로 점철된 부부싸움을 벌이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절망한 소년은 도끼를 들고 부모의 방을 방문하고 새벽빛이 들자 다시 아침 밥상을 차리며 말한다.
“어제는 실패했어. 오늘은 정말 잘해야 돼.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날 믿어. 꼭 제대로 살게 해줄 테니까.”
마치 하늘을 짊어지는 벌을 받는 아틀라스처럼 그는 천인공노할 범죄의 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그 끔찍한 형극을 되풀이하는 무한루프의 저주받은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나는 코미디 작가다”
[사진 제공 · ‘프로젝트 내친김에’]
“이번 작품을 보고 웃긴다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나는 원래 코미디 작가’라고 (정색하고) 말하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더라고요. 제 연극의 소재가 비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비극적으로만 풀고 가는 것을 제 스스로가 못 견디거든요. 그래서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도 다시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왔다 갔다 하거든요. 아무리 비극적 이야기라도 등장인물의 이중성과 그 나름의 애환을 드러내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거든요. 웃기려고 웃기는 게 아니라 너무 진지해 웃기는 게 코미디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선 손님들의 캐릭터가 강렬한 데다 난장 까고 놀 여력이 많다 보니 코믹함이 더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 기존 작품도 코미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이 환하게 느껴지는 법. 그토록 서슬 퍼런 주제를 다루는 작가의 입을 통해 ‘난 코미디 작가’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앞으로도 똑같다는 소리냐는 확인사살에 그는 “그럼요, 전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코미디 작가입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연극에서 손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기발함을 언급하지 않고 갈 수는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버림받고 아파트 3단지 공터에 살면서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자 귀여움으로 무장한 길고양이 ‘3단지’는 생존을 위해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법을 설파한다. 초등학교 화단에 버려져 온갖 짓궂은 모욕을 견디는 동상 ‘오뎅’은 무한한 인내와 명상의 화신으로 형상화된다. 허물어진 무덤의 주인인 ‘동수아저씨’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사말 ‘May the Force Be with You’를 질색하게 만들 법한 음산한 포스로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을 위해 중국 소수민족 신화를 즐겨 읽어요. 거기엔 거대한 세계관이나 거창한 담론은 없지만, 작고 미약한 것과 크고 강한 것의 대칭성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나비 한 마리가 단풍나무에 깃들어 낳은 12개의 알에서 해와 달과 산과 바다, 인간과 악마가 태어난다는 식이죠. 또 소수민족에겐 생존을 위해 자연이 가장 중요하기에 인간과 자연의 대칭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때 신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길의 역할을 하더라고요. 둘 사이의 관문 아니면 통로 같은 역할. 성전에서 떠받들고 기도의 대상이 되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길 위에 있는 신’인 거죠. 그래서 제 주변의 길 위에 있는 것들을 둘러봤어요. 제가 수도권 외곽 아파트에 사는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니 길고양이가 보이고 동상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아파트 주변에 무슨 버려진 무덤이 있느냐고 하시는데 실제 저희 동네 뒷산에 무너진 무덤이 있거든요.”
‘손님들’이 탄생하는 데는 이렇게 신화적 발상의 전환만 큰 역할을 한 게 아니다. 2016년 겨울 길 위에서 벌어진 구체적 사건이 결정적 모티프를 제공했다.
“연출가 김정 씨는 한태숙 선생님의 연출부에서 일할 때부터 저를 볼 때마다 작품 하나 달라는 말을 했죠. 그때마다 ‘야, 연극은 친구들끼리 하는 거야. 니 또래 작가들 작품에서 찾아봐’라고 가소롭다는 듯이 받아쳤어요. 그런데 2016년 10월 서울공연예술제(SPAF) 초청작으로 대학로예술극장 1층 씨어터카페에서 공연하던 김정 연출의 ‘이 아이’가 주최 측 방해로 공연이 중단되고 이후 다른 공연 작품에 대한 대본검열 문제가 불거졌죠. 김정 씨를 비롯한 관련 연극인들이 예술검열이라며 항의하는 피케팅을 대학로예술극장 앞 길거리에서 두 달 넘게 벌였어요. 한겨울 추위 속 길거리에 서 있던 김정 씨를 보면서 꼭 이 작품을 써 그에게 선물로 주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프랑스 출신 극작가 조엘 폼프라 원작의 ‘이 아이’는 아이를 키우며 어른이 돼가는 독립된 에피소드 10개로 구성돼 있다. 문제의 장면은 9번째 에피소드로, 캠핑 갔던 아이들이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시체안치소에서 만난 두 여인의 대화로 이뤄진다. 김정 씨는 이 에피소드를 ‘세월호 참사’라는 한국적 현실과 연결 짓고자 ‘캠핑’을 ‘수학여행’으로 바꾸고 아이들 의상 이야기에 한국 청소년이 즐겨 입는 ‘노스페이스’를 삽입하는 등 딱 두 대목만 바꿨다. 하지만 주최 측인 한국공연예술센터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받은 대본과 다르다는 이유로 공연을 방해했고, 대학로 내 불특정 장소에서 20분 안팎의 깜짝 무료공연을 펼치는 ‘팝업씨어터’ 후속 작품에 대해 사전 대본 제출을 요구했다. 김정 씨를 비롯한 ‘팝업씨어터’ 참여 연극인들은 이를 명백한 예술검열이라며 공연을 보이콧하고 대학로 길거리에서 피케팅을 펼쳤다. 이 사건은 이후 박근혜 정부 예술검열의 주요 사례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예술검열에 저항해 길거리로 나선 젊은 연극인이나 그를 돕기 위해 나선 선배 연극인이나 ‘길 위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곁에 서서 지켜봐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생각한 ‘길 위의 신’, ‘아무 힘 없는 신’의 모습이었죠. 그래서 15년 넘게 묵혀둔 해당 사건의 신문스크랩을 찾아 두 달 만에 완성했어요.”
가장 끔찍한, 하지만 가장 순수한 소년
[지호영 기자]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함과 애틋함의 화신이기도 하다. 소년은 짝사랑하는 소녀에게 수줍게 고백은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숨겨진 비밀을 말할 수 없어 번민한다. 또 자신의 죄를 씻고 가족을 치유하고자 몸부림치지만 매번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 끔직한 형극을 매일 반복한다. 슬프지만 씩씩한, 그래서 애틋한 존재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둔 엄마인데, 살다 보면 아이의 잘못이란 게 다 부모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부모는 (자식에게) 자꾸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투영하거나 (자식을 통해) 풀지 못한 것을 해소하려 하죠. 아이는 약한 존재라 어떻게든 이에 부응하려 하지만 잘 안되면 주눅 들고 상처 받는데 부모는 그게 싫어서 자꾸 아이를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렇기에 소년을 악마적 존재로 그릴 순 없었어요. 하지만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죠. 다만 그에 걸맞게 우울한 존재로 그려낸다는 것이 너무 뻔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자신의 죄와 부모의 죄를 모두 걸머지려는 존재로 그리게 됐습니다. 원래 제목도 ‘어른스러운 아이’였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어른아이’라는 비슷한 제목의 작품이 있어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극의 성패를 쥔 주인공 소년 역을 맡은 배우 김하람(22)에게 이번 작품이 연극 데뷔작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예대 연극학과 재학생으로 연출을 전공한 그는 이번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김정호 배우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초연 때 소년을 연기한 친구가 재연 때는 스케줄이 안 맞아 빠지게 됐죠. 누가 대신 맡을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김정 씨가 하람이를 발탁하더라고요. 김정호 배우는 제 연극에도 출연해 잘 알긴 했지만, 하람이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데다 연습할 때도 영 신통치 않던 친구라 의구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무대에 딱 서니까 애가 확 바뀌면서 관객을 휘어잡아요. 사실 소년은 관객을 끌어당기면서도 섬뜩하게 만드는 신기 같은 게 필요한데 하람이가 그걸 해내는 모습을 보고 연출가로서 김정 씨의 안목에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오싹한지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조차 ‘쟤 좀 무서워’라고 거리를 둘 정도니까요.”
한동안 고 작가의 예술적 파트너는 연출가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었다. 고 작가의 데뷔작인 ‘인류 최초의 키스’부터 2015년 공연된 ‘나는 형제다’까지 14년 세월 동안 일곱 편 넘는 작품을 함께 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고 작가의 희곡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연극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김 단장만 한 연출이 없다는 평가를 자타가 공인했을 정도. 그런 김 단장이 ‘손님들’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어유, 축하드려요. 드디어 저를 대신할 새 파트너를 만나셨네.”
김광보를 대신할 지음지교를 만나다
연극 ‘손님들’의 연출가 김정. [사진 제공 · ‘프로젝트 내친김에’]
고연옥-김정의 파트너십은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4월 초엔 2016년 고선웅 씨가 ‘곰의 아내’란 제목으로 연출했던 ‘처의 감각’을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새롭게 무대화한다. 자녀를 살해한 ‘메데이아’와 한국의 웅녀설화를 접목한 듯한 이번 공연에 대해 고 작가는 “ ‘주인이 오셨다’와 ‘나는 형제다’에 이어 내 인생 3대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될 것 같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4월 말에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오페라극장에서 ‘처의 감각’ 독일어 낭독 공연이 펼쳐진다. 6월 말에는 서울 서교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손님들’의 앙코르 공연이 있다. 2017년 두 차례 공연이 프로시엄 무대에서 펼쳐졌다면, 소극장 판은 마당놀이형 무대가 가능한 가변형 무대인 데다 최대 200석까지 관객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캐릭터들의 ‘연극적 놀이’가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 작가는 창작극 못지않게 번역극에서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쎈 연극’을 연출하기로 유명한 한태숙 씨와 콤비를 이뤄 대형 고전작품을 무대화해왔다. 한태숙 씨가 연출한 2013년 ‘단테의 신곡’ 재창작, 2016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재창작, 2017년 조지 오웰의 ‘1984’ 윤색 작업에 참여했다. 한태숙-고연옥 콤비의 고전 리메이크는 올해도 계속된다. 4월 2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예정인 ‘엘렉트라’가 그것이다. “소포클레스 원작의 고대 그리스비극을 현대적 게릴라 여전사의 음악극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역시 기대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