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는 말한다. 모든 인간이 마음속 ‘착각의 선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조심해서 잘 열 수 있다면 자신과 세상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게 하는 ‘행복의 선물’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처절한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이들은 불완전한 ‘나’라는 존재부터 먼저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너’라는 존재도 볼 수 있게 되고, ‘우리’가 함께 나아갈 길을 찾게 된다.
책을 읽고 나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어보니 이런 책이 대세라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원하는 것을 얻는 비밀은 협상이라고 말해 두 달 만에 20만 부가 팔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 8.0), 이미 170만 부나 팔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 자타가 공인하는 ‘휴테크 전도사’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 확인의 문화심리학 ‘남자의 물건’,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인 ‘프레임’(최인철, 이상 21세기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모두 ‘강의’에서 비롯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하버드대 명강의로 명성을 올렸다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와튼스쿨 명강의다. 허태균, 김난도, 김정운, 최인철 등도 강의로 이름을 날린다. 강의에서 비롯한 글은 무엇보다 구어체 문장이라 편안하게 읽으면서 구체적 팩트(fact)를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루 42.2명이 자살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한국 사회는 매우 불안하다. 나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배웠지만 존재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 텔레비전도 1등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볼 것이 없다. 양극화 정도가 심해지면서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가 무너진 학교에서는 집단따돌림과 집단폭력이 난무한다. 상호 소통하자는 매체인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 과잉 생산되는 정보는 불안만 증폭시킨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다양한 통로로 너무 쉽게 접한다. 그것도 대부분 무료로. 하지만 정보를 많이 안다고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컴퓨터나 머릿속에 켜켜이 ‘저장’되는 정보 양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취합해 꼭 필요한 핵심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곧바로 잊는 ‘망각’의 능력이다. ‘저장’의 시대가 아니라 ‘망각’의 시대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주간동아 826호 (p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