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 ▲ 로 중앙 백의 세력을 교묘하게 줄임으로써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바둑이 됐다. 흑1은 이창호식 끝내기의 진수를 맛보게 하는 기막힌 수. 백 ‘가’로 받으면 흑 ‘나’에서부터 백 ‘자’까지 좌변을 선수로 처리한 뒤 흑 ‘차’로 우변을 지키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백2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음을 보여준 수. 유창혁이 왜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수였다. 에서 보듯 이 수로 인해 흑은 온 동네가 엷다는 것이 단박에 드러났고 이후 방어에 급급하다 맥없이 무너졌다. 백14가 위아래 흑대마를 노리는 비수였고, 흑19로 두지 않으려니 백A가 무섭다. 흑대마를 살리기는 했지만 그 사품에 우변이 몽땅 파괴됐고 중앙 대마는 백26의 겨냥에 여전히 괴롭다. 흑1은 그냥 ‘차’에 두어 때를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이것이 본시 이창호 바둑이 아닌가. 174수 끝, 백 불계승

주간동아 389호 (p9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