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없는 부러운 메달 여러 개
일본 축구는 올림픽 메달도 갖고 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차범근에 앞서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던 걸출한 스트라이커 가마모토 구니시게를 앞세워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축구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강에 진출하며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성적을 올린 것에 비하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축구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 메달도 갖고 있다. 99년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때 차지한 것이다. 한국이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을 20여년 동안 ‘추억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리고 일본은 미니 월드컵대회라는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5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비록 골 득실 차로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04) 우승팀인 그리스를 1대 0으로 물리치고, 세계 최강 브라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2대 2로 비기기도 했다.
이렇듯 한 수 아래로 여겨온 일본 축구엔 한국 축구가 부러워할 만한 게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본 축구가 현실보다 비전을 강조한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 축구인들은 아무리 국가대표 간의 성적이 중요하더라도, 국내 프로리그가 잘돼야 국가대표가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도 우리처럼 해외파 위주로 운영하지 않는다. 그때 당시의 컨디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또 하나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본다. 일본 축구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것은 주먹구구식 계산에서 나온 게 아니다.
J리그의 스즈키 아키라 의장은 7월4일 “J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하게 될 선수는 같은 시기에 열리는 일본 대표팀의 유럽 원정보다 올스타전 참가가 우선이다. 이에 대해 일본 축구협회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J리그의 올스타전은 10월9일 개최된다. 반면 유럽 원정길에 나서는 일본 국가대표팀은 10월8일 라트비아, 12일에는 우크라이나와의 친선경기가 예정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유럽 최우수선수인 스트라이커 안드리 세브첸코(28·AC밀란)와 알토란 같은 수비수 아나톨리 티모슈크(26·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조국이다.
일본은 해마다 한두 차례의 유럽 원정을 해 전력 상승을 꾀한다. 지난해 4월에는 동유럽을 방문했고, 6월에는 영국에서 열린 영국축구협회 여름 토너먼트에 초청돼 경기를 치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월12일 이란과 친선경기(A매치)를 치를 예정이고, 11월에는 유럽의 두 팀과 A매치를 할 예정이라고만 되어 있지 상대할 팀도 제대로 결정되지 않은 데 비해, 일본 축구대표팀은 연초에 1년간 상대할 팀 일정이 잡힌다.
2005년 월드컵 우승 목표 차근차근 준비
나카무라와 오가사와라의 주전 경쟁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팀은 지난해까지 ‘나카무라의 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언론들은 이탈리아에서 뛰는 나카무라조차 벤치 멤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오가사와라는 “내 실력을 지코 감독에게 충분히 드러냈다. 굳이 무리해서 해외파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J리그의 자존심을 내세운다.
일본 축구가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각급 국제축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까지는 각 프로축구팀의 단계별 유소년축구 육성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대표팀보다는 J리그 위주의 운영, 투르시에나 지코 같은 유능한 해외파 감독의 영입, 그리고 J빌리지의 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파주 트레이닝센터가 벤치마킹했다는 일본 축구의 요람 J빌리지는 97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선을 보인 축구 전용 훈련센터로 태평양 연안에 그림 같은 천연 잔디구장 13개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