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2월 전남 여수해역에서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
탈북자 A씨 “육·해·공 자폭부대도 운영”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한국의 해군 특수전여단(UDT)에 해당하는 북한의 해상저격부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 직후 일부 탈북자 사이에서 “북한의 해군 자폭부대인 인간어뢰의 소행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주간동아’는 북한군 출신 탈북 인사 4명의 의견을 종합해 해상저격부대의 실체를 알아보고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인간어뢰’는 바다의 ‘가미가제’다. 기뢰나 폭탄을 설치한 뒤 터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어뢰가 장착된 잠수정을 타고 적함으로 돌진한다.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A씨에 따르면, 북한에는 각각 ‘총폭탄’ ‘인간어뢰’ ‘불사조’라고 부르는 육·해·공 자폭부대가 있다. 2000년대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기의 수준 차이를 극복하고 군인정신을 고취하고자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살아 돌아올 기름을 주지 말라”는 공군 자폭부대의 구호가 보여주듯 벼랑 끝 정신교육의 표본이다.
강철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대원들은 순직계약서를 쓰고 입대한 순간 영웅 칭호를 받는다. 급여와 식량배급 수준도 일반 대원보다 높다. 전역 후에는 공산대학 졸업장이 주어지며 원하는 직장에 근무할 수 있다.
해군 자폭부대인 해상저격부대는 동·서해안에 각각 1개 여단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적군의 구축함이나 식량함을 공격해 작전을 무력화하는 것. 모든 훈련이 자폭 위주인 것은 물론, 무기도 모두 인간무기화했다. 모니터를 단 어뢰나 기뢰를 사람이 직접 몰고 가서 폭파시키거나 어뢰를 장착한 잠수정을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하는 식이다.
한 탈북자에 따르면, 해상저격부대에는 여성 잠수 특공대도 있다. 길이 10m의 잠수정에 홀로 들어가 산소탱크로 호흡하며 적이 올 수 있는 구역에서 잠복 임무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다른 탈북자는 “여성이 공격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인간어뢰’ 자체도 전시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고무보트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
#반잠수정 침투, 인간어뢰설과 관련해 우리 군과 탈북자들의 입장은 확연히 엇갈렸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서해는 조류가 강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잠수사 존 베넷도 서해에서 생을 달리했다. 또 잠수정은 초계함의 레이더에 잡힌다”고 한 반면, 탈북자들은 “해주에서도 남하할 정도로 북한군에게 불가능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반잠수정으로 천안함을 공격하는 일이 가능할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맨 왼쪽)이 육·해·공 합동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자폭부대원들은 조별로 움직인다. 작전 규모별로 다르지만 3인 1조가 가장 흔하다. 이들의 공격무기는 스크루가 달린 기뢰 또는 휴대용 고성능 폭약. 기뢰나 폭약을 적함의 취약점에 장착한 뒤 터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미리 도망쳐 나온다.
한편 사용 무기와 관련해, 기뢰가 아닌 고성능 폭탄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B씨는 “기뢰는 폭파할 때 엄청난 물기둥이 솟는데 생존자 가운데 물에 젖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기뢰 폭파의 규모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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