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석관고 학생들이 게시판의 수시모집 합격자 명단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모두 3단계에 걸쳐 전형이 이뤄지는데, 1단계에선 서울 전역에서 다니고 싶은 학교를 자율적으로 선택, 지원할 수 있다. 1단계는 학생이 2개의 학교를 선택하면 추첨을 통해 학교 정원의 20%를 선발(서울 중부 학군은 60%)한다. 2단계는 거주지 학군 내에서만 2개의 학교를 선택하는 단계로, 역시 추첨을 통해 40%를 선발한다. 그리고 3단계는 1, 2단계 추첨에서 모두 떨어진 학생을 대상으로 거주지 학군과 인접 학군을 합친 통합학군에서 추첨을 통해 40%를 강제 배정한다.
11월3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모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신이 직접 선택한 1, 2단계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10명 중 약 8명(81.5%), 뜻하지 않게 3단계에서 강제 배정된 학생은 10명 중 약 2명(18.5%)이다. 이 결과를 보면, 고등학교 선택 시 통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결국은 추첨으로 선발하는 만큼 운에 좌우되는 부분도 있다. 이른바 인기 학교에 지망하다 보면 경쟁에 밀려 원치 않던 비선호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A구에 사는 학생이 1~2시간 걸리는 B구의 학교로 배정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강북지역에 살면서 강남지역 고등학교로 배정받아 좋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로 강남의 인기 고등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 다른 구의 학교로 강제 배정받을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인기 있는 지역이나 학교라고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3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학교를 배정받는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1단계나 2단계에서 경쟁률이 높아 떨어질 가능성이 큰 학교만 골라 지원하지 말고, 배정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차선책’을 단계별로 적어도 1개씩은 적어넣는 것이 현명하다.
진학률 뒤 숨은 속뜻을 읽어라
아울러 지망 학교를 정할 때 원하는 학교의 기준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서울지역 전체 인문계고교를 선택하는 것이 고교선택제의 특징인데, 거주지역 이외의 고교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고, 전체적으로 선택 대상 학교를 조망해볼 수 있는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그래서 ‘인지도’ 조사에 불과한 고입 예정 중학생들의 학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명문고 순위처럼 회자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첫째, 등·하교가 편한 학교여야 한다. 성인에게도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생활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듯, 아무리 좋은 학교라 한들 등·하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접근성이 좋지 않다면 학교생활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근거리이거나 교통편이 좋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일반적인 고교 등교시간을 고려할 때, 학교까지 가는 데에만 1~2시간이 걸린다면 한 해의 절반은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서야 한다. 학교의 평판과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맞바꿀 순 없다. 학습에도 악영향을 줄 뿐이다.
둘째, 진로 및 진학 실적이다. 이는 상급학교, 즉 대학 진학이 인문계고의 주요 설립 취지이기에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항목이다. 단, 진학률에 있어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학교정보 사이트를 찬찬히 살펴보면,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진학률과 4년제 대학 진학률만을 나열해놓았다. 이는 정량적 실적일 뿐 정성(定性)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대학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를 좋은 학교로 여기기 쉽지만, 이미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0%를 넘고, 대입 정원이 지원자의 수를 넘어선 시점에서 이 수치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전체 대학 진학률, 4년제 대학 진학률과 함께 △대학별 진학자 수 △전체 학생 수 대비 명문대 합격자 수 등을 정성적으로 비교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고등학교라 해서 반드시 명문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보통 명문대 합격률은 고3 재학생과 재수생의 진학 실적을 합산한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서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일부 학교는 실제로 재수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 경우 해당 학교의 힘이라기보다는 재수학원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고교선택제에서 학교를 고를 때 진학률 뒤에 숨은 속뜻과 ‘진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학업 수준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고교 선택 때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입소문에 의존하거나 무조건 명문대를 많이 보낸 학교를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 개인별 성향이나 진로 목표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져야겠지만, 이 밖에 학업 수준별로도 학교 선택에 차이를 둬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몸에 밴 상위권의 경우 일반계 고등학교의 수업이 자신의 학업 수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수준별 학습을 잘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이 좋다. 또 중위권 학생은 명문대를 많이 보낸 학교를 따지기보다는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잘하는 학교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하위권은 통학 시간이 길지 않고 자율학습 지도 등 생활관리가 잘되는 학교를 찾는 것이 좋다. 특히 하위권의 경우 전문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 진학률이 높으면서 4년제 대학 진학률도 높은 곳을 찾는 것이 학교를 잘 고르는 방법 중 하나다.
고교 선택 시 통학거리, 교사들의 적극성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넷째, 합리적 수준의 교육비 지출이 가능한 학교여야 한다. 사교육을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을 잘 마련한 학교를 찾는 것이 좋다. 즉,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수준과 자율학습 지도를 잘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 사교육 억제를 위해 노력하는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 찾아보면, 정책적 지원책과 장학금 지원이 많은 학교가 분명히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 선정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나 지도열의 및 예산지원 등이 학습동기를 자극하는 학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입학사정관제 준비, 국제반 운영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진로·진학지도를 하는 학교여야 한다. 입시제도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사회는 더 크게 변했다. 과거의 생각이나 영화에 갇혀 있는 학교, 즉 “요즘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야”라고 말하는 학교보다는 ‘변해야 산다’는 마인드를 가진 학교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된 입시제도에 제대로 대비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라는 거대한 대입 제도의 변화에 따라, 학생 개인별 학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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