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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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주인 역술은 알고 있다?

정치판 지각변동 총선구도 예측 불가능… 출마 예정자들 유명 역술인과 상담 공공연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1-15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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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배지 주인 역술은 알고 있다?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지난해 미군부대 카지노업장 출입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송영진 의원은 무릎을 쳤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역술인 J씨가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J씨는 “올 연말까지 삼재년(三災年)이니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여러 차례 송의원에게 주의를 주었다. J씨가 말한 송의원의 삼재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2004년 설날만 지나면 삼재에서 벗어나 정치운이 피는 순간을 맞을 수 있었다. 송의원은 ‘카지노 파문’ 직후 “조심했는데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액땜한 것 아니겠느냐”며 상황반전을 의식한 낙관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전직 청와대 경호원 출신의 역술인 J씨는 송의원의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J씨의 말이다.

    “삼재가 나가면서 훼방을 놓고 가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비방을 하려 해도 상대를 알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J씨의 말대로 ‘삼재의 훼방’이 시작된 것일까. 송의원은 연초부터 정치적 시련에 빠져들다가 결국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J씨는 송의원을 만나 삼재를 벗어날 수 있는 ‘비방’을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2004년 총선구도는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정치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정치 지형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당연히 출마 후보들은 안개 속에 갇힌 총선 지형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출마 후보들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유명한 역술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불안한 심리로 역술인을 찾은 정치인 및 정치지망생들 중 기자가 확인한 사람만 30명이 넘는다. 최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물갈이와 불출마 흐름도 역술인들이 먼저 물꼬를 텄다.



    “불안과 초조한 심정” … 당선 ‘비방’ 찾기 총동원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이 역술인 J씨를 찾은 때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노량진수산시장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 진행 중인 재판으로 인해 부담을 떨치지 못하자 측근들이 “한번 만나나 보라”고 권유해 J씨와 마주앉았다. J씨는 1월6일 전화통화에서 “당시 주의원의 관운이 매우 어려워 보여 상황을 설명한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그의 말이다.

    “정치(관)운이 끝난 것으로 보여 2004년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사업운은 썩 괜찮은 것 같아 그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물갈이에 대한 개념이 서 있지 않은 상태. 3선 고지를 노리던 주의원으로서는 불의의 일격을 맞은 셈이어서 J씨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주의원은 “왜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에 J씨는 “나한테 미래 운세를 보러 왔지 좋은 말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당신 운이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주의원을 진정시켰다.

    J씨를 만난 직후 주의원은 재판부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지만, 불출마 대열에 낄 수밖에 없었다.

    영남 출신으로 불출마 대열에 합류한 또 다른 중진 A의원의 ‘결단’ 뒤에도 스님이자 무속인인 황후 스님(경기 일산 황룡사)의 ‘비방’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은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에 부담을 느꼈지만, 12월 초순까지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는 등 강한 출마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10대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평소 우호적이던 지인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냈고 가족들도 “이제 가정으로 돌아오라”며 설득에 나선 것이다. 12월 중순, A의원은 선거 때와 연말연시면 한 번씩 찾던 황후 스님을 찾았다. 황후 스님은 A의원에게 “지금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4년 동안 고통과 후회의 나날을 보낼 것”이라고 사주를 풀어 설명했다. 고민하던 A의원은 다음날 참모에게 “불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연초 불출마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역술인 심진송씨도 최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몇몇 정치인들에게 불출마를 권유했다. 10여년 전부터 교류해오던 한나라당 중진 B의원과 또 다른 원외인사 L씨가 지난 연말 찾아오자 “이번에는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며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 연말연시 심씨를 찾은 정치인은 줄잡아 10명이 넘는다. 그 가운데 우리당 소속의원들의 측근이거나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만 6~7명에 이른다.

    금배지 주인 역술은 알고 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무속인 심진송 (왼쪽부터).

    역술인들 눈에 비친 2004년 갑신년(甲申年)의 한반도 운세는 낙관적이지 않다. 평탄치 않은 국운을 예측하는 역술인들이 의외로 많다. 상반기에는 정치·경제·사회적 충돌 점괘를 내놓는 역술인도 있다. 심진송씨는 “늦어도 6월을 전후해 정치분야의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점괘를 지난해 12월 중순 자신을 찾아온 노대통령 측근에게 전달했다.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이 지난 연말 한 역학자에게 들은 정치 기상도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역학자는 강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적장의 목을 베는 괘”라는 조대표의 신년운세를 흘렸다. 흥미를 느낀 강총장은 다른 약속을 뒤로 미룬 채 이 역술가와 마주앉았다.

    “계속 싸운다. 그리고 또 세 번 더 싸운다. 그리고 또 세 번을 더 싸워야 싸움이 끝난다. (조대표는) 1000대의 전차를 물리치고, 수컷여우(적장)를 잡는 상이다.”

    주역으로 본 조대표의 올해 운세는 이처럼 시련과 고통의 가시밭길이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이 함께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조대표의 운세가 좋다는 것은 민주당 괘도 좋다는 말로도 설명된다. 강총장에 따르면 이 역학자는 민주당 새해 운세를 “바닷속 용이 승천해 활개치는 괘”로 설명했다. 15분에서 30분 정도 묵상을 해야 사주가 없는 당(黨) 운세가 보인다고 한다.

    “폭로에도 철학이 있다”는 ‘명언’을 남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지난해 12월30일, 역술가와의 연을 스스로 폭로(?)했다. 자신을 5, 6공 인물로 분류, 인적청산 문제를 거론하자 맞대응하면서 역술가의 예언을 들고 나온 것. “올 초 역술가를 찾아갔다. 그때 그 역술가가 하는 말이 ‘10월이 되면 당신 운세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특히 젊은 애들이 당신 허파를 뒤집는다’고 하더라.”

    지난해 12월31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박근혜 의원의 바뀐 헤어스타일에 관심을 표명하다 “지금 머리모양이 문제입니까”라는 핀잔을 들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박의원의 올린 머리 스타일이 바뀐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박의원 주변에서는 “머리모양과 옷에 변화를 준 데에는 친분을 나누는 한 역술인의 조언이 숨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의원측은 “역술인의 조언을 들은 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역술인은 정치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권은 역술인과 무속인을 상대로 교묘한 여론 플레이에 나서기도 한다. 1992년 대선 당시 여권이 민자당 내 직능국과 정보기관의 종교관리팀을 총동원, 전국의 유명 역술인 등을 통해 ‘김영삼 대세론’을 전파토록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정주영 당시 국민당 후보측도 역술·무속계를 파고들어 “양김 시대는 끝나고 정도령 시대가 왔다”는 ‘천운순환론’을 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시대가 불안할수록 역술은 횡행한다. 역학에서는 수상(手相)보다는 족상(足相), 족상보다는 관상(觀相), 관상보다는 심상(心相)이 우선한다. 무엇보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불안에 떠는 출마 후보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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