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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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몸의 변화와 건전한 사랑 노래 ‘유쾌한 성교육’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1-16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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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몸의 변화와 건전한 사랑 노래  ‘유쾌한 성교육’
    막이 오르면 춘향이 배를 움켜쥔 채 소리 지른다.

    “아이고 향단아, 나 죽는다. 나 가거든 어머니 모시고 행복하게 살아라.”

    손발이 차고 배가 살살 아프더니 피가 난단다. 춘향이는 딱 죽겠는데, 향단과 월매는 싱글벙글한다. 떡을 준비한다, 음식을 준비한다 부산을 떨면서 그들은 춘향의 초경을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

    장면이 바뀌면 이번엔 몽룡이 이상하다. 간밤 꿈에 예쁜 낭자와 신나게 놀고 난 후 별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분이 묘하더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구름에 둥둥 뜬 듯 물위를 거니는 듯”이라 중얼거리며 바지를 내리는 몽룡 앞에서 방자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그의 첫 몽정을 축하한다.

    열세 살 난 춘향과 몽룡의 사춘기를 그린 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 이야기’(이하 사랑 이야기)는 갓 ‘어른’이 된 두 소년·소녀가 갑작스런 몸의 변화에 놀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충격은 어른들의 축하와 따뜻한 배려에 곧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으로 바뀐다.



    이성에게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도 발랄하다. 단옷날 그네 터에서 서로 첫눈에 반한 춘향과 몽룡은 ‘러브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기’ 시작한다. 사또의 유혹 앞에서도 몽룡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춘향의 사랑은, ‘일부종사’가 아니라 사랑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으로 그려진다.

    ‘사랑 이야기’는 어린이 창극이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몸의 변화와 사랑의 감정을 익숙한 옛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풀어낸다는 것. 성교육전문가 구성애씨의 감수를 거친 이야기 전개는 스스로 사랑을 선택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춘향과 몽룡을 통해 건강한 이성교제의 한 모델을 보여준다. 이 극이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지루한 교육극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사한 파스텔톤의 의상과 경쾌한 음악, 객석과 함께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배우의 연기는 어린 관객들도 집중하고 볼 만한 한 편의 뮤지컬처럼 짜임새 있다.

    어른 명창 못지않게 탄탄한 판소리 실력과 연기력을 갖춘 주인공을 발탁한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춘향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주리(11)와 백보현(10)은 이미 널리 알려진 꼬마 명창들. 김주리는 심청가와 수궁가를 9시간 20분에 걸쳐 연창해 판소리 최연소·최장 기록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백보현은 MBC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불러 화제를 모은 어린이다. 이들은 판소리 춘향가의 눈대목들을 빼어난 솜씨로 불러 이 작품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수준 높은 창극으로 만들어냈다. 1월25일까지, 문의 02-2274-3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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