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9월이면 경의선 철도가 연결된다. 경의선 철도 복원사업은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한걸음 다가선다는 기대와 함께, 남한과 북한 모두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 철도 연결은 한반도 끝에서 시베리아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의 지리적 통일을 의미하며, 총 연장 1만5000km에 이르는 철도 네크워크의 완성을 뜻한다.
과거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유라시아의 실크로드는 수많은 물품의 교역과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실크로드 변의 인류 문명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남-북한 철도연결사업은 우리나라에 ‘철의 실크로드’ 시대 개막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철의 실크로드’에 대한 기대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2월 말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북한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사업에 러시아측의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동-서독 철도 통합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남북 철도 통합을 위한, 그리고 대륙으로 통하는 시발역으로서의 한국 철도산업의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철도 통합 과정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동-서독은 분단 기간에도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교통교류가 지속됐다는 점이다. 동-서독으로 분리된 직후부터 양독 간에는 상호교류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 잇따른 가운데 교통부문에서도 수 차례에 걸쳐 교통교류협정이 체결됐다. 또 동-서독 간에는 국경 통과를 위한 10개의 연결 도로, 7개의 연결 철도가 있었으며, 동-서베를린 간에도 8개의 연결 지점이 있었다.
서독 정부는 분단 동안에도 동-서 연결도로 건설 등을 계기로 동독 내의 교통시설 건설에 대한 재정 및 기술 지원을 지속했다. 서독 정부의 이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통일 후 교통망 통합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독 정부가 서독과 베를린 연결 도로 보수를 위해 동독 정부에 무상 제공한 금액은 약 24억 마르크나 된다. 서독 정부는 교통 인프라 연결을 양독 간 긴장완화를 위한 매개체로 활용한 셈이다.
독일 통일의 특징 중 또 하나는 서독의 경제력에 힘입은 통일이라는 점이다. 서독은 구 소련 및 동구권 등 통독을 우려하는 주변 국가와의 외교 문제도 대부분 경제 지원으로 해결했다. 독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까지 동독 재건에 투자된 액수는 3조1000억 마르크나 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투자한 것은 1조5000억 마르크가 넘는데, 이 중 교통 부문 투자 규모는 약 2100억 마르크로 추산되고 있다. 교통부문 투자액 가운데 약 60% 정도가 철도에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통부문 투자는 통일 초기인 90∼95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교통부문의 통합이 다른 분야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는 연방 정부의 계획 때문이었다. 서독 정부는 90년 한해 동안 동독의 교통 인프라 구축에 총 30억 마르크를 투자했다. 동독의 교통정책은 철도 중심이었기 때문에 철도 밀도가 높고 총연장이 1만4000km에 달했으며, 철도의 수송분담률도 75% 이상이었다. 그러나 동독 철도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매우 낙후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요구됐다.
동독 지역 교통 인프라에 대한 이런 투자는 서독 정부가 통일과 동시에 수립한 통일 독일 교통망계획에 의해 단호하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 계획은 동-서독 간 국경이 개방된 직후인 90년 1월 동`-`서독이 공동 설립한 ‘교통망위원회’에 의해 구체화됐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2년 간에 걸친 장기계획으로 구상된 독일 연방 교통투자계획 1992(BVWP)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동`-`서독 통일에 가장 시급한 프로젝트 17개(총 675억 마르크 투자 규모)를 선정하고 이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 중 9개 프로젝트가 철도와 관련된 것이며 7개 프로젝트는 도로, 1개 프로젝트는 내륙 해운에 배정됐다. 이들 17개 프로젝트는 현재 거의 모두 완성됐으며, 그 결과 5400여 km의 철도가 현대화하거나 신설됐으며, 50% 이상의 운행시간 단축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통독 과정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첫째,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무혈혁명이기는 했지만, 일방적인 흡수통일 형식이었기 때문에 동독 사회의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서독 체제를 일률적으로 적용, 이에 따른 문제점과 불만이 야기됐다. 또한 통일 과정이 지나치게 급속하게 추진되면서 시행착오가 컸던 것으로 지적된다.
둘째, 서독의 경우 오래 전부터 통일에 대비해 왔을 뿐아니라 동-서독 간에 미미한 수준이나마 교통 교류가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독 체제의 장점을 검토-수용하고 새로운 조건을 고려한 건설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동독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셋째, 소유권의 보상 대신 반환 우선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수많은 토지소유권 분쟁이 야기되고, 이는 인프라 확충을 지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째, 서독 정부는 통일 당시 통일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또 사회적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독일의 전통상 사회간접자본인 교통 인프라 구축은 국가가 담당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통독 후 교통망 복구 및 신설을 위한 재정조달 역시 국가가 주도하려는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정부 재정적자 등 상당한 비효율이 초래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경우 북한과의 교류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남북한이 단절된 상황에서는 독일식 통일 기회가 오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남북한 간 교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교통 인프라 연계는 교통 교류 자체의 의미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차원에서의 교류를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은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남한은 경제 발전을 통한 잠재적 역량의 축적과 아울러 민자 및 해외자본 유치 등 다양한 재원 조달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경제 규모나 정부의 재원 조달 능력이 독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적극적인 민간투자유치정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남북한 철도와 TSR 대륙철도 연계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 제의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철의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과의 합작 투자는 적극 추진돼야 한다. 정치적 갈등 완화, 물류비 절감에 따른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가스 개발 등 여타 사업으로의 진출 기회를 가져오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소유권에 관한 독일의 실책을 거울삼아 우리나라는 북한의 토지 사유화 시 구 소유자에 대한 보상원칙을 채택해야 한다. 토지보상비 또한 북한 재건에 투입되어야 할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낮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동`-`서독 통합 과정에서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철도 중심 교통정책 전통을 가능한 한 살리려고 노력한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철도는 환경보호 및 에너지 효율 차원에서 21세기형 교통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다. 남북 교통망 통합에서도 북한이 비교적 잘 짜인 철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철도의 수송분담률도 매우 높다는 장점을 살려 철도 우선 교통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의선 연결은 남북 교류의 시작일 뿐이며 통일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통일에 대비하여 교통망 체계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통일 작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시간과 전문가의 부족이 지적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북한 철도를 비롯해 대륙간 철도 연계망에 관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통일 교통망 체계에 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유라시아의 실크로드는 수많은 물품의 교역과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실크로드 변의 인류 문명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남-북한 철도연결사업은 우리나라에 ‘철의 실크로드’ 시대 개막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철의 실크로드’에 대한 기대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2월 말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북한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사업에 러시아측의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동-서독 철도 통합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남북 철도 통합을 위한, 그리고 대륙으로 통하는 시발역으로서의 한국 철도산업의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철도 통합 과정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동-서독은 분단 기간에도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교통교류가 지속됐다는 점이다. 동-서독으로 분리된 직후부터 양독 간에는 상호교류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 잇따른 가운데 교통부문에서도 수 차례에 걸쳐 교통교류협정이 체결됐다. 또 동-서독 간에는 국경 통과를 위한 10개의 연결 도로, 7개의 연결 철도가 있었으며, 동-서베를린 간에도 8개의 연결 지점이 있었다.
서독 정부는 분단 동안에도 동-서 연결도로 건설 등을 계기로 동독 내의 교통시설 건설에 대한 재정 및 기술 지원을 지속했다. 서독 정부의 이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통일 후 교통망 통합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독 정부가 서독과 베를린 연결 도로 보수를 위해 동독 정부에 무상 제공한 금액은 약 24억 마르크나 된다. 서독 정부는 교통 인프라 연결을 양독 간 긴장완화를 위한 매개체로 활용한 셈이다.
독일 통일의 특징 중 또 하나는 서독의 경제력에 힘입은 통일이라는 점이다. 서독은 구 소련 및 동구권 등 통독을 우려하는 주변 국가와의 외교 문제도 대부분 경제 지원으로 해결했다. 독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까지 동독 재건에 투자된 액수는 3조1000억 마르크나 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투자한 것은 1조5000억 마르크가 넘는데, 이 중 교통 부문 투자 규모는 약 2100억 마르크로 추산되고 있다. 교통부문 투자액 가운데 약 60% 정도가 철도에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통부문 투자는 통일 초기인 90∼95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교통부문의 통합이 다른 분야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는 연방 정부의 계획 때문이었다. 서독 정부는 90년 한해 동안 동독의 교통 인프라 구축에 총 30억 마르크를 투자했다. 동독의 교통정책은 철도 중심이었기 때문에 철도 밀도가 높고 총연장이 1만4000km에 달했으며, 철도의 수송분담률도 75% 이상이었다. 그러나 동독 철도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매우 낙후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요구됐다.
동독 지역 교통 인프라에 대한 이런 투자는 서독 정부가 통일과 동시에 수립한 통일 독일 교통망계획에 의해 단호하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 계획은 동-서독 간 국경이 개방된 직후인 90년 1월 동`-`서독이 공동 설립한 ‘교통망위원회’에 의해 구체화됐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2년 간에 걸친 장기계획으로 구상된 독일 연방 교통투자계획 1992(BVWP)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동`-`서독 통일에 가장 시급한 프로젝트 17개(총 675억 마르크 투자 규모)를 선정하고 이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 중 9개 프로젝트가 철도와 관련된 것이며 7개 프로젝트는 도로, 1개 프로젝트는 내륙 해운에 배정됐다. 이들 17개 프로젝트는 현재 거의 모두 완성됐으며, 그 결과 5400여 km의 철도가 현대화하거나 신설됐으며, 50% 이상의 운행시간 단축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통독 과정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첫째,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무혈혁명이기는 했지만, 일방적인 흡수통일 형식이었기 때문에 동독 사회의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서독 체제를 일률적으로 적용, 이에 따른 문제점과 불만이 야기됐다. 또한 통일 과정이 지나치게 급속하게 추진되면서 시행착오가 컸던 것으로 지적된다.
둘째, 서독의 경우 오래 전부터 통일에 대비해 왔을 뿐아니라 동-서독 간에 미미한 수준이나마 교통 교류가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독 체제의 장점을 검토-수용하고 새로운 조건을 고려한 건설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동독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셋째, 소유권의 보상 대신 반환 우선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수많은 토지소유권 분쟁이 야기되고, 이는 인프라 확충을 지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째, 서독 정부는 통일 당시 통일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또 사회적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독일의 전통상 사회간접자본인 교통 인프라 구축은 국가가 담당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통독 후 교통망 복구 및 신설을 위한 재정조달 역시 국가가 주도하려는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정부 재정적자 등 상당한 비효율이 초래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경우 북한과의 교류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남북한이 단절된 상황에서는 독일식 통일 기회가 오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남북한 간 교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교통 인프라 연계는 교통 교류 자체의 의미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차원에서의 교류를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은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남한은 경제 발전을 통한 잠재적 역량의 축적과 아울러 민자 및 해외자본 유치 등 다양한 재원 조달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경제 규모나 정부의 재원 조달 능력이 독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적극적인 민간투자유치정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남북한 철도와 TSR 대륙철도 연계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 제의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철의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과의 합작 투자는 적극 추진돼야 한다. 정치적 갈등 완화, 물류비 절감에 따른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가스 개발 등 여타 사업으로의 진출 기회를 가져오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소유권에 관한 독일의 실책을 거울삼아 우리나라는 북한의 토지 사유화 시 구 소유자에 대한 보상원칙을 채택해야 한다. 토지보상비 또한 북한 재건에 투입되어야 할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낮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동`-`서독 통합 과정에서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철도 중심 교통정책 전통을 가능한 한 살리려고 노력한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철도는 환경보호 및 에너지 효율 차원에서 21세기형 교통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다. 남북 교통망 통합에서도 북한이 비교적 잘 짜인 철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철도의 수송분담률도 매우 높다는 장점을 살려 철도 우선 교통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의선 연결은 남북 교류의 시작일 뿐이며 통일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통일에 대비하여 교통망 체계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통일 작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시간과 전문가의 부족이 지적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북한 철도를 비롯해 대륙간 철도 연계망에 관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통일 교통망 체계에 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