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열차 사고가 한국에서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인으로서는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안전 문제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된다.
논란의 발단은 영국 중부 노스 요크셔주의 그레이트 헤크에서 지난 2월28일 발생한 고속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간 충돌 사고. 이 사고로 13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논란을 촉발시킨 측에서는 이 사고뿐 아니라 4명이 사망했던 지난해 10월의 동부연안선 열차 탈선 사고, 무려 31명의 사망자를 낸 99년 10월 런던시 패딩턴역 부근 열차 충돌 사고 등을 거론한다. 영국은 한마디로 ‘철도 사고 왕국’이라는 얘기다.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기영)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영국이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은 철도 민영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강익구 홍보국장은 “영국의 경우 철도시설과 열차 운영을 분리, 각각 민영화한 이후 시설관리를 맡은 회사에서 안전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면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침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침이란 지난 2월27일 입법예고된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 법안의 핵심은 철도시설과 운영부문을 분리(이를 보통 상하분리라고 한다), 철도시설의 건설과 관리는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건설 관련 부문을 통폐합해 설립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게 하는 한편, 여객 및 화물운송 등 운영 사업은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운영 관련 부문을 통폐합해 설립한 한국철도주식회사에서 맡도록 한다는 내용. 이 가운데 한국철도주식회사는 단계적으로 민영화한다는 계획이다.
상하분리는 과거의 철도 운영 방식이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가령 고속버스 회사의 경우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부담 없이 통행료만 지불하고 얼마든지 고속도로 상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상하분리에 의한 철도산업 구조개혁은 고속도로처럼 철도 건설 및 관리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철도 운영은 민간에 맡김으로써 철도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의도인 셈.
건설교통부는 3월19일까지 구조개혁 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올 상반기 중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 3월8일 발족한 건교부 철도산업 구조개혁 준비단 구본환 팀장은 “영국의 경우 상하분리를 통해 시설과 운영부문을 많은 회사로 분할해 문제가 많지만 우리의 경우 영국 등 유럽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점진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철도 시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팀장은 또 철도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민영화 이후의 고용불안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철도청은 그동안 철도경영개선5개년(1997~2000년) 계획에 따라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왔기 때문에 민영화 계획이 아니더라도 용역보고서 상에서 제시한 적정인력 2만9000명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철도산업 구조개혁 이후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근무체제 변경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상당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고속철 개통에 따른 운영 인력 충원도 필요하므로 고용 불안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철도산업 구조개편 저지를 위한 투쟁을 본격화할 태세여서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노-정간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3월3일부터 철도산업구조개혁법 입법예고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 철도노조 오손석 사무처장은 “입법예고 기간 중 철도노조의 뜻을 건교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그 이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철도산업 구조개편의 부당성에 대해 집중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철도노조의 현 역량을 감안하면 철도산업 구조개혁은 정부의 의지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 5, 6월경 처음으로 실시되는 노조위원장 직선제에서 ‘강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철도청으로선 부담”(철도청 구조개혁단 유재영 과장)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 제기하는 민영화 이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정기국회 당시 철도청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민영화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를 집중 거론했다. 이에 대해 정종환 철도청장은 “철도 구조개혁 이후 영국과 일본에서 안전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정부의 철도산업 구조개혁안은 영국식 모델과는 다르다. 건교부 안은 단기적으로는 단일 회사가 전국 철도의 운영을 책임지고, 중장기적으로 여객과 화물을 분할하는 방안. 철도청 구조개혁단 유재영 과장은 “영국의 경우 민영화를 했기 때문에 열차 안전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여객과 화물회사가 각각 25개, 3개사인 데다 심지어 시설 유지 보수부문도 민영화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식 모델이 아니라고 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상하분리 이후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할 것인지 여부가 철도 안전을 담보하는 열쇠인데, 이에 대한 정부 의지가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오손석 사무처장은 “정부가 그동안 도로교통 위주의 정책을 펴오면서 철도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철도노조가 2004년 고속철 개통 이후로 구조개혁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것도 그동안 철도에 충분한 투자를 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건교부 구본환 팀장은 이와 관련, “99년 제정된 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철도에 충분한 투자를 할 계획이고, 철도산업 구조개혁법에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놓았기 때문에 노동계의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법에 따라 99년 말 확정한 20년 단위의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따르면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
철도노조가 민영화 이후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과도한 인력 감축 우려가 그것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96년 이후 자구노력에 따라 철도청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5000여명의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고, 심지어는 동력차 1인 승무를 강요하고 있어 안전운행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민영화 이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에서는 나아가 “정부의 철도 민영화 안은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만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김성희 박사는 “상하분리 후 운영부문을 민영화한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운영부문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민영화에 따른 재정수입도 변변치 않고, 정부가 철도 시설 투자비로 인한 재정부담만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이호창 박사에 따르면 일본의 7개 철도 운영회사(6개는 여객부문, 1개는 화물부문) 중 혼슈지역의 3개 회사만 정부 지분 매각이 이뤄졌을 뿐 다른 지역의 경우 수익성이 없어 민영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99년 말 현재 이들 3개 회사의 정부 지분 매각률도 JR동일본이 87.5%로 가장 높고, JR서일본 68.5%, JR동해 60.3%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해 보인다. 철도산업 구조개혁이 세계적 추세라고 해서 이를 무조건 강요하기보다는, 우리 현실을 충분히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만일의 경우에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영국 중부 노스 요크셔주의 그레이트 헤크에서 지난 2월28일 발생한 고속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간 충돌 사고. 이 사고로 13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논란을 촉발시킨 측에서는 이 사고뿐 아니라 4명이 사망했던 지난해 10월의 동부연안선 열차 탈선 사고, 무려 31명의 사망자를 낸 99년 10월 런던시 패딩턴역 부근 열차 충돌 사고 등을 거론한다. 영국은 한마디로 ‘철도 사고 왕국’이라는 얘기다.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기영)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영국이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은 철도 민영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강익구 홍보국장은 “영국의 경우 철도시설과 열차 운영을 분리, 각각 민영화한 이후 시설관리를 맡은 회사에서 안전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면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침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침이란 지난 2월27일 입법예고된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 법안의 핵심은 철도시설과 운영부문을 분리(이를 보통 상하분리라고 한다), 철도시설의 건설과 관리는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건설 관련 부문을 통폐합해 설립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게 하는 한편, 여객 및 화물운송 등 운영 사업은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운영 관련 부문을 통폐합해 설립한 한국철도주식회사에서 맡도록 한다는 내용. 이 가운데 한국철도주식회사는 단계적으로 민영화한다는 계획이다.
상하분리는 과거의 철도 운영 방식이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가령 고속버스 회사의 경우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부담 없이 통행료만 지불하고 얼마든지 고속도로 상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상하분리에 의한 철도산업 구조개혁은 고속도로처럼 철도 건설 및 관리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철도 운영은 민간에 맡김으로써 철도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의도인 셈.
건설교통부는 3월19일까지 구조개혁 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올 상반기 중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 3월8일 발족한 건교부 철도산업 구조개혁 준비단 구본환 팀장은 “영국의 경우 상하분리를 통해 시설과 운영부문을 많은 회사로 분할해 문제가 많지만 우리의 경우 영국 등 유럽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점진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철도 시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팀장은 또 철도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민영화 이후의 고용불안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철도청은 그동안 철도경영개선5개년(1997~2000년) 계획에 따라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왔기 때문에 민영화 계획이 아니더라도 용역보고서 상에서 제시한 적정인력 2만9000명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철도산업 구조개혁 이후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근무체제 변경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상당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고속철 개통에 따른 운영 인력 충원도 필요하므로 고용 불안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철도산업 구조개편 저지를 위한 투쟁을 본격화할 태세여서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노-정간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3월3일부터 철도산업구조개혁법 입법예고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 철도노조 오손석 사무처장은 “입법예고 기간 중 철도노조의 뜻을 건교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그 이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철도산업 구조개편의 부당성에 대해 집중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철도노조의 현 역량을 감안하면 철도산업 구조개혁은 정부의 의지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 5, 6월경 처음으로 실시되는 노조위원장 직선제에서 ‘강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철도청으로선 부담”(철도청 구조개혁단 유재영 과장)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 제기하는 민영화 이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정기국회 당시 철도청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민영화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를 집중 거론했다. 이에 대해 정종환 철도청장은 “철도 구조개혁 이후 영국과 일본에서 안전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정부의 철도산업 구조개혁안은 영국식 모델과는 다르다. 건교부 안은 단기적으로는 단일 회사가 전국 철도의 운영을 책임지고, 중장기적으로 여객과 화물을 분할하는 방안. 철도청 구조개혁단 유재영 과장은 “영국의 경우 민영화를 했기 때문에 열차 안전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여객과 화물회사가 각각 25개, 3개사인 데다 심지어 시설 유지 보수부문도 민영화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식 모델이 아니라고 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상하분리 이후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할 것인지 여부가 철도 안전을 담보하는 열쇠인데, 이에 대한 정부 의지가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오손석 사무처장은 “정부가 그동안 도로교통 위주의 정책을 펴오면서 철도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철도노조가 2004년 고속철 개통 이후로 구조개혁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것도 그동안 철도에 충분한 투자를 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건교부 구본환 팀장은 이와 관련, “99년 제정된 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철도에 충분한 투자를 할 계획이고, 철도산업 구조개혁법에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놓았기 때문에 노동계의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법에 따라 99년 말 확정한 20년 단위의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따르면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
철도노조가 민영화 이후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과도한 인력 감축 우려가 그것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96년 이후 자구노력에 따라 철도청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5000여명의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고, 심지어는 동력차 1인 승무를 강요하고 있어 안전운행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민영화 이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에서는 나아가 “정부의 철도 민영화 안은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만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김성희 박사는 “상하분리 후 운영부문을 민영화한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운영부문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민영화에 따른 재정수입도 변변치 않고, 정부가 철도 시설 투자비로 인한 재정부담만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이호창 박사에 따르면 일본의 7개 철도 운영회사(6개는 여객부문, 1개는 화물부문) 중 혼슈지역의 3개 회사만 정부 지분 매각이 이뤄졌을 뿐 다른 지역의 경우 수익성이 없어 민영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99년 말 현재 이들 3개 회사의 정부 지분 매각률도 JR동일본이 87.5%로 가장 높고, JR서일본 68.5%, JR동해 60.3%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해 보인다. 철도산업 구조개혁이 세계적 추세라고 해서 이를 무조건 강요하기보다는, 우리 현실을 충분히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만일의 경우에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