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망률(1000명 당 14.7명), 낮은 출생률(1000명 당 12.9명), 지난 10년 간 결혼율 30% 하락, 이혼율 60% 증가. 러시아 여인의 전체 임신 중 3분의 2가 낙태로 추정, 살인사건 발생률 10만명 당 20명(미국의 3배), 하루 평균 자살인구 146명, 러시아 인구의 7분의 1이 넘는 200만 명이 알코올 중독자, 러시아 남성 평균 수명 59세(여성은 72세).
지난해 발표된 각종 통계로 본 러시아의 모습이다. 이 상태대로라면 현재 1억4640만명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인구가 2015년 1억3400만명, 2050년에는 80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구 감소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개탄할 만도 하다.
여기에 대해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유형이며, 경제가 어려운 제3세계 국가나 아프리카, 아시아의 몇몇 국가는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이 기준으로 보면 개방 이후 아직도 경제-사회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러시아의 낮은 출산율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는 어떤 의미에서 예고된 재앙이다.
인구학 이론에 따르면 한 사회는 여러 가지 요인(수입 증가, 여성들의 가사노동 해방,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높은 출산율과 높은 사망률 단계에서 낮은 출산율과 평균수명의 연장 단계로 이행한다. 현재 전세계 여성은 평균 3명의 아이를 출산한다. 사하라 남부에 위치한 국가들에서는 일반적으로 6~6.5명의 아이를 낳는다. 반면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국민소득을 올리는 국가(이러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44%에 달한다)에서 여성은 2명 이하의 아이를 낳는다.
러시아는 이미 1920년에서 1970년 사이에 도시집중화와 교육혁명에 힘입어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단계를 거쳤다. 그래서 현재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사망률이 높은 후진국형임에도 출산율만큼은 선진국형을 따르고 있어 결과적으로 인구 격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쨌든 저조한 출산 때문에 러시아는 급격한 인구 감소에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노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물론 아직까지 러시아의 노령화는 일본만큼 심각하지 않다 (1990년대 말 조사에 의하면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에 달했으며, 2050년이 되면 그 수는 30%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가능한 러시아인은 매해 50만명씩 줄어들고 있다. ‘21세기에는 과연 누가 러시아를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면 러시아민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감도 나돈다. 그래서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다양한 ‘유토피아적’ 방안이 등장하고 있다. 모스크바시 전 시장인 가브릴 포포프는 러시아 여성의 출산율을 2~3배 가량 더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가족회복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출산율을 2배로 늘리라는 것은 평균 신장을 5m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적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선뜻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출산장려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인구격감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엄청난 재원이 드는 출산장려 정책은 기껏해야 여성의 출산 연령을 앞당기는 정도이지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가능 연령을 높이고 미성년자 고용제한을 낮춰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한 정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겠지만,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물론 생산성 증가에 희망을 걸 수도 있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는 기술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선진 유럽 국가의 예를 보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려면 교통망의 발달과 노동문화의 향상 등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사실 그런 국가들이 경제적 기반을 쌓을 당시에는 출산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게다가 노동력 보충을 위해 해외 이민자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해외 이민자에 대해서라면 러시아도 희망이 있다. 매해 러시아로 들어오는 이민자 수는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보다 35만에서 40만명 가량 더 많다. 게다가 불법 체류 외국인까지 합한다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은 주로 구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과 중국, 베트남 출신들이다. 과거 러시아의 외국인들은 선진 사회주의국가를 배우기 위한 유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유학생 수도 줄어들었고 대신 그 자리를 무역이나 노동 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정치적 망명자들도 적지 않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 이민자들을 될 수 있는 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농촌으로 내몰았다. 외국 이민자들이 범죄를 양산하며 마약을 유포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을 지방에 고립시키고 수입의 원천을 막아버리는 게 러시아 이민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비인도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민문제 연구소장인 잔나 자이온취콥스카야는 “차라리 외국 이민자들을 도시에서 2년 정도 적응시켰더라면 스스로 직업과 거주지를 찾아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처음부터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바람에 떠돌이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사회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기의 문화권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사회계층보다는 범죄조직에 연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이 마피아조직에 가담하는 원인 중 하나가 러시아인의 외국인 혐오증과 민족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혐오스러운’ 외국인을 그들의 사회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될 러시아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러시아는 핀-우고르족, 터키족 등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섞여왔다. 그러므로 오늘날 러시아 민족의 조상은 슬라브족뿐 아니라, 핀-우고르인과 터키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얀 피부에 금색이 도는 붉은 머리카락, 파란 눈을 가진 ‘순종 러시아인’을 거리에서 만나기란 더 이상 쉽지 않다. 이제는 어떠한 인류학적 특성도 한 사람의 민족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는 시대다.
아직까지 러시아 정부는 노동력 부족현상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설령 그런 어려움을 인식한다 해도 외국인들에게까지 국가가 어떤 재정적 보조를 해줄 여력이 없다. 러시아는 합리적이고 정확한 이민정책과 열린 사회의 질서, 영주권 획득을 위한 규칙들을 지금부터 정비해야만 한다. 90년대 초 개혁과 더불어 부를 축적한 계층을 ‘신러시아인’ (노브이 루스키)이라고 했지만, 그 말이 문자 그대로 러시아로 이민 오는 외국인들을 가리키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각종 통계로 본 러시아의 모습이다. 이 상태대로라면 현재 1억4640만명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인구가 2015년 1억3400만명, 2050년에는 80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구 감소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개탄할 만도 하다.
여기에 대해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유형이며, 경제가 어려운 제3세계 국가나 아프리카, 아시아의 몇몇 국가는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이 기준으로 보면 개방 이후 아직도 경제-사회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러시아의 낮은 출산율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는 어떤 의미에서 예고된 재앙이다.
인구학 이론에 따르면 한 사회는 여러 가지 요인(수입 증가, 여성들의 가사노동 해방,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높은 출산율과 높은 사망률 단계에서 낮은 출산율과 평균수명의 연장 단계로 이행한다. 현재 전세계 여성은 평균 3명의 아이를 출산한다. 사하라 남부에 위치한 국가들에서는 일반적으로 6~6.5명의 아이를 낳는다. 반면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국민소득을 올리는 국가(이러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44%에 달한다)에서 여성은 2명 이하의 아이를 낳는다.
러시아는 이미 1920년에서 1970년 사이에 도시집중화와 교육혁명에 힘입어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단계를 거쳤다. 그래서 현재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사망률이 높은 후진국형임에도 출산율만큼은 선진국형을 따르고 있어 결과적으로 인구 격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쨌든 저조한 출산 때문에 러시아는 급격한 인구 감소에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노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물론 아직까지 러시아의 노령화는 일본만큼 심각하지 않다 (1990년대 말 조사에 의하면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에 달했으며, 2050년이 되면 그 수는 30%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가능한 러시아인은 매해 50만명씩 줄어들고 있다. ‘21세기에는 과연 누가 러시아를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면 러시아민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감도 나돈다. 그래서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다양한 ‘유토피아적’ 방안이 등장하고 있다. 모스크바시 전 시장인 가브릴 포포프는 러시아 여성의 출산율을 2~3배 가량 더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가족회복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출산율을 2배로 늘리라는 것은 평균 신장을 5m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적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선뜻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출산장려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인구격감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엄청난 재원이 드는 출산장려 정책은 기껏해야 여성의 출산 연령을 앞당기는 정도이지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가능 연령을 높이고 미성년자 고용제한을 낮춰줄 것을 건의했다. 그러한 정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겠지만,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물론 생산성 증가에 희망을 걸 수도 있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는 기술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선진 유럽 국가의 예를 보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려면 교통망의 발달과 노동문화의 향상 등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사실 그런 국가들이 경제적 기반을 쌓을 당시에는 출산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게다가 노동력 보충을 위해 해외 이민자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해외 이민자에 대해서라면 러시아도 희망이 있다. 매해 러시아로 들어오는 이민자 수는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보다 35만에서 40만명 가량 더 많다. 게다가 불법 체류 외국인까지 합한다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은 주로 구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과 중국, 베트남 출신들이다. 과거 러시아의 외국인들은 선진 사회주의국가를 배우기 위한 유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유학생 수도 줄어들었고 대신 그 자리를 무역이나 노동 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정치적 망명자들도 적지 않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 이민자들을 될 수 있는 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농촌으로 내몰았다. 외국 이민자들이 범죄를 양산하며 마약을 유포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을 지방에 고립시키고 수입의 원천을 막아버리는 게 러시아 이민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비인도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민문제 연구소장인 잔나 자이온취콥스카야는 “차라리 외국 이민자들을 도시에서 2년 정도 적응시켰더라면 스스로 직업과 거주지를 찾아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처음부터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바람에 떠돌이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사회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기의 문화권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사회계층보다는 범죄조직에 연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이 마피아조직에 가담하는 원인 중 하나가 러시아인의 외국인 혐오증과 민족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혐오스러운’ 외국인을 그들의 사회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될 러시아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러시아는 핀-우고르족, 터키족 등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섞여왔다. 그러므로 오늘날 러시아 민족의 조상은 슬라브족뿐 아니라, 핀-우고르인과 터키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얀 피부에 금색이 도는 붉은 머리카락, 파란 눈을 가진 ‘순종 러시아인’을 거리에서 만나기란 더 이상 쉽지 않다. 이제는 어떠한 인류학적 특성도 한 사람의 민족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는 시대다.
아직까지 러시아 정부는 노동력 부족현상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설령 그런 어려움을 인식한다 해도 외국인들에게까지 국가가 어떤 재정적 보조를 해줄 여력이 없다. 러시아는 합리적이고 정확한 이민정책과 열린 사회의 질서, 영주권 획득을 위한 규칙들을 지금부터 정비해야만 한다. 90년대 초 개혁과 더불어 부를 축적한 계층을 ‘신러시아인’ (노브이 루스키)이라고 했지만, 그 말이 문자 그대로 러시아로 이민 오는 외국인들을 가리키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