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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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강봉균 원장 ‘모셔오기’ 의혹

후보 지원서 제출 앞두고 심사 기준 변경…공모제, 사장추천 등 무늬만 바뀐 공기업 인사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

    입력2005-02-17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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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강봉균 원장 ‘모셔오기’ 의혹
    최근 공모를 통해 취임한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이 후보 지원서를 제출하기 1주일 전인 지난 2월13일, KDI 원장 선임 권한을 가진 경제사회연구회가 원장 후보자 심사 기준을 비전문가에 유리하도록 변경해 ‘특정인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제사회연구회 산하 연구기관장 후보자 채점 심사기준은 △해당분야 전문지식 △연구원 경영에 대한 경륜과 지도력 △기관 경영혁신 능력 △ 국제화 정도 및 기여도 등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사회연구회는 출범 이후 여태까지 산하 14개 연구기관 중 8개 연구기관장을 선출할 때까지만 해도 △전문지식 35% △경영 지도력 35% △경영 혁신 능력 20% △국제화 정도 10%의 기준을 적용해 왔으나 KDI 원장 선임을 앞둔 지난 2월13일자로 이 기준을 변경해 전문지식 비중을 25%로 낮추고, 경영 지도력을 40%로, 경영혁신 능력을 25%로 각각 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이 채점 기준 변경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강 전 장관의 KDI 원장 취임을 돕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사회연구회 관계자는 “그동안 산하 연구기관장을 공모하면서 연구 실적은 있지만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연구원장에 임명돼 왔다는 일부 이사들의 의견에 따라 후보 심사 기준을 변경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심사기준을 변경하기 위한 이사회 결의 내용의 정확한 공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KDI, 강봉균 원장 ‘모셔오기’ 의혹
    게다가 정부는 최근 국책 연구기관장을 뽑기 위한 이사의 숫자를 3명이나 줄여 정부의 입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가 출연 연구기관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인문사회연구회, 경제사회연구회 등 통합 이사회의 이사 숫자를 ‘15명 이내’에서 ‘12명 이내’로 줄이는 개정안을 확정해 국무회의 의결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각 이사회가 3월14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민간이사들의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아 이미 통합 이사회 숫자는 12명으로 운영되는 형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위원장+국무조정실장 및 각 부처 차관 등 당연직 이사 5명+선임직 민간 이사 9명 등 총 15명으로 운영되던 이사회 구도는 뒤바뀌게 돼 위원장+정부측 인사 5명+민간 이사 6명으로 위원장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정부측과 민간이사 진영이 가부동수로 운영되게 된다. 한 민간이사는 “사실상 정부와 민간의 가부동수 구조를 만들어 친 정부적인 위원장으로 하여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 신임 원장의 KDI 취임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공기업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공기업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 선임에서 정부는 낙하산 논란을 비켜가면서도 정부측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기 위한 묘수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연구기관장 임명에는 공모제 방식을 도입하고, 공기업 사장 임명에는 사장추천위원회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추천, 임명 방식을 따라야 하는 정부 산하기관은 조폐공사, 토지공사 등 정부투자기관 13개와 민영화 특별법 대상인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를 비롯한 4개의 정부출자기관 등 모두 17개의 공기업들이다.



    그러나 사장추천위원회 제도의 경우, 투명한 임명 절차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주변에서 후임 사장으로 소문이 무성하던 인사들이 추천위원회를 통해 그대로 임명되고 있는 형편이다. 조폐공사 유인학 사장이나 토지공사 사장에 임명된 자민련 출신의 김용채 사장, 한국관광공사 조홍규 사장 등이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한편 이러한 관행은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민은행의 경우 정부가 최대주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반적 은행장 선임 과정인 행장추천위원회 방식을 무시하고 외부 인사 중심의 경영자 선정 위원회를 구성해 김상훈 금감원 부원장을 국민은행장으로 밀어넣어 빈축을 산 바 있다.

    사장추천위원회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 선임 방식인 공모제와는 다소 다른 것으로 단순히 해당 공기업의 비상임 이사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 추천위원회에서 임명권자인 정부에 후임 사장을 ‘추천만’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외부 전문 경영인 영입이나 투명한 인사 관행 정착이라는 사장추천위원회의 취지는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장추천위원회에서도 외부 추천을 받아 2배수 또는 3배수로 사장 후보를 임명권자에게 올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 사전 내락설의 주인공들이 사장에 임명되어 왔다. 관광공사 이득렬 사장 임명 당시에는 시민단체 활동가이기도 한 모 교수가 추천위원장을 맡아 이사장을 제청하자 이 공기업 노조가 이교수에게 격하게 항의해 차기 사장인 조홍규 사장 임명을 위한 추천위원회에는 불참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제도 자체가 정부 낙점 이외의 외부 인사를 임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공기업의 비상임 이사, 즉 사외이사는 기획예산처가 임명권을 갖고 있고 민간위원은 해당 공기업 이사회가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 구성 자체가 정부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 지분율이 높은 정부투자기관 또는 출자기관에 정부의 의중을 대변하는 최고경영자가 임명되는 것 자체가 시비거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임명된 대부분의 공기업 사장들이 해당 분야 업무와는 무관한 정치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임명식 제도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장추천 방식에 대해 ‘무늬만 바꾼 새로운 임명방식’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세대 박상기 교수(법학)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인간 관계와 교제 범위가 넓다는 이유만으로 임명되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전제한 뒤 “공기업 사장 추천에도 관련업계에서의 경험을 고려하는 등 일정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이들 17개 대상기관 중 공석중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제외하면 16개 기관장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호남 지역 출신으로 지역 편중 논란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도표’ 참조). 특히 이러한 방식으로 임명된 공기업 사장이나 연구기관장들 중 실적 미비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인사는 한 명도 없는 형편이다. 이는 그동안 실적 위주의 공기업 인사 방침을 밝혀온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장추천위원회나 공모제 형식의 인사 방식이 지금처럼 형식적 절차로만 운영되는 한 공기업 인사의 투명성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주대 정정목 교수(행정학)는 “기관장 선발위원회에 포함된 인사들은 스스로 어떤 이유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혀야만 위원회의 책임성을 높여 인사의 공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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