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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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음악이 살아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②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11-24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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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타프 말러’ 음악이 살아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예술궁전의 콘서트홀(왼쪽)과 구스타프 말러 흉상.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페라극장에 ‘토스카’를 보러갔을 때 실은 공연보다 더 보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이 극장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했던 구스타프 말러의 흔적이었다. 필자는 ‘말러 서거 100주년’이던 2011년 빈, 프라하,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등 말러가 지휘자로 일했던 주요 도시들을 돌아보는 ‘말러 투어’를 감행한 적이 있다. 부다페스트는 당시 일정상 건너뛰어야 했던 회한의 도시였다.

    극장 안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다 두 번째 인터미션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말러 흉상을 발견했다. 극장 좌측 계단실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마주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다만 말러가 이 극장에서 일했을 때는 청년이었는데 흉상은 중년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은 의외였다.

    이튿날 오후, 이 도시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 공연에서 다시 말러를 만났다. 이 공연은 부다페스트 남부 라코치 다리 근처 예술궁전(Palace of Arts)에서 열렸다. 구시가 중심부에서 강변을 따라 달리는 2번 트램을 타고 15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이 현대식 건물은 부다페스트 클래식 공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2005년 개관했다.

    예술궁전 안에는 버르토크 국립 콘서트홀, 루트비히 박물관, 축제극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광활한 로비는 디자인과 공간 배치 모두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1층 서점과 음반점 사이 넓은 복도 공간에서는 프리렉처가 한창이었다. 뜻밖에 영어가 들려서 가까이 가보니 영국식 억양으로 열강하고 있는 강연자 얼굴이 낯익다. 객석에는 BFO 음악감독 이반 피셰르도 앉아 있다. 나중에 확인한 강연자는 짐작했던 대로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음악평론가인 노먼 레브레히트였다.

    공연이 진행된 버르토크 국립 콘서트홀은 고전적인 ‘슈박스’ 형태를 응용한 구조로 1699석이다. 화려하기보다 단정하면서 특색 있는 디자인에 대형 파이프오르간과 가변식 음향반사판을 갖춘 현대식 콘서트홀이다. 선명한 소릿결, 정갈하고도 메마르지 않은 울림을 빚어내는 훌륭한 음향공간이 부럽기만 했다.



    ‘구스타프 말러’ 음악이 살아 있다

    예술궁전 로비에서 진행된 프리렉처 모습.

    이날 공연 1부에선 이반 피셰르가 지휘한 BFO의 반주로 그리스 바리톤 타시스 크리스토야니스가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스웨덴 소프라노 미아 페르손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두 가수 공히 준수한 노래를 들려줬고, 크리스토야니스의 음색은 얼핏 미국의 명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을 떠올리게 했다.

    2부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4번’이 연주됐다. 피셰르와 BFO는 이미 수 년 전 음반(Channel Classics)을 통해 탁월한 연주를 들려준 바 있는데, 이 공연 연주는 그보다 한결 자유롭고 풍부했다. 비록 소소한 실수는 있었지만 지휘자와 악단이 작품 특유의 재미와 즐거움,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능숙하고 감흥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 음반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페르손이 다시 한 번 등장해 마지막 악장의 독창을 낭랑한 목소리로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부다페스트 청중의 열광적인 ‘기차 박수’와 BFO 단원들이 아카펠라 합창으로 선사한 앙코르의 여운을 뒤로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도나우(다뉴브) 강 저편 하늘이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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