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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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기대된다, 록의 계절이

2013년 여름 록페스티벌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05-20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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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기대된다, 록의 계절이

    2012년 7월 27일 경기 이천시에서 열린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어느덧 1년 내내 음악축제가 열리는 나라가 됐다. 여름 록페스티벌로 시작한 행사는 가을, 봄, 그리고 겨울까지 이어진다. 2006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펜타포트) 개최가 처음 발표됐을 때 감격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는 7, 8월에만 페스티벌 5개가 열린다. 초기 페스티벌이 마니아를 위한 축제였다면 지금은 여가 개념에 가까워졌다는 점도 큰 변화다. 피크닉이나 휴가 자리에 페스티벌이 자리 잡은 셈이다.

    블록버스터의 계절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은 단연 ‘밸리록페스티벌’(밸리록)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렸던 지산리조트를 떠나 올해는 안산 대부도로 옮긴다. 라인업은 막강하다. 나인인치네일스, 스크릴렉스, 큐어가 헤드라이너다. 허리도 튼튼하다. 스테레오포닉스, 마이블러디밸런타인, 뱀파이어위크엔드, 더엑스엑스 등 관록의 뮤지션과 막강 신예가 두루두루 빈틈을 메운다. 박정현, 국카스텐 등 국내 라인업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장소다. 대부도 간척지에 조성 중인 전용 사이트는 세계 최대 록페스티벌인 글래스턴베리가 열리는 워시 팜이 모델이라고 한다. 무대를 중심으로 완만한 언덕이 있는 구조다. 글래스턴베리에 갔던 경험을 토대로 감히 말하자면, 공연을 보기엔 그만한 환경이 없다. 무대 펜스를 붙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해질녘 구릉에 앉아 느긋하게 공연을 보는 묘미를 맛보게 된 셈이다.

    페스티벌 불모지이던 이 땅에 록의 신이 내리는 가호를 이끌어낸 펜타포트. 2006년부터 꾸준히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매년 개최한다는 것만으로도 록 팬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인천 내 여러 곳을 전전하다 올해는 다시 송도로 간다. 8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올해 펜타포트는 아직 많은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신나는 펑크 사운드 덕에 그린데이 후계자로 꼽히는 폴아웃보이가 있고, 1980년대 헤비메탈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스키드로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들국화가 무대에 선다. 지난해 밸리록에서 뮤지션들이 최고의 공연으로 꼽았던 들국화의 공연을 헤드라이너 무대로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살아 있는 전설의 재림을 아직 목격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올해 펜타포트에 가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밸리록과 펜타포트가 교외에서 열린다면 도심형 페스티벌도 만만찮다. 먼저 후지록페스티벌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인 서머소닉과 연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슈퍼소닉’이 기다린다. 올해 라인업 가운데 눈에 띄는 뮤지션은 무엇보다 펫숍보이스, 그리고 조용필이다. 2010년 밸리록을 통해 감동의 무대를 선보였던 펫숍보이스를 다시 만난다는 점도 설레지만, 조용필의 등장은 말 그대로 끝판왕의 강림이라 할 만하다.

    조용필은 그동안 단독 공연만 고수해왔다. 조인트 공연은 물론, 이은미 급의 실력자가 아니면 다른 가수를 자기 무대에 세운 적도 없다. 그런 그가 페스티벌에 몸을 맡겼다는 건 가볍게 볼 수 없는 의미가 있다. 흥행을 떠나 한국 페스티벌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한국의 많은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문화 마케팅을 펼쳐온 현대카드도 페스티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티 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8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헤드라이너 딱 2팀만 발표됐다. 메탈리카와 뮤즈. 그리고 이것만으로 게임은 끝났다. 뮤즈는 펜타포트와 밸리록을 포함해 총 4번 내한했다. 모두 매진이었다. 늘 공연장이 폭발했다. 그리고 메탈리카. 그들의 업적을 설명하는 것은 지면 낭비다. 하나만 말하자. 그들은 잠실종합운동장을 꽉 채울 수 있는 유일무이한 록밴드다. 제임스 헷필드를 울컥하게 했던 ‘기타 솔로 떼창’을 이번 세 번째 내한 공연에서도 들을 수 있을까. 2006년 8월 15일을 ‘록의 광복절’로 만들었던 메탈리카의 이름만으로도 ‘시티 브레이크’의 남성 관객 비율은 확 올라가리라.

    여름은 더는 바캉스의 계절이 아니다. 록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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