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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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셔 심신 미약 법원의 정의를 믿노라!

주취감경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1-05-23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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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마셔 심신 미약 법원의 정의를 믿노라!

    서울시내 한 파출소에서 한 취객이 귀가를 종용하는 경찰에게 지갑을 집어 던지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5년간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폭력, 공무집행방해 등 강력 범죄 가운데 음주자가 저지른 범죄는 평균 36.7%였다. 살인 36.9%, 강도 13.5%, 강간 34.2%, 방화 44.9%, 폭력 44.4%였고, 공무집행방해는 58.5%로 절반을 넘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강력 범죄의 상당 부분을 술을 마신 사람이 저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법적으로는 오히려 감경 사유로 작용한다. 이것을 소위 ‘주취감경’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많다.

    많은 사람이 ‘조두순 사건’을 경험하면서 특히 아동성폭행범에게 주취감경을 허용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여론의 공감을 얻어왔다. 이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10년 아동성범죄의 경우 주취 상태를 양형 감경 요소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주취감경은 법률 용어도 아니며,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체만으로 반드시 감경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상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라고만 규정한다. 즉, 술을 마셔서 심신 미약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감경하는 것이다. 범인이 범행 당시 술을 마셔서 심신 미약 상태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법원의 몫이다.

    심신 미약에 따른 감경의 이론적 근거는 ‘형벌 목적은 범행에 이르게 된 범인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응징’이라고 보는 주관주의 형벌론이다. 그러나 ‘형벌 목적은 범죄를 예방하고 교화와 격리를 통해 재범을 막음으로써 사회를 방위하는 데 있다’는 객관주의 형벌론에 근거해 양형할 수도 있다.



    심신 미약 외에도 감경 사유는 실제 재판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흔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력 범죄나 고위층 범죄의 경우 법정형이 높은 것으로 알지만, 실제 재판에서 선고한 형량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는 몇 년 이상의 형을 받는 죄에 해당한다”고 말하면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곤 한다. 그러나 이때의 형은 법정형이며, 실제로 선고한 형은 대부분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형을 선고하는 과정을 보면 법률이 규정한 법정형이 있고, 법정형에 다시 가중 또는 감경 사유를 적용해 형의 범위를 계산한 처단형이 있다.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재판부가 양형하고, 실제 선고형을 결정한다. 가중 사유로는 경합범, 누범, 상습범이 있고, 감경 사유로는 심신 미약, 미수, 자수, 작량감경이 있다. 전과가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처단형을 결정할 때 가중 사유보다 감경 사유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감경 사유는 중복해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작량감경의 경우에는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되기 때문에 재판부의 재량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선고하는 형이 낮다 보니, 중한 사안에 대해 법정형을 높여 놓은 특별 형법만 계속 제정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법 현실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이러한 특별 형법이다.

    감경 사유는 법정형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구실도 한다. 배가 고파 가게에서 빵 한 조각을 훔쳐 나오다 주인에게 발각되자 주인을 밀고 도망쳤는데, 그 주인이 넘어져 찰과상을 입었다면 강도상해죄에 해당한다. 강도상해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초범인 경우 위와 같은 행위로 적어도 7년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면 너무 가혹할 것이다.

    결국 감경 사유는 정의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주취감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을 정의롭게 운영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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