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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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 수 가르침에 ‘꿀 먹은 벙어리’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김선미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kimsunmi@donga.com

    입력2007-07-04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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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한 수 가르침에 ‘꿀 먹은 벙어리’

    이장무 서울대 총장(왼쪽)과 노무현 대통령.

    “서울대도 자존심 때문에 입장이 그러면(내신 1, 2등급에 만점 준다는) 정부도 어쩔 도리 없이 상응하는 조치를 면제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다. 정부도 힘든 일을 하지 않고 대학도 잘되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노무현 대통령)

    “국채(교육재원 조달용) 말하기 정말 어렵다. 막판에 국채라도 하자 했는데 다행히 우리 재정당국과 예산당국이 잘해줘서 감사하다. 이참에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박수 한번 치시죠.”(노 대통령)

    6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 총장과의 토론회’에서 대학 총장들이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훈시를 들었다. 국립대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립대 총장은 이사회에서 임명하지만, 총장은 한 대학의 우두머리이자 지성의 대표자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듣고 침묵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김광웅 서울대 교수(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는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훈시하는 걸 좋아한다. 자신이 훈장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152개 대학 총장들을 불러놓고 모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장시간 훈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장호완 서울대 교수협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토론을 빙자한 코미디였다. 대학의 수장인 총장들을 불러모아 면박 주는 일을 보면 이 정권이 얼마나 권력을 즐기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토론회 자리에서 총장들이 대부분 침묵을 지킨 것을 두고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듯 총장들이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최고의 지성인 총장들이 용기를 보이는 것도 교육이다”고 비판했다. 김종호 경희대 교수는 “대통령은 힘으로, 총장들은 입 다물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교육은 죽는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몰고 온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서울대는 7월3일 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평의원회 본회의에서 2008년 대입에서 내신(학생부 성적) 실질반영비율을 50%로 높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을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교수들도 7월4일 교수의회를 소집해 교육부 방침 수용 여부와 행정·재정적 제재 압박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사립대는 노 대통령이 ‘최후통첩’을 한 것에 대해 교육부 방침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지만,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청와대 토론회 이후에도 “내신 1, 2등급에 모두 만점을 주기로 한 당초 방침은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는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이미 발표한 입시안을 유지해야 하는 신뢰 문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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