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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많은 12월. 와인 한 병씩 가져와 함께 즐기는 만남도 잦다. 이럴 때 어떤 와인이 좋을까. 여러 음식과 두루 어울리고 참석자의 다양한 입맛에도 맞는 와인이라면 독일산 리슬링 카비네트(Riesling Kabinett)가 추천할 만하다. 화이트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향긋한 과일향에 상큼한 산도까지 갖췄으니 안성맞춤이다.
독일 와인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낯설다. 독일이 맥주의 나라로 더 익숙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일은 로마로부터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배운 뒤 2000년 이상 와인을 생산해온 나라다. 리슬링은 독일 토착 품종으로 과일향, 꿀향, 꽃향이 좋고 산도가 높다. 독일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인 라인 강 유역에서 자라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포도 당도가 높지 않다. 그래서 강한 산도와 균형을 맞추려고 와인에서 단맛이 나도록 양조한다.
독일에서는 최고급 와인을 프레디카츠바인(Pra¨dikatswein)으로 분류한다. 프레디카츠바인은 포도 당도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 카비네트 등급은 가장 기본적인 포도 당도를 의미한다. 리슬링 카비네트는 복숭아 같은 과일향, 화사한 꽃향, 달콤한 꿀향, 상큼한 산도가 어우러진 우아한 와인이다. 당도가 강하지 않아 진한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은은한 단맛이 맵고 짠맛을 중화하기 때문에 자극이 강한 한식과도 잘 맞는다. 9~10%의 낮은 알코올 도수도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리는 요소다. 알코올이 강한 와인은 맵고 짠맛과 부딪혀 쓴맛을 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카비네트보다 단맛이 적은 와인도 있다. 카비네트 파인헤르프(Feinherb)는 단맛이 살짝 느껴지는 정도, 카비네트 트로켄(Trocken)은 당도가 없는 드라이한 와인이다. 해산물이나 샐러드처럼 가벼운 요리에는 카비네트 트로켄이, 두부나 편육처럼 담백한 음식에 양념장을 살짝 곁들일 때는 카비네트 파인헤르프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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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와인은 타닌이 없어 대체로 병 숙성에 적합하지 않지만 리슬링은 산도가 강해 30~100년의 숙성 잠재력을 보인다. 최근 맛본 1967년산 독일 리슬링은 그윽한 과일향, 쌉쌀한 견과류향, 매콤한 담배향, 은은한 단맛 등 복합미가 뛰어났다. 시간이 흘러 기억은 아련하지만 달콤하게 남아 있는 옛 추억 같은 맛이었다. 어린 와인은 감미롭고, 묵은 와인은 매력적인 리슬링. 소중한 사람들과 2016년을 마무리하며 나누기에 좋은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