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전 의원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다만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이 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안다.”
홍 전 의원과 가까운 A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홍 전 의원은 2007년과 201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잇달아 맡았던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그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그다음 달인 지난해 9월 불법정치자금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자 “대선을 앞둔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전격 탈당했다.
‘정치적 호위무사’ 서청원 복귀
그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열린 올해 1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과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홍 전 의원은 항소를 포기했다. 당시 ‘6선(選)의원 출신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홍 전 의원의 정치생명은 끝났다’ ‘대선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에도 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A씨는 일찌감치 홍 전 의원이 맡게 될 직책까지 알았고, 당시 민화협을 이끌던 김덕룡 상임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춰 입성한다는 예언도 했다.
실제 홍 전 의원은 10월 2일 열린 민화협 공동의장단회의를 통해 대표 상임의장으로 추대됐다. 임기 1년을 남긴 김덕룡 당시 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까지 A씨 예언 그대로였다. 홍 전 의원을 상임의장에 기용한 일은 여론의 비판을 받는 인물이라도 챙길 사람은 꼭 챙기는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의 단적인 사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을 오래전부터 음양으로 도와온 ‘올드 보이’가 속속 귀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사람을 포함해 친박계 원로를 핵심 포스트에 대거 포진시켰다. 가장 최근에는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소장파들의 반발을 뚫고 10·30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공천을 따냈다. 청와대나 서 전 대표 모두 부인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서청원 공천’을 직접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청와대가 서 전 대표를 정치권에 복귀시키려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김 의원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깊고 정치적 욕망이 없는 서 전 대표를 차출했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서 전 대표에게 ‘정치적 호위무사’ 임무를 맡기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서 전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무한대에 가깝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치른 18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했을 때 서 전 대표가 친박연대를 결성하고,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들도 적극 지원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당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을 합쳐 26명이 생환했다. 나중에 그들은 여당 속 야당 구실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탄생의 원동력이 된다.
홍 상임의장과 서 전 대표 외에도 박 대통령 주변에 올드 보이가 부쩍 많이 모여들고 있다. 인물 공급처는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만들어진 7인회 멤버는 좌장인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현 대통령비서실장), 현경대 전 의원(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전 의원(현 국회의장)이다.
지난해 5월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7인회가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자 모임을 자제했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7인회 멤버가 다시 부상했다. 모임 막내인 강창희(67)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세론’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입법부 수장에 오름으로써 첫 테이프를 끊었다. 강 의장은 박 대통령이 처음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17대 총선을 전후해 인연을 맺었다. 특히 2004년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출마를 망설이자 “이렇게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아버지(박 전 대통령)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느냐”고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박 대통령 취임 후에는 7인회 멤버인 현경대 전 의원이 5월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발탁됐다. 현 수석부의장은 정수장학회 출신. 정수장학회는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 모임인 청오회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가 있는데, 현 수석부의장은 상청회 멤버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이끌었다.
60년대 사회 나와 80세 바라보는 나이
7인회 약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김기춘(74) 대통령비서실장의 발탁이었다. 김 실장과 박 대통령의 인연은 박 전 대통령 때 맺어졌다. 정수장학회 1기생인 김 실장은 박정희 시대에 소장 검사로 유신헌법 초안 마련에 직접 관여했다. 중앙정보부 파견 검사로 있던 1974년에는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을 조사했고, 박정희 기념사업회 초대이사장을 맡은 경력도 있다. 김 실장의 사위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박근혜 정부 핵심 요직엔 6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신(新)386’이 대거 포진했다. 심대평(72)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이원종(71) 지역발전위원장, 남재준(69) 국정원장, 이경재(72) 방송통신위원장, 한광옥(71) 국민대통합위원장과 최근 임명된 유영익(77) 국사편찬위원장, 김동호(76) 문화융성위원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청와대에는 김 실장 외에도 김장수(65) 국가안보실장, 주철기(67) 외교안보수석이 포진했다.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 참모진을 이끈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68세다.
1960년대 태어나 군사정권 시절인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일컫던 과거의 ‘386’세대와 달리, 신386은 ‘1930년대에 태어나 60년대에 사회활동을 시작해 80세를 바라보는 인사’를 뜻한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원로를 대거 중용하면서 항간에 등장했던 이 말을 최근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인사를 비판하면서 ‘과거 회귀’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0월 7일 박 대통령의 원로 중용에 대해 “신386,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며 “과거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원로들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적극 끌어들일까. 이를 두고 두 갈래 분석이 나온다.
먼저, 그들의 풍부한 경륜과 노하우를 국정운영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다. 5년 단임인 짧은 집권 기간에 많은 성과를 거두려면 국정실험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은 노장들의 지혜를 빌리려 한다는 관측이다. 7인회 멤버가 주축이 된 원로그룹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게 바쳤던 충성을 사심 없이 딸인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측근들에게서 느낀 배신감이나 실망감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 곁에 뒀던 참모 가운데 상당수가 등을 돌리거나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 낙마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에 부담만 주고 낙마한 사람도 많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도 있었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원칙과 소신이 뚜렷해 ‘남자 박근혜’로 불리던 진영 의원도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놓고 청와대와 알력을 빚다가 재차 탈박(脫朴)했다. 친박계 옛 좌장이던 김무성 의원도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등을 돌렸다가, 지난해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복귀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내 독자 세력을 구축해 조만간 ‘안티 박근혜’의 선봉에 설 인물로 간주된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인사문제가 거듭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자, 검증된 원로그룹을 주변에 앉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국정 안정감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서 전 대표의 설명이다.
“(친박 원로의 잇따른 중용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 뜻을 잘 알고 경륜과 지혜를 갖춘 사람을 지원군으로 둬야 복잡한 국정의 실타래를 풀고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386의 등장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2.2%. 2030년에는 2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4명 중 1명이 노년층이 되는 만큼 나이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친박 원로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원로그룹의 득세가 국정쇄신을 정체시키면서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새로운 파워그룹을 형성해 청와대 소장파들과 권력투쟁을 벌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박근혜식 용인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올드 보이의 귀환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분석한다.
“박 대통령은 선친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인사문제에서도 경륜이 검증되고 충성심이 확인된 인물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륜은 때로는 발칙한 발상을 토대로 한 창조적 국가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확인된 충성심’은 맹목적 추종을 낳고 다른 의견에 대한 배타적, 적대적 모습으로 변질되기 쉽다.”
반면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지지한 한화갑(74) 동서협력재단 총재는 “올드 보이 인사 운운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80대도 회사 운영을 잘하는 시대”라며 “정치권이 공천에서 올드 보이를 다 내쫓아 이 모양이 된 것 아니냐. 정치권이 학생운동권, 대학의 학생회꼴이 됐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과 가까운 A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홍 전 의원은 2007년과 201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잇달아 맡았던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그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그다음 달인 지난해 9월 불법정치자금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자 “대선을 앞둔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전격 탈당했다.
‘정치적 호위무사’ 서청원 복귀
그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열린 올해 1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과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홍 전 의원은 항소를 포기했다. 당시 ‘6선(選)의원 출신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홍 전 의원의 정치생명은 끝났다’ ‘대선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에도 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A씨는 일찌감치 홍 전 의원이 맡게 될 직책까지 알았고, 당시 민화협을 이끌던 김덕룡 상임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춰 입성한다는 예언도 했다.
실제 홍 전 의원은 10월 2일 열린 민화협 공동의장단회의를 통해 대표 상임의장으로 추대됐다. 임기 1년을 남긴 김덕룡 당시 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까지 A씨 예언 그대로였다. 홍 전 의원을 상임의장에 기용한 일은 여론의 비판을 받는 인물이라도 챙길 사람은 꼭 챙기는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의 단적인 사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을 오래전부터 음양으로 도와온 ‘올드 보이’가 속속 귀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사람을 포함해 친박계 원로를 핵심 포스트에 대거 포진시켰다. 가장 최근에는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소장파들의 반발을 뚫고 10·30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공천을 따냈다. 청와대나 서 전 대표 모두 부인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서청원 공천’을 직접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청와대가 서 전 대표를 정치권에 복귀시키려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김 의원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깊고 정치적 욕망이 없는 서 전 대표를 차출했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서 전 대표에게 ‘정치적 호위무사’ 임무를 맡기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서 전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무한대에 가깝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치른 18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했을 때 서 전 대표가 친박연대를 결성하고,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들도 적극 지원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당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을 합쳐 26명이 생환했다. 나중에 그들은 여당 속 야당 구실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탄생의 원동력이 된다.
홍 상임의장과 서 전 대표 외에도 박 대통령 주변에 올드 보이가 부쩍 많이 모여들고 있다. 인물 공급처는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만들어진 7인회 멤버는 좌장인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현 대통령비서실장), 현경대 전 의원(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전 의원(현 국회의장)이다.
지난해 5월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7인회가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자 모임을 자제했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7인회 멤버가 다시 부상했다. 모임 막내인 강창희(67)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세론’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입법부 수장에 오름으로써 첫 테이프를 끊었다. 강 의장은 박 대통령이 처음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17대 총선을 전후해 인연을 맺었다. 특히 2004년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출마를 망설이자 “이렇게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아버지(박 전 대통령)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느냐”고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박 대통령 취임 후에는 7인회 멤버인 현경대 전 의원이 5월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발탁됐다. 현 수석부의장은 정수장학회 출신. 정수장학회는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 모임인 청오회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가 있는데, 현 수석부의장은 상청회 멤버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이끌었다.
60년대 사회 나와 80세 바라보는 나이
7인회 약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김기춘(74) 대통령비서실장의 발탁이었다. 김 실장과 박 대통령의 인연은 박 전 대통령 때 맺어졌다. 정수장학회 1기생인 김 실장은 박정희 시대에 소장 검사로 유신헌법 초안 마련에 직접 관여했다. 중앙정보부 파견 검사로 있던 1974년에는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을 조사했고, 박정희 기념사업회 초대이사장을 맡은 경력도 있다. 김 실장의 사위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박근혜 정부 핵심 요직엔 6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신(新)386’이 대거 포진했다. 심대평(72)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이원종(71) 지역발전위원장, 남재준(69) 국정원장, 이경재(72) 방송통신위원장, 한광옥(71) 국민대통합위원장과 최근 임명된 유영익(77) 국사편찬위원장, 김동호(76) 문화융성위원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청와대에는 김 실장 외에도 김장수(65) 국가안보실장, 주철기(67) 외교안보수석이 포진했다.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 참모진을 이끈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68세다.
1960년대 태어나 군사정권 시절인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일컫던 과거의 ‘386’세대와 달리, 신386은 ‘1930년대에 태어나 60년대에 사회활동을 시작해 80세를 바라보는 인사’를 뜻한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원로를 대거 중용하면서 항간에 등장했던 이 말을 최근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인사를 비판하면서 ‘과거 회귀’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0월 7일 박 대통령의 원로 중용에 대해 “신386,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며 “과거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원로들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적극 끌어들일까. 이를 두고 두 갈래 분석이 나온다.
먼저, 그들의 풍부한 경륜과 노하우를 국정운영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다. 5년 단임인 짧은 집권 기간에 많은 성과를 거두려면 국정실험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은 노장들의 지혜를 빌리려 한다는 관측이다. 7인회 멤버가 주축이 된 원로그룹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게 바쳤던 충성을 사심 없이 딸인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측근들에게서 느낀 배신감이나 실망감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 곁에 뒀던 참모 가운데 상당수가 등을 돌리거나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 낙마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에 부담만 주고 낙마한 사람도 많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도 있었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9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인사문제가 거듭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자, 검증된 원로그룹을 주변에 앉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국정 안정감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서 전 대표의 설명이다.
“(친박 원로의 잇따른 중용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 뜻을 잘 알고 경륜과 지혜를 갖춘 사람을 지원군으로 둬야 복잡한 국정의 실타래를 풀고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386의 등장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2.2%. 2030년에는 2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4명 중 1명이 노년층이 되는 만큼 나이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친박 원로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원로그룹의 득세가 국정쇄신을 정체시키면서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새로운 파워그룹을 형성해 청와대 소장파들과 권력투쟁을 벌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박근혜식 용인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올드 보이의 귀환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분석한다.
“박 대통령은 선친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인사문제에서도 경륜이 검증되고 충성심이 확인된 인물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륜은 때로는 발칙한 발상을 토대로 한 창조적 국가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확인된 충성심’은 맹목적 추종을 낳고 다른 의견에 대한 배타적, 적대적 모습으로 변질되기 쉽다.”
반면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지지한 한화갑(74) 동서협력재단 총재는 “올드 보이 인사 운운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80대도 회사 운영을 잘하는 시대”라며 “정치권이 공천에서 올드 보이를 다 내쫓아 이 모양이 된 것 아니냐. 정치권이 학생운동권, 대학의 학생회꼴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