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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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으로 진화하는 챗GPT 시대 강자 ‘브리지텍’

1995년 ARS 콜센터사업 시작해 국내 대표 음성 AI 개발 기업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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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3-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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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지텍 제공]

    [브리지텍 제공]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는 이름처럼 사용자와 채팅을 통해 작동한다. 사용자가 텍스트나 이미지(‘GPT-4’ 적용 버전부터)로 질문, 요청, 명령 등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답변을 생성한다. 가까운 미래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음성인식 형태로 한 단계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가 일상생활에 스며들려면 가전제품 등에 대화형으로 탑재돼 사용자 편리성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챗GPT 수혜주’에는 음성 AI에 주력하는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브리지텍’은 음성 한 우물만 파온 AI 개발 기업이다. 자체 보유한 음성 AI를 활용해 콘택트센터(콜센터), 음성봇 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챗GPT 등장 후 브리지텍 주가는 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1월 11일까지만 해도 3915원으로 장중 최저점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1만3000원대 후반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3월 14일엔 장중 1만6130원으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글로벌 AI 개발 경쟁이라는 커다란 도약 기회를 마주한 브리지텍은 최근 음성 AI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제1금융권 시장점유율 70%

    브리지텍은 1995년 ‘삼우티비에스’에서 출발했다. 이상호 브리지텍 이사회 의장이 삼우티비에스 창업주다. 삼우티비에스 시절엔 ARS(자동응답시스템)를 중심으로 콜센터사업을 주로 했다. 통신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1999년 브리지텍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 분야 확장, 기술력 증진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02~2003년 ‘한국 고속성장 50개 기업’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코스닥에 상장한 뒤론 음성인식, 음성분석, 화자인증 등 음성 AI 개발에도 차례로 성공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ARS 콜센터 사업을 하던 기업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지만, 브리지텍만은 음성 AI 개발 기업으로 살아남은 이유다.

    2010년대 애플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도 브리지텍의 성장을 견인했다. 기존 휴대전화에선 통화 이외에 목소리가 사용될 일이 거의 없었지만, 스마트폰에선 말로 다양한 기능을 실행할 수 있어 음성인식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브리지텍은 2010년 애플 ‘시리(Siri)’에 기반 기술을 제공한 미국 음성인식 솔루션 기업 ‘뉘앙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국내 여러 기업에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뱅킹 전환에 앞장섰던 은행들이다. 브리지텍은 현재 제1금융권에 속한 21개 은행 중 15개에 음성 AI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70%에 달한다. 이 밖에 통신 3사를 포함한 대기업, 공공기관 등 다수도 브리지텍의 음성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AI 접목한 콜센터의 진화 ‘아테나’

    브리지텍의 주력 제품인 콘택트센터 ‘아테나’ 소개 화면. [브리지텍 홈페이지 캡처]

    브리지텍의 주력 제품인 콘택트센터 ‘아테나’ 소개 화면. [브리지텍 홈페이지 캡처]

    브리지텍의 간판 제품은 콜센터에서 진화한 콘택트센터 ‘아테나’다. ‘대화형 무인상담 플랫폼’으로 요약되는 아테나엔 브리지텍의 오랜 IPCC(인터넷 콜센터) 사업 경험과 음성 AI를 비롯한 원천 기술 20종이 집약돼 있다. AI 음성봇 ‘캐치봇’, 음성분석 AI ‘캐치올’, 음성인식 AI ‘캐치유’, 화자인증 AI ‘캐치후’ 등이 대표적이다. 캐치봇은 간단한 내용에 한해 상담원 연결 없이 AI가 고객에게 즉각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치올은 고객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뒤 핵심어 검출, 데이터마이닝 과정을 거쳐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한다. 캐치유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AI의 발성을 담당하고, 캐치후는 상담원 연결 전 음성으로 고객 신원을 확인한다. 자체 개발한 음성 AI로 콘택트센터를 완비한 기업은 국내에 브리지텍이 유일하다.



    브리지텍은 최근 ‘구축형’ 콘택트센터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축형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시장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브리지텍의 IPCC 서비스인 ‘아이프론’과 아테나는 모두 구축형으로, 현재 브리지텍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2%다. 브리지텍은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고자 2021년 클라우드 콘택트센터 ‘아이프론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설치가 필요없는 임대형 소프트웨어(ASP)라 곧바로 사용이 가능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프론 클라우드는 2월 공공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진출에 필수적인 한국인터넷진흥원 보안인증(CSAP)을 획득하기도 했다. 출시 후 단일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 14년 ‘무차입 경영’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3월 기준 브리지텍 임직원 180명 중 80%가 기술 관련 인력이다. 산하 기술연구소를 통해 IPCC, 멀티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음성·영상 통신 요소 기술, 멀티미디어 녹취 솔루션, 음성인식 솔루션, 디자인(UX)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20년 창업주인 이상호 의장이 60세라는 이른 나이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이 의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춰 기술력에서 앞서가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 창업주는 슬하에 성년을 넘긴 자녀 2명을 뒀지만, 기업 지분을 전혀 넘겨주지 않은 데다 경영에도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이 의장 친인척 중에도 브리지텍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지텍은 재무상으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월 21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브리지텍의 매출은 589억3600만 원, 영업이익은 39억2000만 원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2021년(매출 543억6300만 원, 영업이익 31억3600만 원)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 25% 늘었다. 2020년(매출 443억2600만 원, 영업이익 17억1700만 원)과 견줘도 지속적인 증가세다. 이 같은 탄탄한 재무구조 덕에 브리지텍은 2008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차입금 없이 운영되고 있다. 주주들에겐 최근 5년간 평균 12억 원씩 배당했다.

    브리지텍 관계자는 “은행권 등 우량 고객들과 장기간 콘택트센터 공급 계약을 맺어온 덕에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다만 최근 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되고 있는 만큼, 자사 음성 AI의 성능과 기존 제품 및 서비스 수준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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