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전쟁의 새로운 수혜 산업… 현대전은 데이터와 AI가 토대 

[김성효의 주식탐사대] 전쟁을 석유와 총알, 전투기로만 이해하는 건 구시대적 사고

  • 김성효 글로벌사이버대 재테크·자산관리학과 교수

    입력2026-04-10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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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쟁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움직이고, 그 기반에는 반도체가 깔려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최근 전쟁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움직이고, 그 기반에는 반도체가 깔려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면 사람들은 유가부터 확인한다. 반사적으로 정유주와 에너지 기업을 떠올리고, 그다음에는 방산주를 찾는다. 전쟁이 나면 기름값이 오르고, 무기가 팔린다는 것은 익숙한 공식이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어떤가. 대부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 생산에 차질이 없으면 안심하고, 공급망에 직접 충격이 없으면 다행이라며 넘긴다. 반도체를 피해를 입지 않는 산업으로만 볼 뿐, 전쟁 수혜 산업이라는 관점은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

    이는 전쟁을 아직도 석유와 총알, 탱크와 전투기 시대로만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 착각이다. 현대전은 다르다. 오늘날 전쟁은 데이터로 움직이고, 인공지능(AI)이 판단하며, 클라우드 위에서 명령이 오간다. 모든 것의 가장 밑바닥에는 반도체가 깔려 있다.

    AI 군산복합체 등장

    미국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가졌지만 전쟁을 짧게 끝내지 않는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21년에야 끝났고,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도 2011년까지 이어졌다. 나는 미국이 전쟁을 ‘못 끝낸 것’이 아니라 ‘안 끝낸 것’이라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 전쟁은 군사 행위이자 산업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국방 관련 로비 지출은 2억9330만 달러(약 4433억8000만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2억3500만 달러)보다 약 25% 늘어난 수치다.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 의회는 올해 9000억 달러(약 1360조6000억 원)가 넘는 국방 예산을 승인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무기는 잘 팔리고, 예산은 늘어나며, 로비는 더 거세진다. 장기전은 군산복합체(군부와 기업이 이익을 목적으로 결탁하는 현상)에 가장 유리한 환경이다.

    다만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선 군산복합체의 얼굴이 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엔 전쟁이 길어지면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 같은 미사일·전투기 회사가 웃었다. 지금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팔란티어 같은 AI·클라우드 기업이 주목받는다. 전쟁 인프라가 더는 철과 화약만으로 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데이터로 움직이고, 데이터는 클라우드 위를 흐르며, 클라우드는 AI 모델을 구동한다. 이 AI 모델은 결국 칩을 먹고산다.



    숫자는 이미 이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 전쟁부의 올해 회계연도 정보기술(IT)·사이버 예산 요청액은 661억 달러(약 100조 원)다. 이 가운데 비사이버 IT 예산이 518억 달러(약 78조3000억 원), 사이버 예산은 143억 달러다. 전쟁 예산의 중심부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가 들어왔다는 의미다.

    펜타곤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에 총 90억 달러 규모의 JWCC 클라우드 계약을 나눠줬다. 전 부문, 모든 보안 등급, 모든 작전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사적 클라우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생성형 AI까지 올라탔다. 오픈AI는 올해 미 전쟁부와 기밀 환경에서 AI 시스템을 운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팔란티어 역시 2024년 미 육군으로부터 4억8000만 달러(약 7257억6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전장을 읽는 소프트웨어와 AI가 이제는 전투기만큼 중요한 무기가 된 것이다.

    이 모든 흐름의 맨 아래에는 반도체가 깔려 있다. AI 모델은 공짜로 굴러가지 않는다. 표적 인식, 드론 군집 제어, 위성 영상 분석, 실시간 의사결정, 전장 시뮬레이션…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연산을 요구한다. 연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고, GPU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며 결국 패키징, 파운드리, 메모리까지 이어진다. 현대전에서 총알이 소모품이라면 AI 전쟁에서 반도체는 연료다.

    민간을 넘어선 새로운 고객

    미국-이란 전쟁 직전까지 시장은 AI 버블론에 시달렸다. 빅테크가 GPU와 데이터센터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고, 과연 민간에서 그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커졌다. 하지만 전쟁이 개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간 수익화가 지연되더라도 국방은 다른 종류의 수요를 만들어낸다. 경기와 무관하게 예산이 들어오고, 긴장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커지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AI 군산복합체다. 록히드마틴이 미사일을 팔고, AWS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장의 클라우드를 깔며, 오픈AI와 구글이 모델을 제공하고, 팔란티어가 데이터를 판단으로 바꾸면 엔비디아의 GPU와 메모리 반도체가 바닥을 받친다. 전쟁은 총알뿐 아니라 서버도 함께 소비한다.

    물론 빅테크 전체 매출에서 국방 부문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관건은 크기가 아니라 성격이다. 국방 예산은 경기에 민감한 광고 예산이 아니고, 소비심리에 흔들리는 구독 매출도 아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다. 한 번 계약이 시작되면 클라우드, AI 모델, 데이터 분석, 전장 의사결정 시스템이 묶여 장기적인 현금흐름으로 이어진다.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로 바꾸면 캐시카우다.

    바로 이 점에서 의미가 생긴다. AI 군산복합체가 만들어내는 국방 수요는 당장 민간 매출을 대체할 정도로 크지 않을지 몰라도, AI 버블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강력한 재료가 된다. “민간에서 회수가 늦어져도 괜찮다, 국방이 받쳐준다”는 믿음이 생기면, 시장은 AI 인프라 투자에 대해 훨씬 너그러워진다. 그리고 그 돈의 흐름은 결국 반도체로 향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국-이란 전쟁은 반도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변수가 아니라, 반도체 수요의 하방을 지지하는 변수라고. 유가만 보고 끝낼 일이 아니다. 방산주만 보고 멈출 일도 아니다. 이번 전쟁은 AI 버블 논쟁을 끝내는 방식으로 반도체의 논리를 다시 쓰고 있다. 결말의 가장 아래에는 언제나 같은 산업이 있다. 바로 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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