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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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문해력이 부족하다? 알고 보면 자기개발에 진심

[김상하의 이게 뭐Z?] 독서 속도에 맞는 책 추천하는 서비스, 신조어 어원 해설 인기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2-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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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이제 팬덤 문화에서 ‘역조공’은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됐다. 팬들만 연예인에게 선물하고 간식·도시락 등을 챙겨주는 게 아니라, 연예인도 자신을 보러 와준 팬들에게 똑같이 ‘조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X(옛 트위터)에 “‘아이돌이 밥 먹여주느냐’는 부모님의 잔소리 들을 때 반박 가능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이유다. 이처럼 Z세대는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세대가 아니다. 쓸데없이 과소비하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자신에게도 뭔가 이점이 있어야 움직인다. Z세대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밥 먹고, 공부하고, 건강까지 챙기는 예시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 쇼츠 보면 국어 공부가 된다?

    Z세대가 자주 쓰는 신조어와 비속어의 어원을 알려주는 ‘말씀’ 릴스. [@mal_ssm 인스타그램 캡처]

    Z세대가 자주 쓰는 신조어와 비속어의 어원을 알려주는 ‘말씀’ 릴스. [@mal_ssm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은 ◯◯라고 하지 않습니다”라는 형식의 쇼트폼 콘텐츠가 밈(meme)처럼 번지고 있다. 일례로 유튜버 문유성은 “전라도 사람은 ‘맛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전라도 사람은 ‘나 화났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등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전라도 지역 사투리를 재밌게 알려준다. 코미디언 이제규는 자신의 부캐 ‘이돈주인’을 통해 “평론가는 ‘너 바보 같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평론가는 ‘너 못생겼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같은 쇼트를 선보이는데, 이동진 영화평론가를 따라 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실제 평론가가 쓸 것 같은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아예 국어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릴스 계정도 있다. 김동희, 노경연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말씀’이 그것으로, Z세대가 자주 쓰는 신조어나 비속어에 숨겨진 어원을 설명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찐따’ ‘염병’ ‘힘숨찐’ ‘자만추’ 같은 단어가 어떻게 처음 생겨나 퍼지게 됐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찐따’라는 말이 일본어로 절름발이를 의미하는 ‘진바(ちんば)’가 변형된 형태라는 것 등 평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Z세대가 호응하고 있다. 쇼트폼 콘텐츠의 재미와 국어 지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 사례다.

    # 에어팟만 있으면 거북목 완치!

    근래 X에선 거북목을 고쳐주는 애플리케이션(앱) ‘PosturePod’이 화제다. 에어팟을 끼고 이 앱을 실행하면 에어팟의 모션센서가 나쁜 자세를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알림을 준다. 즉 에어팟만 끼고 있으면 평소 취하는 자세의 문제점을 알고 곧장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앱 개발자는 자신의 심한 거북목을 교정하기 위해 이 같은 앱을 구상하고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부할 때도, 일할 때도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Z세대는 에어팟 등 무선이어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SNL코리아에서 ‘맑눈광’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김아영이 Z세대 특징으로 에어팟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런 에어팟으로 이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하니 Z세대의 에어팟 사랑은 더 커질 듯하다.



    # Z세대는 책을 싫어한다는 오해

    책 읽는 속도를 분석해주는 ‘페이지랩’의 ‘독서 속도 테스트’ 결과. [페이지랩 홈페이지 캡처]

    책 읽는 속도를 분석해주는 ‘페이지랩’의 ‘독서 속도 테스트’ 결과. [페이지랩 홈페이지 캡처]

    Z세대에겐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Z세대도 여느 세대와 마찬가지로 독서 등 자기개발에 관심을 갖는다. 자발적으로 독서 모임에 가입하거나 독서 관련 앱을 사용하는 Z세대가 적잖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엔 그런 Z세대가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페이지랩’이라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독서 속도 테스트’가 그것이다. 사실 2022년부터 소소하게 이름을 알린 서비스인데, 2024년 새해를 맞아 독서를 다짐한 사람이 늘어나서인지 요즘 들어 다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테스트는 참여자에게 지문 3개를 주고 읽는 속도를 측정한 뒤 각자의 독서 속도에 맞는 책을 추천해준다. 참여자가 1시간 안에 읽을 수 있어 출퇴근길에 보기 적합한 책, 3시간 안에 읽을 수 있어 주말에 보면 좋을 책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책 시간 검색 창’에 읽으려는 책 제목을 검색하면 해당 책을 읽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분석해주기도 한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 내용이지만 독서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 Z세대에게 이 같은 분석 서비스가 신선하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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