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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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조 증발… 오리온은 왜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했나

고부가가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레고켐바이오, 차세대 항암제 기술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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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01-3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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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오른쪽)은 1월 15일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뉴시스]

    오리온(오른쪽)은 1월 15일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뉴시스]

    식품기업 오리온이 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 인수를 발표한 후 이틀 만에 주가가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오리온은 1월 15일 11만7100원(이하 종가 기준)이던 주가가 17일 8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시가총액 1조800억 원이 증발해 식품주 1등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견고하던 오리온의 수익성에 제동이 걸리면서 투자가치가 희석된 점을 주가 급락 원인으로 꼽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가 바이오 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투자 포인트가 희석됐고, 이종(異種)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도 의문이 커졌다”고 말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제과 사업의 안정적 현금 창출 능력에 가치를 두는 투자자가 많았던 만큼 단기투자 심리가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는 1월 15일 오리온이 5485억 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를 확보하고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다. 대금 납부 예정일은 3월 29일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한다. 기존 경영진과 운영 시스템은 유지한다.

    신성장동력 발굴, R&D 자금 확보

    오리온은 효율적인 기업 경영으로 식품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연매출이 2020년 2조2298억 원, 2021년 2조3555억 원, 2022년 2조8732억 원으로 지속해서 성장하는 가운데 영업이익률은 2020년 16.87%, 2021년 15.83%, 2022년 16.24%를 기록했다. 주요 10대 식품기업의 최근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6%대다.

    반면 오리온이 인수하는 레고켐바이오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바이오벤처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연매출이 2020년 494억 원, 2021년 322억 원, 2022년 334억 원으로 점차 줄어가는 가운데 영업손실은 2020년 298억 원, 2021년 277억 원, 2022년 504억 원으로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2023년 영업손실을 753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가 올해 들어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에 이어 두 번째 이종 합병 계약을 체결한 배경은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가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밝혔다. 김 대표는 “선두 경쟁사들을 추월하고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전개하기로 결심하고 지난 연말 비전 2030 조기 달성 전략을 마련했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 원의 R&D 자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 원 자금과 수년 내 예상되는 수천억 원 기술이전 수익 외에 5000억 원의 자금 확보가 필요해 이번에 오리온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과업을 주력 사업으로 해 발 빠른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오리온그룹은 바이오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면서 “오리온과 함께 비전 2030 조기 달성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의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서 같이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지난해 알테오젠 인수 무산 경험

    레고켐바이오는 LG생명과학 출신인 김용주 대표가 200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 원천 기술을 보유해 글로벌 ‘강소’ 바이오벤처로 꼽힌다. 기존 화학 항암제는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파괴해 부작용이 심했다. ADC 항암제는 정상 세포가 아닌 종양 세포만을 표적해 사멸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ADC 항암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로 인식되는 것이 항체와 항암제를 연결하는 링커 기술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이 기술(콘주올·ConjuAll)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미국 얀센에 최대 17억 달러(약 2조2710억 원) 규모로 기술을 수출한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에도 콘주올을 활용했으며, 얀센으로부터 기술이전 선급금으로 1억 달러(약 1330억 원)를 받았다. 레고켐바이오가 2015년부터 지금까지 받은 신약 기술이전 계약금을 전부 합치면 8조7000억 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 주가는 지난해 말 얀센 기술 수출이 알려진 이후 장중 한때 6만7100원까지 급등했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기술력을 높이 사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라면서 “바이오 사업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것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함이다. 오리온은 2017년 음료(생수), 간편대용식, 바이오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한 이후 바이오산업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2020년에는 중국 국영 제약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2월부터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 백신을 연구 중이며, 같은 해 11월에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여름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ALT-B4)’ 특허를 세계 두 번째로 보유한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을 인수하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증권가는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NH투자증권(13만 원), 한화투자증권(13만 원), 키움증권(15만5000원) 등이 20% 넘게 목표주가를 낮췄다. 오리온 주가는 1월 22일 8만9700원까지 하락했다가 25일 9만2700원으로 회복됐다. 레고켐바이오 역시 1월 15일 5만4800원에서 19일 4만9000원까지 떨어졌다가 22일 5만 원대(5만2800원)로 다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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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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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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