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주식시장 발전 저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부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동아DB]
한국의 상속세 부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최고 상속세율 평균은 15%로 한국(50%)에 크게 못 미친다(그래프 참조).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최고 상속세율 비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55%)뿐이다. 특히 한국은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 60%’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속세율이 된다. 대한상의는 “과중한 상속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보다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용 자산’에 한해서라도 상속세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사업용 자산의 경우 상속세를 과감하게 감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가업상속공제’라는 이름의 유사한 정책을 제한적으로 시행 중인데, 이를 좀 더 큰 규모의 기업 승계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 경영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5000억 원 미만 기업의 오너가 기업을 상속할 경우 일부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에서 최대 600억 원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더는 부자 세금 아냐”
더 나아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상속세 역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상속세제는 2000년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늘리고,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50억 원 초과’에서 ‘30억 원 초과’로 낮춘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1만2260달러(약 1630만 원)에서 2022년 3만2886달러(약 4400만 원)로 2.68배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속인 비율 역시 0.66%에서 4.53%로 증가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OECD가 펴낸 ‘OECD 국가의 상속세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전체 세수에서 상속·증여세 비중이 1.59%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그간 높은 상속세율이 국내 자본의 이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해 6월 미국 CNN이 영국 국제교류 전문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의 ‘2023 부의 이동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인 한국인 800여 명이 이민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인구 대비 부자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아 관심을 받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랜 기간 과표구간이 유지된 탓에 상속세를 더는 소수 부자만 내는 한 세금이라고 얘기할 수 없게 됐다”면서 “상속세 완화를 ‘부자 감세’로 생각해선 안 되며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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