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사용해 위성 발사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1월 20일(현지 시간) ‘소라야’ 인공위성이 750㎞ 상공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IRNA 홈페이지 캡처]
이란이 위성을 발사한 곳은 과거 IRGC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곳이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무기조사팀은 2018년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한 정보를 추적·분석한 결과 IRGC가 샤흐루드시로부터 40㎞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미사일 발사 실험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ICBM 발사 실험을 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팀은 샤흐루드 인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미사일 관련 시설물들을 찍은 위성사진들을 조사한 결과 2016~2017년 ICBM 실험 발사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그을음 흔적을 발견했다. 조사팀은 지상 발사대의 무게를 370t으로 분석했는데, 이는 62~93t 무게의 엔진 발사를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ICBM용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팀은 발사대 주변에 지름 5.5m의 구덩이가 생겼고, 이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 때 생기는 구덩이보다 훨씬 큰 크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팀은 이란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실험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액체연료보다 미사일 발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짧고 기동성은 좋다. 이란은 2020년 4월 2단계 고체연료 로켓인 카세드에 군사용 정찰위성 ‘누르 1호’를 발사해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란이 군사용 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은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다.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은 “이제 이란은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면서 “누르 1호는 지구 425㎞ 상공 궤도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2022년 2월과 2023년 9월 두 번째와 세 번째 군사용 위성인 누르 2호와 3호를 450~500㎞ 궤도에 각각 안착시키기도 했다.
“이란, ICBM 개발 일정 단축 전망”
2021년 1월 15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IRGC]
이 맥락에서 이란이 소리야의 발사 성공을 발판으로 ICBM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3년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이란이 군사용 위성을 계속 발사함으로써 ICBM 개발 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도 이란의 위성 발사 성공으로 ICBM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전문가 베넘 벤 탈레블루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은 ICBM 개발 가능성을 암시한다”면서 “이란이 지구 대기권에 위성이 재진입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면 그것은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그동안 우주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위성을 발사해왔다. 이란은 2004년 우주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인 우주국을 설립했고, 쿰과 셈난에 민간용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 우주국은 산하 연구기관으로 이란 우주연구센터와 우주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이란은 2005년 10월 러시아 로켓을 통해 러시아에서 제작한 인공위성 시나 1호를 발사한 이래 집요하게 우주개발을 추진해왔다. 실제로 이란은 2009년 사피르 로켓에 자체 개발한 오미드라는 인공위성을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후 이란은 라시드(2011년), 나비드(2012년) 등 매년 인공위성들을 발사해왔다. 2013년 2월에는 원숭이를 태운 인공위성을 발사해 무사 귀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페르시아력으로 1400년인 2021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위성 발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은 2019년 이란 우주국과 우주연구센터 및 우주연구소 등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게다가 이란은 액체 연료 로켓 시모르그를 쏘아 올렸지만 5차례 연속 실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란은 2020년 고체연료 로켓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 주도로 개발
주목할 점은 이란의 ICBM을 비롯해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곳이 IRGC라는 것이다. IRGC는 이슬람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1975년 창설된 ‘제2의 군대’로 일종의 친위대다. 육군, 해군, 항공우주군 등을 보유한 IRGC는 이란의 이슬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명령만을 따른다. IRGC의 항공우주군은 이란이 보유한 모든 미사일을 통제하며 직접 개발도 하고 있다. 가엠-100이라는 3단계 고체연료 로켓은 IRGC가 개발했다.IRGC는 ICBM 등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 북한 등과 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이란은 북한과 반미투쟁에 있어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북한과 이란이 개발해 실전 배치한 미사일들을 보면 둘의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이란의 사햐브-3호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미사일(화성-7호, KN-5)을 수입해 개발한 것이다. 노동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1300㎞인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이란은 샤하브-3호 미사일을 다시 개량해 사거리 1600㎞의 가드르 미사일과 사거리 1700㎞의 에마드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를 실전배치했다. 사거리 2500㎞의 호람샤르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무수단 미사일(화성-10형, KN-7)과 유사하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이란은 북한과 ICBM 등 장거리 미사일 프로젝트를 협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러시아와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8월 ‘하이얌’이라는 군사용 정찰위성을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쏘아 올렸다. 이 위성에는 1.2m 크기의 물체를 정확히 식별 가능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됐다. 우크라이나 공격용 드론을 수입한 대가로 러시아가 이란의 군사용 정찰 위성을 대신 발사해 준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포르도 지하 핵시설과 나탄즈 핵시설에서 최대 60%까지 농축한 우라늄의 생산을 늘렸다. 지금까지 생산된 고농축 우라늄은 9㎏ 규모로 추정된다. 통상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2주 내 90%까지 농축 과정을 거쳐 핵폭탄 제조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여러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한다면 중동 각국은 물론 미국 등 서방에도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