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운전자나 보행자나 교통질서 점수 ‘낙제점’

  • 입력2006-05-17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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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들은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뉴욕 생활 10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적어도 뉴욕에서만큼은 이 말이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맨해튼에 가보면 안다. 우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은 보행자에게 별 의미가 없다. 뉴요커들은 신호등 색깔에 상관없이 차가 없으면 ‘무조건’ 건너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빨간불일 때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대체로 멋모르는 관광객들뿐이다. 맨해튼은 대부분의 도로가 일방통행이라서 한쪽 방향의 차만 주의 깊게 보면 되기 때문에 빨간불에 건넌다고 해서 크게 위험하지 않다.

    나도 벌써 빨간불에 길을 건너는 게 습관이 됐다. 얼마 전 취재차 보스턴에 갔다가 빨간불에 길을 건너려고 하자 동행한 미국인이 “역시 뉴욕에서 오신 분이라 다르네요”라고 말해 내가 불과 10개월 만에 얼마나 변했는지를 실감했다.

    뉴요커들이 점잖게 운전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신호가 바뀌었을 때 조금만 멈칫하면 뒤에서 경적이 울려댄다. 끼어들기하다가 서로 어긋나면 삿대질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다. 운전 행태도 매우 공격적이다. 속도를 충분히 내지 않으면 차 꽁무니에 차를 바짝 붙여서 앞의 차량을 ‘위협’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뉴욕을 벗어나면 딴 세상이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양보를 잘하는 편이다. 몇 달 전에는 취재차 텍사스 주에 갔다가 길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무척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감격할 뻔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뉴욕은 차가 너무 막히니까 사람들의 운전 습관도 거칠어졌다’. 결국 한국인들의 운전습관이 공격적이고 곡예운전이 일상화된 것도 도로에 차량이 너무 많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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