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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칵테일 | 마이타이

럼이 주재료…감미로운 열대 느낌 확!

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에서 열대 휴가지 분위기 살리는 구실 톡톡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럼이 주재료…감미로운 열대 느낌 확!

럼이 주재료…감미로운 열대 느낌 확!
1998년 미국 하와이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Six Days Seven Nights)’은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대표작으로, 모험 요소가 가미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촬영 당시 주인공 해리슨 포드의 나이는 56세였다.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그의 전유물 격인 장르라고 볼 수 있지만,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노출된다.

영화는 미국 뉴욕 패션잡지 ‘대즐(Dazzle)’의 부편집장인 로빈(앤 헤이시 분)이 남자친구 프랭크(데이비드 쉼머 분)의 제안으로 남태평양의 외딴섬 마카테아로 휴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유지인 하와이 공항에 도착하니 낡은 경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다. 로빈은 조종사 퀸(해리슨 포드 분)의 초라한 모습부터 건들건들한 행동까지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 오른다.

승객은 둘밖에 없고, 퀸의 여자친구 앤젤리카(재클린 오브러도스 분)가 승무원 구실을 한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얼마 후 아름다운 마카테아 섬에 도착하고, 그날 저녁 프랭크가 반지를 건네며 청혼하자 로빈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다음 날 일광욕을 즐길 때 편집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표지 촬영 관계로 한나절만 시간을 내 타히티에 갔다 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로빈은 휴가를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응한다.

모처럼 휴가…웰던 마이타이!

럼이 주재료…감미로운 열대 느낌 확!
퀸의 경비행기에 또 탑승하게 된 로빈은 중간에 폭풍우를 만나 이름 모를 무인도에 불시착하고 만다. 무전기는 고장 나고 휴대전화도 불통이다. 퀸과 로빈은 서로 툭탁거리며 섬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하던 중 섬 근처에 있는 배를 한 척 발견한다. 둘은 기쁜 마음에 구명보트를 타고 서둘러 배에 접근하지만, 그 배 옆에는 소형 해적선이 있고 해적들이 눈앞에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해적들의 추격을 받게 된 퀸과 로빈은 쫓기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점점 더 애정을 느낀다. 마침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락한 일본군 수상비행기의 잔해를 우연히 발견한다. 둘은 그 잔해를 이용해 불시착한 비행기를 다시 이륙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퀸이 가슴에 부상을 입는다.



한편 마카테아 섬에서는 수색 활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프랭크가 앤젤리카의 유혹에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다. 이어 더는 수색 활동이 의미 없다고 판단한 당국은 수색 중단을 결정하고,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둘을 위한 추도식을 거행한다. 바로 그때 퀸의 비행기가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다. 안정을 찾은 로빈은 병상에 있는 퀸을 찾아가 그에 대한 연정을 내비치지만, 퀸은 속마음과 달리 괜스레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둘은 그렇게 헤어진다.

하지만 뉴욕으로 가려고 하와이 공항에서 대기하던 로빈은 앤젤리카와의 관계를 실토한 프랭크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고 퀸에게 돌아가려 한다. 퀸 역시 그녀에 대한 감정을 떨칠 수 없어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과연 그들의 인연은 이어질까.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중요한 도구로 흔히 등장하는 게 바로 칵테일이다. 이 영화에서도 여주인공 로빈이 즐겨 마시는 칵테일이 등장한다. 로빈이 마카테아 섬의 눈부신 백사장에서 프랭크와 함께 일광욕을 하는 장면에서다.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프랭크는 “훌륭한 대양이여, 훌륭한 하늘이여(Well done ocean, Well done sky)”라고 외친다. 그러자 방금 칵테일을 맛있게 한 잔 마신 로빈이 “훌륭한 마이타이(Well done Mai Tai)”라고 운을 맞춰 분위기를 띄운다. 그리고 그 말을 받아치는 프랭크의 유머 감각이 남다르다. 마침 앞을 지나가는 비키니 미녀를 바라보고 “훌륭한 실리콘(Well done silicone)”이라고 말하며 가슴성형에 대해 냉소를 내비친다.

이때 로빈은 편집장의 전화를 받으려고 해변에 자리한 바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바텐더에게 마이타이(Mai Tai)를 다시 주문하고, 곧이어 마이타이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마이타이는 로빈이 이글거리는 열대의 태양 아래서 모처럼 휴가를 만끽하는 모습을 최대한 살려주는 구실을 톡톡히 한다. 마이타이가 주는 감미로우면서도 청량감 넘치는 맛은 화려한 장식과 함께 열대 섬에서의 들뜬 분위기를 명료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럼이 주재료…감미로운 열대 느낌 확!

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에서 여주인공 로빈이 마이타이를 칭찬하고(왼쪽) 주문하는 장면.

다양한 레시피 존재

그렇다면 마이타이는 과연 어떤 칵테일일까. 한마디로 럼을 주재료로 한 달콤한 열대풍 칵테일인 마이타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 있는 트레이더 빅스(Trader Vic’x)라는 폴리네시안 스타일 레스토랑의 창업주이자 바텐더였던 빅터(Victor J Bergeron Jr.·1902~84)가 처음 만들었다.

빅터는 ‘트레이드 빅’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따 레스토랑을 창업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944년 어느 날, 그는 럼을 베이스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칵테일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J Wray · Nephew’ 상표의 17년 숙성된 자메이카산 골든럼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단, 칵테일에 첨가하는 과일주스가 이 훌륭한 럼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첨가한 것이 신선한 라임주스, 오렌지 퀴라소, 소량의 얼음사탕 시럽(rock candy syrup)이다. 여기에 은은하게 아몬드향을 가미하려고 프랑스산 아몬드 시럽(Orgeat)도 넣었다. 그런 뒤 얼음을 갈아(shaved ice) 담뿍 넣고, 이들 재료를 손으로 강하게 흔든 뒤 민트 가지로 장식한 것이 바로 마이타이다.

새로운 칵테일을 만든 빅터는 마침 타이티에서 온 이스탐 길드와 캐리 길드에게 시음을 권했다. 칵테일을 맛본 캐리가 “Maitai roa ae!”라고 외쳤다. 이 말은 영어로 “Out of This World! The Best!”라는 뜻이었고, 빅터는 바로 칵테일 이름을 마이타이로 정했다.

그런데 마이타이는 유명한 만큼 이를 처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중에는 트레이드 빅의 선의의 경쟁자였던 돈(Don the Beachcomber)이 가장 잘 알려졌다. 이 때문에 1970년 트레이드 빅은 기고문을 통해 마이타이 칵테일의 탄생에 관한 자세한 정황을 캐리 길드의 증언을 빌려 밝히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웹 사이트에서 트레이드 빅을 마이타이 창시자로 인정하고 있다.

마이타이는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럼에 오렌지 퀴라소, 아몬드 시럽, 라임주스, 일반 시럽 등을 주재료로 넣고 하이볼 글라스의 얼음 위에 부은 뒤 저어주면 된다. 칵테일 장식으로는 민트, 체리, 파인애플, 라임 등을 사용한다.



주간동아 2013.11.25 914호 (p78~7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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