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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진 짱이 때리고 위협” 117 전화는 불났다

24시간 가동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하루 40여 건 피해 상담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일진 짱이 때리고 위협” 117 전화는 불났다

“일진 짱이 때리고 위협” 117 전화는 불났다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 이름이 뭔가요? 주민등록번호는요? 아, 네. 어머니께서 사실을 아시게 된 이상 이제부턴 아이에게 낱낱이 (학원폭력 사례를) 물어보셔야 해요. 가해 학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셔야 하고요.”

2월 20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변에 위치한 117학교폭력신고센터(이하 117센터). 10여 개의 책상과 책상이 맞닿은 비좁은 공간에서 연신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 신고 접수 직원의 통화음성이 쉴 새 없이 귓속을 파고든다. 분주하다.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최근 대구, 대전, 광주에서 학생들의 극단적 자살이 잇따르면서 또다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학교폭력 문제. 그 심각성에 대한 방증일까. 117센터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고전화는 마치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전국의 수많은 학생의 아우성 같다.

중대 사안은 즉시 경찰에 통보

117센터는 올해 1월 11일 출범한 이래 줄곧 세간의 주목을 받는 전국 유일의 학교폭력 신고 집결지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One-Stop 지원센터(117),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Wee센터(1588-7179), 여성가족부의 CYS-Net(1388)으로 분산됐던 기존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117’ 단일번호로 통합한 것. 당초 117센터는 2004년 6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그해 3월 성매매업소 종업원 및 성폭행 여성 상담용으로 운영을 시작했지만, 2005년 2월부터는 학교폭력 신고도 함께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대구 중학생 투신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신고 창구를 117센터로 일원화했다.



새해 들어 2월 18일 현재까지 117센터가 접수한 학교폭력 신고는 모두 1404건. 1월 한 달간 616건이던 것이 2월 들어서는 18일까지만 788건으로 부쩍 늘었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1월엔 19.87건, 2월엔 43.78건에 이르는 수치다. 117센터 통합 전인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0.77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월엔 25.8배, 2월엔 56.8배로 불어난 셈이다.

117센터 관계자는 “각 학교의 개학과 더불어 2월 6일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전격 발표하면서 한때 하루 평균 신고건수가 90여 건으로 폭증해 직원이 끼니를 챙겨먹을 시간조차 부족했다”며 “봄방학을 맞아 신고건수가 조금 줄었지만 신학기인 3월까지는 다시 늘다가 4월부터는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17센터는 24시간 가동한다. 게다가 단순한 신고접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접수한 신고 내용 중 경미한 사안은 117센터에서 상담으로 종결하지만, 필요한 경우 One-Stop 지원센터로 보내 학교폭력 예방자료로 활용하며, 피해자 측이 심리치료 등을 원할 경우 전문 상담사와도 연계해준다. 또한 중대한 사안은 즉시 관할 경찰서에 통보(‘수사지시’라고 부른다)한다. 수사지시를 받은 경찰서는 바로 학교폭력 사건에 개입해 조치를 취한다. 2월 18일까지 접수한 신고 1404건 중 수사지시를 내린 것은 612건.

117센터엔 피해 학생 본인은 물론, 자녀가 이미 겪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학부모의 목소리도 봇물을 이룬다. 이는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경찰이 가해 학생 구속 수사 등 강력 대응으로 선회함에 따라 그동안 보복 폭행을 두려워하던 피해자의 신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인신공격을 하고 부모님 욕하고 죽인다고 했다. 네이트온 메신저로 전체 쪽지를 계속 보내기에 그만하라고 했더니 ‘쫄았냐’면서 싸우자고 한다. 안 싸운다고 했더니 맞으란다. 전학 가고 싶다. 걔네 아버지가 깡패 두목이라서 그걸 믿고 그러는 것 같다.”(경기지역 ○○중학교 3년, 2월 18일 수사지시 처리)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일진 짱(김○○)을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 현재 각기 다른 중학교로 배정받았지만 김○○이 다른 아이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말을 과장시켜 오해가 생겼는데, 이를 따지자 발로 차고 머리를 때린 후 아이들에게 내 욕을 하고 다니면서 위협하고 있다. 일진 짱이고 담배까지 피우는 데다 한 동네에 살아서 김○○를 마주치는 게 두렵다.”(인천지역 예비중학생, 2월 18일 수사지시 처리)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엄마다. 아들이 지난해인 5학년 2학기 때부터 같은 반 친구에게 헤드록, 폭력, 심한 욕설 등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가해 학생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어 신고 여부를 많이 고민했지만 아들에게 ‘같이 고양이 죽일래?’ ‘칼 가지고 와서 죽인다’는 등의 말을 해 현재 심각한 상태라 신고를 결심했다.”(전북지역 학부모, 2월 16일 수사지시 처리)

“일진 짱이 때리고 위협” 117 전화는 불났다

학교폭력 사례를 문자메시지로 신고해도 117센터로 연결된다.

안전 Dream 홈페이지서도 신고 가능

117센터로 날아드는 신고 내용은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유형별로는 폭행 및 협박이 가장 많지만, 공갈 및 갈취, 모욕(왕따 등 포함), 음란정보 전송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단일 사례보다는 폭행, 갈취, 협박이 중복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때리고 돈이나 옷을 빼앗은 뒤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경찰청은 학교폭력에 신속히 대응하려고 117센터 신고전화 외에도 안전 Dream 홈페이지(www.safe182.go.kr)를 통한 일대일 상담(채팅)과 온라인 게시판 상담, 스마트폰용 모바일 앱(‘도와주세요 117’) 신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0117) 신고 등 다양한 신고 채널을 마련했다. 이러한 채널을 통해 신고 접수된 내용은 모두 117센터로 집결된다.

전국 어디서든 모든 신고는 무료다. ‘#0117’ 역시 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요금 없이 운영 중이다. 문자메시지로 신고하면 경찰 업무용 내부전산망에 바로 연결돼 117센터 신고 접수 직원이 즉각 확인한다. 실제로 기자가 휴대전화로 ‘#0117’을 입력한 뒤 ‘학교폭력 신고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신고되었습니다-경찰청 117센터’라는 답 문자메시지가 왔다. 또한 117센터 직원으로부터 “학교폭력에 대해 신고하셨습니까?”라는 확인전화가 곧 걸려왔다. 이에 걸린 시간은 불과 4분.

안전 Dream 홈페이지의 일대일 상담과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할 때도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입력하거나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익명으로 접속할 수 있다. 일대일 상담에 누군가가 접속하면 117센터 직원의 책상에 놓인 장치에서 벨소리가 자동으로 울린다. 계속 신고전화를 받다 보면 자칫 채팅방을 통한 신고를 놓칠 것을 우려해서다.

“일진 짱이 때리고 위협” 117 전화는 불났다

117센터 직원이 학교폭력 신고접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117센터장인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신영숙(52) 경감은 “익명성을 보장해야 신고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며 “신고 접수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인터넷 채팅과 게시판, 문자메시지 등 청소년이 즐겨 접하는 모든 매체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117센터 직원은 26명. 센터장 1명과 통계관리 등 지원 업무를 맡은 경찰관 2명을 뺀 나머지 23명(경찰관과 경찰청 소속 일반 행정 직원 20명, 교육과학기술부 및 여성가족부 지원 인력 3명 등으로 이뤄졌다)은 모두 신고접수 업무를 담당한다. 근무 형태는 4조 2교대. 전체를 4개 팀으로 나눠 12시간씩 주야 교대(오전 9시~오후 6시, 오후 6시~오전 9시)로 근무한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위치

신고전화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는 오후 2~8시. 심야엔 신고전화가 다소 적은 편이다. 통상 신고전화 1건당 통화시간은 30분가량이다. 하지만 성실하게 신고 내용을 경청하다 보면 1시간 넘게 걸리기도 일쑤다. 일대일 채팅 역시 1건당 30분을 잡아놨지만 정해진 시간을 곧잘 넘긴다.

117센터는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된다. 행정안전부가 학교폭력 피해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센터를 광역단위로 확대 설치하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 또한 117센터 운영의 내실을 기하는 차원에서 경찰 및 민간 인력도 증원할 계획이다.

현재 117센터가 위치한 곳은 공교롭게도 옛 치안본부의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 1987년 고(故) 박종철 열사가 경찰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곳이자, 그에 앞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사건으로 구속돼 생사를 넘나드는 모진 고문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경찰은 불행한 과거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2005년 7월 이곳을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만들었다. 한때 독재정권의 폭압을 상징하던 곳이 이젠 아동,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신고의 집결지로 180° 뒤바뀐 역사의 아이러니가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인권사각지대에서 인권보호지대로 거듭난 곳에 자리한 117센터. 117센터가 독버섯과도 같은 학교폭력을 추방하는 메카가 되길 기대하는 이는 비단 ‘아픈 10대’만이 아닐 것이다.

인터뷰 신영숙 117학교폭력신고센터장

“보복 겁내는 피해자 많아…신고해야 폭력 사라져”


“일진 짱이 때리고 위협” 117 전화는 불났다
117학교폭력신고센터(이하 117센터)의 총책임자는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신영숙 경감(사진)이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는 197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서울 성동경찰서 경무과 경리계 업무를 시작으로 강동·서초경찰서 같은 일선 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했다. 경찰청으로 옮긴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여성 및 청소년 관련 업무에 매진했으며, 117이 단일번호로 통합되기 훨씬 이전인 2009년 2월부터 117센터장을 맡아왔다. 신 경감은 이젠 사회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학교폭력 신고접수 업무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117센터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아 아쉽다. 각 학교나 비정부기구(NGO), 여성단체 등 관계기관은 비교적 잘 알지만, 일반인은 잘 모른다. 일반인에게도 117센터의 구실과 기능이 더 폭넓게 알려졌으면 한다.”

학교폭력 신고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피해 당사자는 겁에 질려 직접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복 등 일이 커질 것을 두려워해서다. 따라서 가족은 물론, 친구 등 주변 목격자가 적극적으로 폭력행위를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아무리 신고를 제때 하더라도 피해자 가족이 극구 반대하면 경찰은 수사를 임의적으로 할 수 없다. 게다가 상당수 피해자가 내성적인 성격, 비만 등으로 자신감을 잃은 상태여서 신고 문화의 변화가 더 절실하다고 본다.”

허위신고도 들어오나.

“117센터가 맞느냐며 궁금해하는 전화는 더러 걸려온다. 또 초등학생끼리 어울려 있으면서 ‘누가 저를 때렸어요’라고 신고했다가 곧 신고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업무가 바빠 개인적인 고충도 클 듯하다.

“117센터 업무는 신고접수에 그치지 않는다. 112 신고는 사건을 조사해 법대로 처리하면 되지만, 117센터의 경우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하는 사후관리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 때문에 집에 가서도 일 생각을 자꾸 하게 돼 개인생활을 챙기기 힘들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 같은 공무원은 절대 되지 않겠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나.”

117센터 직원 가운데 자녀가 학교폭력을 경험한 경우는 없나.

“직원 대부분이 중고교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해 고생한 직원이 한 명 있다. 아이들도 혼자 다녀선 안 된다. 피해 확인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부모나 친구, 지인들이 아이들 곁에 붙어다니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지름길은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반복해 살피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우려하는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피해를 당한 아이가 혼자 끙끙 앓으며 고민하지 않도록 아이 스스로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신고 자체가 바른 행위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유치원 시절부터 싹튼다. 폭력에 대한 죄의식을 느낄 계기를 접하지 못한 아이들은 중고교에 가서도 폭력을 행사한다. 모든 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줘야 한다.”




주간동아 826호 (p40~43)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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