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6

2012.02.27

말 많고 탈 많은 신한은행 인사

회사는 “탕평” 안팎에선 “정실” 누구 말이 맞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2-27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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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이하 신한지주)는 2월 23일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내정하는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이에 앞서 2월 3일에도 그룹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1월 26일에는 신한은행 정기인사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신한지주 측은 “한동우 회장이 평소 밝혀온 인사철학에 따라 인사 대상자의 경영 성과와 조직 내 여론 및 시장 평가를 두루 반영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측도 “이번 인사는 ‘화합형 탕평 인사”라고 평가했다. ‘신한은행 사태’ 이후 대기발령 상태에 있던 P본부장과 L센터장, S부지점장 등이 이번 인사 때 보직을 받았다는 점에서 ‘화합’과 ‘탕평’의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신한지주 안팎에서는 부행장 출신이 맡아온 자회사 CEO에 인사권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인물이 오래전 현업을 떠났음에도 발탁되고, 개인적인 문제로 좌천됐던 인물이 은행의 중요 보직에 오르는 등 정실인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9년 말 두 단계 특진했던 K본부장이 1년 임기 연장 없이 2년 만에 퇴진한 것은 ‘괘씸죄’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본부장은 2010년 9월 ‘신한은행 사태’가 한창이던 때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의 배임 의혹을 강조하던 이백순 당시 행장의 주장을 면전에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신한은행 고위직 가운데 구(舊)신한은행(이하 신한) 출신과 구조흥은행(이하 조흥) 출신 간 균형이 깨진 것도 눈에 띈다. 2006년 4월 통합 신한은행 출범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 이상 고위직은 신한과 조흥 출신이 반반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 이후 두 은행 출신의 비율은 7대 3(은행장과 감사 제외)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조흥 출신은 반발한다. 조흥 출신으로 본부장으로 퇴임한 한 인사는 “인위적 형평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배려조차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MB 정권 이후 고려대 출신 약진

    신한은행 인사에서는 특정 학맥의 비약적인 약진이 문제로 꼽힌다. 서진원 행장을 포함해 부행장 이상 고위직 12명 가운데 5명이 고려대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에서다.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전까지 부행장 이상 고위직에는 고려대 출신이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하나 둘 고려대 출신 고위 임원이 늘더니 이번 인사로 5명이 됐다. 고려대 출신이 약진한 시점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라는 점에서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한지주 측은 “업무 성과와 역량 평가에 따라 승진인사를 단행한 결과 고려대 출신이 많아졌을 뿐 외부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원래 고려대 출신 행원이 많아서 생긴 현상이라는 얘기도 있다.

    신한지주 자회사의 임직원 인사를 두고도 말이 나온다. 대대로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이 차지하던 신한금융투자 CEO에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강대석 사장을 발탁(현재 내정)한 것이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오래전에 그룹을 떠난 강 사장을 다시 불러들인 이유가 ‘한동우 회장과의 친소관계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은행업과 증권업은 업무 성격이 다르다. 증권업을 잘 이해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맡겨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끌어올리려는 한 회장의 의지를 반영해 발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한지주 측의 이 같은 해명은 뒤집어 해석하면 그동안 신한금융투자를 맡아온 부행장 출신의 전직 CEO들이 무능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러 명의 전직 CEO의 경영 능력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잘된 인사’라고 주장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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