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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단독확인 현대차 비자금사건 구명로비 03

“김동진 측에 현금 15억 원, 주식 80만 주 건넸다”

현대차 협력업체 서승모 대표 증언 “납품 대가 등으로 김동진 측이 먼저 요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김동진 측에 현금 15억 원, 주식 80만 주 건넸다”

서승모(53) 씨앤에스테크놀로지(이하 씨앤에스) 대표는 정보기술(IT) 1세대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반도체 연구원을 거쳐 1993년 반도체 설계·생산업체인 씨앤에스를 설립했다. 2000년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감사와 부회장을 지냈으며, 2005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이하 벤처기업연합회)를 만들어 회장직에 올랐다. 2009년에는 벤처기업협회장에 선출됐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기술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씨앤에스는 2004년 세계 최초로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칩 개발에 성공했다. 2010년 3월 김동진(62) 전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 총괄부회장이 이 회사 공동대표가 됐다. 서승모 대표는 최근 김동진 전 현대차 총괄부회장의 현대차 재직 시절 비위사실을 적은 고소장을 ‘주간동아’에 공개했다. 또 두 번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설명하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 전 부회장, 모든 건 채 회장과 상의하라고 했다”

▼ 채규철(62) 도민저축은행 회장, 김동진 전 부회장과는 어떻게 알았나.

“채 회장을 먼저 알았다. 1998~2000년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과 함께 벤처기업협회를 만들어 운영할 당시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는 안기부(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사조그룹 부회장을 지낸 채 회장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2001년경 채 회장을 통해 당시 현대차 사장이던 김 전 부회장을 만났다.”



▼ 자주 만났나.

“알게 된 이후 2~3개월에 한 번 골프를 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술을 마셨다. 현대차에 반도체칩 납품을 시작한 2004~2005년 이전에도 종종 김 전 부회장에게 용돈을 건네거나 양복을 선물하며 친분을 쌓았다.”

▼ 김 전 부회장에게 수십억 원대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다. 소장에 적힌 그대로다.” (상자 기사 참조)

▼ 소장은 언제, 어떻게 작성했나.

“지난해 9월 5일, 공동대표인 김 전 부회장이 나를 해임하려고 이사회를 소집했다. 그동안 내게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받아간 것도 모자라 내가 설립해 20년간 운영해온 회사를 빼앗으려 했다. 그런데 대표이사 해임사유라는 게 ‘자리를 자주 비워 결재판이 밀렸다’ ‘회의 중에 전화를 자주 받는다’ 따위였다. 임원 동의를 구해 회사 돈을 잠시 빌려 쓴 일이 있는데 그것도 횡령, 배임으로 문제 삼았다. 그때부터 김 전 부회장의 비위사실을 고발할 생각을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김 전 부회장의 비위사실을 문제 삼았다.”

“시도 때도 없이 채 회장이 돈 가져가”

▼ 김 전 부회장의 반응은 어땠나.

“욕설이 오갔다. 나도 흥분을 많이 했다. 하여간 대표이사 해임 건은 그날 통과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와 김 전 부회장의 관계는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이어지고 있다.”

▼ 고소장에는 김 전 부회장이 주로 채 회장을 통해 돈을 받아간 걸로 돼 있는데.

“채 회장은 늘 ‘내가 김동진 부회장의 집사다. 내가 김 부회장의 돈을 관리한다’고 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그 얘기를 했다. 지금 하나대투증권에 개설된 (채규철 씨 소유 기업인) 애드닷컴 명의 계좌에 씨앤에스 주식 65만 주가 있는데, 채 회장은 그게 모두 나에게 받아간 돈으로 사놓은 김 전 부회장의 것이라고 얘기했다. 주식이 늘어날 때마다 거의 중계방송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알렸다. 채 회장 말이 사실이라면, 김 전 부회장은 현대차 총괄부회장으로 있으면서 협력회사에서 받은 뒷돈으로 그 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한 셈이다. 현대차 처지에서는 일종의 배임행위다. 그런 건 못하게 돼 있다. 물론 65만 주나 사 모으려면 나에게 받아간 돈 말고도 다른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 전 부회장이 자기 월급으로 그 주식을 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납품액의 10%를 커미션으로 준다는 계약서도 채 회장 명의로 작성했나.

“그렇다. 그러나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그리고 이후에 김 전 부회장을 만나서 그것이 김 전 부회장의 뜻이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다. 김 전 부회장은 ‘내가 직위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으니 채 회장을 나라고 생각하면서 잘 상의해 처리해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우리 회사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어준다고 하면서 나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500억 원이나 준다고도 했다. 그리고 성사되면 그중 250억 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250억 원은 김 전 부회장과 채 회장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채 회장과 그런 논의를 할 때마다 전화통화 등으로 그것이 김 전 부회장의 뜻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여튼 김 전 부회장과 채 회장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

▼ 그럼 돈은 어떻게 전달했나. 납품이 있을 때마다 정확히 계산해서 넘겼나.

“아니다. 채 회장과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채 회장이 돈을 가져갔다. 그런데 납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한 번에 1만~2만 개였다. 1만 개라고 해봐야 커미션이 1000만 원인데, 채 회장은 그 몇 배를 받아 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납품 상황이나 이런 것을 김 전 부회장과 채 회장에게 이중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김동진은 공식라인, 채규철은 비선라인이었다. 채 회장은 늘 나에게 ‘내가 틀어버리면 너는 현대차에 더는 납품을 못 한다’고 말했다. 내게는 김 전 부회장보다 채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김 전 부회장은 만날 때마다 ‘채 회장과 상의해서 처리하라’고 했다.”

“김동진 측에 현금 15억 원, 주식 80만 주 건넸다”
▼ 돈은 모두 현금으로 줬나.

“거의 현금으로 줬다. 종종 급하다고 해서 계좌로 보낸 적도 있다(서 대표는 채 회장에게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보낸 증거로 통장사본을 ‘주간동아’에 공개했다). 계좌로 보낸 돈은 5억 원이 조금 넘는 것 같다. 주로 쇼핑백에 돈을 넣어서 줬다. ‘김 전 부회장의 아들 학비를 보낸다, 뭘 사 준다’면서 가져가기도 했다. 내가 준 돈의 일부를 채 회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상당액은 전달했을 것이다. 채 회장이 나에게 받아간 돈으로 사놓은 채 회장 측(애드닷컴) 명의 주식에 대해서 지난해 8월 김 전 부회장이 자기 재산이니까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소송을 냈다. 사실상 자기가 채 회장을 통해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채 회장이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구속(2011년 5월)된 직후인 지난해 8월, 김 전 부회장은 채 회장 소유의 주식(씨앤에스 주식 65만 주)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주식이 자기 소유라는 증거로 채 회장과 맺은 보관증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회장이 대주주 겸 회장으로 있는 씨큐어넷 재무담당 이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채 회장과 김 전 부회장 사이에서 이런 소송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지난해 채 회장이 구속된 후에야 알았다. 65만 주에 대한 보관증을 김 전 부회장이 가진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법인과 관련된 재산이 아니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7~8월경 김 전 부회장이 이 문제를 상의하려고 나와 함께 채 회장을 면회하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애드닷컴은 어떤 회사인가.

“100% 채 회장이 소유한 회사다.”

애드닷컴은 채 회장이 경기 파주시에 소유한 별장을 본점으로 둔 회사다. 채 회장 측 한 인사는 애드닷컴에 대해 “(채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씨큐어넷의 자회사라고 보면 된다. 페이퍼 컴퍼니는 아니고, 실제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건넨 돈도 많다고 들었다.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건넨 현금은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다. 떡값 정도, 용돈으로 건넨 것, 그동안 준 걸 모두 합하면 1억 원이 조금 넘을 것이다. 2008년쯤인가 채 회장 부탁으로 김 전 부회장 집에 1억 원 정도 하는 오디오를 사서 보낸 적이 있다. 김 전 부회장 집에 가서 그 오디오를 확인했다.”

지난해 9월 5일 열린 씨앤에스 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2007~2008년 추석연휴 때 서 대표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김 전 부회장은 “나중에 돌려주려고 했는데, 채 회장이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고 주장했다. 1억 원짜리 오디오에 대해서는 “채 회장에게 빌린 것이다. 그 돈을 서 대표가 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수년간 55억 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채 회장을 통해 김 전 부회장 측에 건넸다”는 서 대표의 주장에 대해 시종일관 “서 대표가 채 회장에게 사기를 당해 빼앗긴 것이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다”는 처지를 밝혔다.

▼ 채 회장을 통해 김 전 부회장 측에 씨앤에스 주식 80만 주를 넘긴 이유는 뭔가.

“2008년 4월경 김 전 부회장으로부터 ‘현대차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열사를 만들려 한다. 씨앤에스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식과 경영권 포기에 대해서는 대가를 주겠다고 했다. 김 전 부회장은 그때도 ‘자세한 건 채 회장과 상의하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500억 원을 주겠다. 그중 절반은 나와 김 부회장 몫’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일을 추진하려면 주식을 현대차로 넘겨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두 번에 걸쳐 50만 주, 30만 주를 채 회장 측에 넘겼다.”

▼ 그런 내용을 김 전 부회장에게도 직접 확인했나.

“했다. 채 회장과 얘기가 끝나면 김 전 부회장과 전화통화를 해서 이 모든 게 김 전 부회장 뜻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주식 30만 주를 채 회장 측에 넘긴 날(2009년 12월 21일) 김 전 부회장이 현대차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했다.”

▼ 김 전 부회장은 어떻게 씨앤에스 대표로 왔나.

“우리 회사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려면 자기가 대표를 맡는 게 좋겠다고 해서 2010년 초 대표로 선임해줬다. 그리고 내가 가진 주식도 김 전 부회장에게 100만 주를 넘겨 대주주로 만들어줬다. 그 외에도 주식을 많이 넘겼는데, 시가보다 싸게 넘긴 게 많다.”

▼ 작성해놓은 소장에는 김 전 부회장이 편취한 금액이 총 55억 원 정도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솔직히 그동안 납품 대가로 건넨 돈은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대차 계열사를 만들어준다면서 가져간 내 주식 80만 주는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

김동진 전 부회장, “사실과 다른 악의적 모함”

2005~2009년 납품 대가, 현대차의 지분투자 등을 이유로 총 55억 원의 금품을 받아갔다는 서 대표의 주장에 대한 김 전 부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주간동아’는 2월 8일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다음 날 오후 이메일을 통해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적인 모함”이라고 밝혔다. 또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기사화할 경우, 본인 및 씨앤에스는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승모 대표 주간동아에 고소장 공개

“김동진, 채규철 통해 수십억 대 차명 재산 관리…자본투자 성사 땐 프리미엄 나눠달라”


“김동진 측에 현금 15억 원, 주식 80만 주 건넸다”
서승모 대표가 고소장에서 폭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5년 초 김동진 전 부회장 측은 씨앤에스가 현대차에 반도체칩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로 납품가의 10%(개당 1달러)를 커미션으로 받아간다는 계약서를 요구했고, 2009년까지 약 15억 원의 현금을 나에게 받아갔다. 또 씨앤에스를 현대차 계열사로 만들어준다는 명목으로 내가 보유한 씨앤에스 주식 80만 주(시가 약 40억 원)를 무상으로 받아갔다. 이 과정에 2006년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 당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명을 위한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이 중간다리 구실을 했다. 채 회장은 김 전 부회장의 재산관리인이다. 채 회장은 나에게 받아간 돈으로 김 전 부회장 몫의 씨앤에스 주식을 사서 대신 관리해왔다.”서 대표가 주간동아와 두 차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공개한 문건은 총 5개다. 서 대표는 김 전 부회장을 상대로 한 고소장 외에도 대표이사였던 김 전 부회장의 비위사실에 대해 현대차의 연대책임을 묻는 고소장을 별도로 작성했다. “김 전 부회장에게 건넨 주식을 채 회장이 대신 관리해왔다”며 채 회장을 상대로 작성한 주식반환 소송용 자료와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김 전 부회장의 비위사실을 알리는 편지도 포함됐다. 서 대표는 “고소장 제출 시점은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납품액의 10% 커미션과 관련해 서 대표의 고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채 회장은 ‘마케팅비’라는 명목으로 매월 500만 원을 지급해줄 것과 씨앤에스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해줄 것, 반도체칩 납품액의 5%를 매월 지급해줄 것, 채 회장 본인을 씨앤에스 이사로 선임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김 전 부회장은 나에게 ‘내가 당신 회사의 반도체칩을 현대차에 납품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납품이 성사되면 당신 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니 나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이름으로는 곤란하니 채규철 이름으로 커미션 계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824호 (p18~21)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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