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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프다” 소리 없는 지구의 비명

앵그리 플래닛

“많이 아프다” 소리 없는 지구의 비명

“많이 아프다” 소리 없는 지구의 비명

레스터 브라운 지음/ 이한음 옮김/ 도요새/ 248쪽/ 1만5000원

지구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다는 것은 이제 빅뉴스가 아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시위로 옮겨가고 있다. 인간이 탐욕으로 경제위기를 불러 이의 해결이 시급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지구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0년 여름, 러시아에는 뜨거운 열기가 폭격처럼 쏟아졌다. 6월 말 모스크바를 휩쓴 이상 고온 현상은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매일 화재가 발생해 토지 수백만ha가 탔고, 주택 수천 채가 잿더미로 변했다.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치솟았다. 문제는 거대한 열기 폭탄이 곡창지대까지 덮쳤다는 점. 평상시 러시아 곡물 생산량은 연 1억t이지만, 이번 열기 폭탄 탓에 6000만t으로 줄었다. 세계 3위의 밀 수출국 러시아가 피해를 입자 세계 밀 가격은 두 달 만에 60%나 치솟았다.

월드워치연구소 설립자이자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온 저자는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성난 지구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면 인류 문명의 멸망은 시간문제”라고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모스크바 사례뿐 아니라, 2010년 7월 말 파키스탄 대홍수도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며칠 동안 쏟아진 폭우는 파키스탄의 5분의 1을 삼켰다. 2000여 명이 사망하고, 주택 200만 채가 무너졌으며, 가축과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파키스탄 역사 이래 가장 큰 자연재해였지만, 숨은 원인은 따로 있었다. 그해 5월 히말라야 산맥 서부의 눈과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폭우가 내리기 전 이미 인더스 강 수량이 늘어났고, 여기에 인더스 강 유역의 숲 90%가 사라져 빗물을 흡수할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던 것.

“파괴된 생태계는 물을 머금지 못한다. 여름 내내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쳐도 농사를 짓거나 우리가 마실 물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것이 빚어내는 끔찍한 결과는 다름 아닌 식량 부족이다. 세계 경제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지금, 지구 어느 한 곳에서의 피해는 곧바로 식량 위기를 초래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식량 거품(food bubble) 시대’를 산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오늘날 풍요는 물을 토대로 한 농업기술의 발달 덕인데, 점점 심각해지는 물 부족은 농업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과도하게 물을 퍼 올려서 억지로 생산을 늘려온 식량 거품은 곳곳에서 위험을 초래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높아진 해수면 때문에 생긴 환경 난민도 빼놓을 수 없다. 금세기 해수면은 최대 2m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면이 1m만 높아져도 많은 저지대 도시, 주요 삼각주, 벼를 재배하는 수백만 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곳은 태평양의 투발루, 키리바시, 마셜 군도, 인도양의 몰디브다. 이곳 주민은 벌써부터 짠물 유입으로 식수가 오염되고 작물을 재배하기조차 힘들어져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

그렇다면 지구를 살려낼 대안은 없을까. 저자는 네 가지 ‘플랜 B’를 제시한다. 첫째, 2020년까지 지구 탄소 배출량의 80%를 줄인다. 둘째, 2040년까지 세계 인구를 80억 명 수준에서 안정시킨다. 셋째, 빈곤을 퇴치한다. 넷째, 숲 토양과 어장을 복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네 가지 해법을 실천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연간 2000억 달러의 복구비용은 물론, 각국의 이해관계도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밥그릇이 비어가는 현실에서 기후문제는 내 이야기가 아닌 먼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지구의 비명은 소리 없이 커간다.



주간동아 2011.10.24 809호 (p74~74)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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