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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량의 게임으로 세상 바꾸기

섹스보다 짜릿하고 산해진미보다 맛있다

비디오게임

  •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image@sejong.ac.kr

섹스보다 짜릿하고 산해진미보다 맛있다

섹스보다 짜릿하고 산해진미보다 맛있다

비디오게임은 게이머가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우리는 기분을 전환하려고 노래방을 찾는다. 마치 가수가 된 듯 신나게 춤추고 노래한다. 노래가 끝나면 기계는 점수를 매긴다. 그렇지만 그 점수의 공정성을 따지는 사람은 없다.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칭찬을 듣거나 높은 점수를 받으면 우리는 다시 노래방을 찾는다.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게이머

노래방은 비디오게임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노래방에 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화면에 나오는 가사와 반주에 맞춰 부를 수 있다. 노래 부르는 행위만 투자하면 그 결과물이 점수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노래방에서의 노래는 가수가 아닌,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소유물 내지 저작물로 변신한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에는 경쟁적 요소도 포함된다. 점수가 다른 사람에 비해 높거나 낮을 때 환호 또는 낙담하는 것도 노래방 문화가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MBC ‘나는 가수다’도 이 같은 차이점을 인식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한다.

비디오게임도 오락물에 게이머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점수화하며, 승패감을 준다는 점에서 노래방과 유사하다. 비디오게임을 시작하면 누구든 구경꾼에서 벗어나 실제로 행동하는 배우나 선수 등 행동가로 변모할 수 있다.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는 프로세스는 네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비디오게임을 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준비하는 단계다. 게이머는 하드웨어를 마련한 뒤 게임 타이틀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거나, 타이틀을 구매해 개인용 컴퓨터(PC)나 콘솔에 설치해야 한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에는 PC, 텔레비전, 휴대전화 같은 휴대용 기기가 있으며 심지어 아케이드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어느 게이머나 예외 없이 이 과정을 거친다.

두 번째는 게임 타이틀을 준비한 뒤 하드웨어를 조작해 게임을 즐기는 단계다. 게이머가 마우스나 컨트롤러를 조작하면 모니터 속 캐릭터나 아바타는 게이머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한다. 컨트롤러 조작을 통해 전달한 게이머의 명령은 게임 디벨로퍼가 정해둔 원칙에 따라 수행되며 이는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명령 수행 방식도 디벨로퍼, 즉 게임 타이틀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모든 게임이 거의 표준화돼 게이머의 지적 투자를 최소화한다. 이때 모니터에 표현된 게임 결과는 게이머가 추가 가공한 것이다.

세 번째 단계가 되면 게이머는 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한다. 게임 결과는 게이머, 게임 캐릭터, 경쟁 게이머의 합작품이다. 게이머는 게임 개발업체가 내놓은 게임을 주어진 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추가 가공을 통해 자기 소유물이나 저작물로 창작한다. 즉 게이머는 감독, 각본, 주연 등 1인 다역을 통해 게임을 창작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게이머는 자신이 창작하거나 저작해 모니터에 표현된 게임 결과물에 자아 도취한다. 아바타의 표정, 동작, 그리고 말 한 마디에 공감하면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아바타가 승리할 경우 스스로 도파민을 분비해 행복을 느끼지만, 패배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분비하면서 힘들어한다. 이처럼 비디오게임은 게이머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로서의 특성도 갖는 유일무이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참을 수 없는 환상으로 강렬한 몰입

이 같은 치명적 유혹 때문에 비디오게임은 엔터테인먼트시장은 물론, 개인의 정보 처리 측면에서도 압도적 위치를 차지한다. 2010년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매출 규모가 음악이 69억 달러, 영화가 106억 달러인 반면, 비디오게임은 23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개인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정보량(2009년 기준 34GB) 가운데 최고는 비디오게임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한다. 비디오게임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비디오게임은 게이머의 창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포츠와 유사하다. 스타에 따라 스포츠 경기의 각본이 달라지듯 게이머에 따라 게임 각본이 다양하게 변한다. 업체가 1차로 비디오게임을 창작하지만, 게이머도 게임하는 과정에서 창작의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비디오게임은 게이머를 소극적인 구경꾼에서 벗어나 행동가로 변모시킨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제작자가 만들어낸 창작물의 캐릭터에 관객이나 시청자가 일방적으로 감정이입을 한다. 소비자는 제작자의 장단에 춤출 뿐이다. 반면 게임의 경우, 모니터에 나타나는 게이머의 창작물인 게임 결과물에 교감을 느낀다.

비디오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게이머의 몰입도를 높인다. 몰입이란 푹 빠지는 것, 완전한 집중을 의미한다. 게임은 다른 오락물과 달리 머리는 적게 쓰지만 계속 집중해야 한다. 강렬한 몰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게임을 하다 PC방에서 기력이 쇠진해 죽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비디오게임이 요구하는 몰입도는 섹스, 음식과 비견된다. 섹스는 체력 소진이 따르지만 그 쾌감 때문에 몰입도가 극단적으로 높다. 아주 허기질 때는 실제 음식이 아니라 텔레비전 속 음식만 봐도 강하게 식욕을 느낀다. 이때 이들의 정신은 음식이나 섹스에 집중하지만 머리를 많이 쓰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하는 동안 모든 정신을 집중하지만 머리를 많이 쓸 필요는 없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잘 아는 사람은 화면을 볼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화면에 비치는 가사와 곡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노래 부를 때보다 자신이 부를 때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그만큼 노래에 몰입했다는 증거다. 비디오게임을 하는 동안 게이머는 게임 캐릭터로 변신한다. 이처럼 비디오게임은 환상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최첨단 오락물이다.



주간동아 2011.07.25 797호 (p60~61)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image@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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