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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아메바식 분화는 나의 힘! 대기업이 사는 법 03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 “편법 대물림 억제 세제 개편 법안 최우선으로 처리”

  • 대담·윤영호 편집장 yyoungho@donga.com 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
재벌개혁론이 우리 사회 중심 이슈로 부상했다.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 재벌 개혁을 소리 높이 외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쳤던 집권 여당까지 앞장서는 것을 두고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재벌 때리기’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재벌 기업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 정치권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뒷다리만 잡는다는 불만이다.

과연 이번에는 재벌 개혁 논의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재벌 개혁을 외쳤지만 재벌의 탐욕을 멈추지 못했던 역대 정권의 사례처럼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려고 재벌개혁의 선봉장을 자임하는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7월 12일 국회 본관 정책위의장실에서 만났다.

이 의장은 “경제는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재벌 개혁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이해해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업종과 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상속 같은 부의 대물림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 미래 보고 공정한 게임 룰 만들 터”

▼ 한나라당에서조차 재벌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4·27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이반의 주요 원인은 양극화다. 경제성장의 따뜻한 온기를 서민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업종과 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상속 등을 차단해야 한다. 공정하지 못했던 부분을 공정한 게임 룰이 통용하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갑을관계’ 문제나 재벌의 편법 대물림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재벌 개혁을 외치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대기업이 좋은 성과를 올려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일부 대기업의 지나친 횡포로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당내 정책위의장 선거에 나서면서 정책 기조의 초점을 친서민, 양극화 완화에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추가 감세 철회를 내세웠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대기업이 과도하게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정성을 갖고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 올해 정기국회에서 다룰 재벌 개혁 관련 법안 중 우선적으로 처리할 내용은 무엇인가.

“편법 대물림을 억제하는 세제 개편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 밖에 대학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도 합리화할 것이다. 빈곤아동과 결식아동을 위한 지원책 마련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입법을 통해 차별을 시정하고 비정규직 확산을 방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 기업들은 비정규직 확산 방지가 경쟁력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할 텐데….

“비정규직 문제는 접점이 중요하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는 비정규직을 남용한다는 점이다. 사내하청 등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늘려가는 것이 문제다. 공정사회와 경제 정의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안다. 문제는 ‘해법’이 아니라 ‘의지’아닌가.

“의지가 중요하다.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놔도 운영 주체가 (제도를) 준수하지 않고 피해 가려고만 하면 입법 효과가 클 수 없다.”

▼ 역대 정부에서 재벌 개혁이 실패한 원인이 뭐라고 보나.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정책이 미흡한 측면도 있고 법을 준수하겠다는 기업들의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번에는 정부도 전임 총리를 대통령 직속 동반성장위원장에 임명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권도 보조를 맞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이 재벌 개혁에 저항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대기업의 공헌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이 이제 막 올라오려는 사람이 오르지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 달라’고 말이다.”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
▼ 추가 감세 철회에 대해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방송토론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얘기했는데….

“추가 감세 문제를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번의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다수 의원이 추가 감세 철회에 공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추가 감세를 대체할 보완책도 마련하는 중이다. 법인세 조세감면제도 정비와 고용창출에 대한 세액 공제도 검토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과세 표준 2억 원 초과 100억 원 이하에 대한 세율은 20%로, 100억 원 초과는 22%로 조정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현행 법은 내년부터 과세표준 2억 원 초과분의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22%에서 20%로 낮추도록 규정), 이런 절충안도 검토 중이다. 당 기획재정위에서 검토가 끝나면 야당과도 협상할 생각이다.”

▼ 최근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를 두고 ‘좌클릭’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 성장과 안보라는 기조 속에서 정책을 추진한다. ‘나가수’(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 성공 비결을 떠올리면 된다. 옛날 노래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현대적 감각에 맞게 편곡을 잘했기 때문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원래 기조는 유지하되 어려운 계층의 호소를 받아들여 편곡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동반성장과 어려운 계층을 보살피는 정책으로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 정책 기조다. 청와대와 정부도 이해한다. 그리고 복지를 강조한다고 해서 꼭 좌파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좌클릭이라는 얘기에 동의할 수 없다.”

▼ 추가 감세 철회 등 최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정책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약과 비교하면 옆길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감세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의 상징과도 같다. MB정부 들어 감세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국민 대부분이 감세혜택을 받았다. 남은 것은 소득세의 경우 최고 소득 구간에 대한 인하와 법인세 2%포인트 추가 인하 부분이다. 감세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잠시 유보하자는 것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를 극복하려고 재정 지출을 늘렸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기에서 조기에 벗어났지만 재정건전성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생겼다. 여기에 정부는 글로벌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4·27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서민이 체감할 만큼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금리가 오르고 물가도 올라 서민 생활을 압박한다. 어려운 서민의 현실을 살피면서 물 흐르듯 정책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MB노믹스의 기조였던 감세를 통한 성장은 거의 실현했다.”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

정부와 한나라당은 6월30일 국회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확장 등에 대한 대응책을 주제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양극화 해소가 정책 기조, 좌클릭 아니다”

▼ 감세정책은 세율을 낮추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서민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서민이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감세정책 자체의 전제가 틀렸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텐데, 내가 보기에 감세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는지는 전문가가 판단할 문제다. 그렇지만 감세정책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 경제상황이 썩 좋지 않으니 최고 소득 구간에 대해 감세를 유보했다가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감세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현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탈출했다고 하지만 결국 막대한 재정 지출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격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가 부채가 점차 느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조금씩 감소하는 방향으로 간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지켜보면서 경각심을 갖고 연쇄 여파를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재정 지출을 좀 더 줄일 필요가 있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유럽처럼 국민의 세금 부담률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감세정책을 펴도 세수가 느는 추세다. 그렇지만 반값 등록금 등 모든 것을 수용하려면 증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정책에 무한 책임을 지는 여당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정책을 편다. 재정을 압박하는 수준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같은 무상시리즈는 재원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정책이다. 한나라당은 책임 있는 집권당으로 재원 대책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제시한다.”



주간동아 797호 (p20~22)

대담·윤영호 편집장 yyoungho@donga.com 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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