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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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올림픽 준비하는 평창 정치적 카드는 아니다”

평창 유치 실무 책임자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7-25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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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자 올림픽 준비하는 평창 정치적 카드는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알릴 좋은 기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이 중진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했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은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 대회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줄 또 한 번의 기회다.

    세 번의 도전 끝에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까지 각 분야에서 애쓴 공로자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정부 실무 책임자로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한체육회와 강원도 등 여러 기관의 힘을 한데 모아 실무적으로 뒷받침한 사람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박선규 제2차관이다.

    박 차관은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상대로 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계 미국인 스키 선수 토비도슨이 나설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져 토비도슨은 IOC 위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7월 15일 박 차관을 집무실에서 만나 동계올림픽 유치 후일담과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정부 차원의 준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한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공을 세운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박 차관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숨은 노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뜻밖에도 “문광부 유인촌 전 장관과 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관광부 김종민 장관, 그리고 올해 초까지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지사의 공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 꾸리고 특별법 제정 추진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차관 취임) 10개월 만에 대한민국의 숙원이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감격을 맛봤으니까요. 그렇지만 앞서 유치를 추진해온 분들의 노력과 헌신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분들의 공도 큽니다.”

    그는 두 번의 동계올림픽 도전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가 유치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63표 득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였습니다. IOC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니까요. 두 번의 유치 과정에서 쌓은 토대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임계점까지 왔다가 끓는점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넘어선 거죠.”

    박 차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그가 밝힌 유치 성공 비결은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 △치밀한 전략 △관련 기관의 일치단결한 협업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전력투구로 요약할 수 있다.

    차관 취임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무 책임을 맡아온 그는 유치전에 나선 여러 기관이 따로 국밥처럼 제각기 활동하는 것을 막으려고 가장 먼저 헤드쿼터 모임을 정례화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차관에 취임한 후 9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와 한국올림픽위원회(KOC), 강원도 등의 실무진으로 구성한 실무점검회의를 매월 개최했습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조양호 유치위원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와도 한 달에 두 번 조찬모임을 가졌죠. 보름 동안 각 단체에서 활동한 결과를 모두 꺼내놓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전략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조찬모임이 정례화한 후로는 조직을 훨씬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습니다.”

    치밀하게 유치전을 전개한 우리 정부는 표결 전부터 유치 성공을 예상했다고 한다.

    “표결을 하루 앞두고 IOC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이 IOC 위원들과 사진을 찍고 악수하느라 행사장에 들어서는 데 한참이 걸렸죠. ‘분위기가 좋구나’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렇지만 ‘1차 투표에서 끝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습니다.”

    경제 효과 극대화 방안 장기적인 모색

    “흑자 올림픽 준비하는 평창 정치적 카드는 아니다”

    7월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한국계 스키 스타 토비도슨(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환호하고 있다.

    그는 유치전 막바지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도착해 IOC 위원들 설득에 나선 이 대통령의 노력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대통령의 공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표결이 있기 전 닷새 동안 IOC 위원을 50명 이상 만났습니다. 단둘이 마주앉아 이 대통령이 직접 평창 유치 당위성을 설명한 IOC 위원이 26명이나 되죠. 전화로 접촉한 위원도 32명입니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IOC 위원을 설득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서 있다. 박 차관은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지원특별법’도 제정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무엇보다 관계 기관 간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국가의 행정 및 재정적 지원과 대회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환경올림픽’을 지향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친환경적 요소를 가미할 계획이다. 신축 경기장은 친환경 건설 인증을 획득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상태다. 박 차관은 “올림픽 유치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흑자 올림픽을 위해 다양하게 준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부터 올림픽을 준비하더라도 7년 후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해 장기 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회 종료 이후 경기장 활용 방안까지 검토해 경기장을 건설하겠습니다. 올림픽과 관광, 쇼핑, 문화를 어떻게 연계할지도 검토 중입니다.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정부는 최근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상륙한 케이팝(K-pop) 열기와 평창 동계올림픽을 연계한 홍보 계획도 마련해놓았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해외 거점지역을 정해 국가별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예술을 망라한 ‘한국 문화예술 한마당’을 개최할 생각입니다.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도 함께 홍보할 예정이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 공동 개최 주장이 나왔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하자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그는 “스포츠가 평화를 구축하는 데 좋은 수단임에는 분명하지만,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IOC 측에 모든 경기장에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콤팩트한 경기 시설 배치를 약속했다”며 “남북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를 논의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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