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3

2011.06.27

유종근式 자녀교육법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6-27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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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빵공장 회장으로 변신한 유종근 전 전북지사를 만났습니다(관련기사 36~37쪽). 공장을 둘러보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 어린아이가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유 전 지사의 늦둥이 아들이었습니다. 유 전 지사는 2002년 1월 쉰일곱의 나이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10년 가까운 시간, 강산만 변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는 훌쩍 커 있었습니다.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학교에 보내지 않고 내가 직접 가르친다”는 유 전 지사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로서는 집에서 홀로 학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학습 커리큘럼을 짜고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낼지 생각만 해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 전 지사 부자(父子)는 이미 부자 교습(父子敎習)에 제법 익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아홉 살 난 아이가 보던 책은 대학을 졸업한 저에게도 부담스러운 ‘영어 수학책’이었습니다. 유 전 지사가 미국 럿거스대 교수로 있을 때, 미국 대학생에게 가르쳤던 ‘경제 수학’ 교과서라고 합니다. 유 전 지사의 늦둥이 아들은 이 책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로 된 책을 술술 읽게 하려고 지난해에는 아이에게 신약성경 마태복음 5~7장을 통째로 암기하도록 했답니다. 외국어를 이해하려면 기초가 되는 문장을 암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는군요. 마태복음 암기 이후 아이는 영어책을 읽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화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는 이제 아버지보다 화학 실력이 더 낫다고 합니다.

    유 전 지사는 “좋은 학교를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유종근式 자녀교육법
    유종근식 자녀교육이 성공해 늦둥이 아들이 보란 듯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영어공부에 왕도가 없듯 자녀교육에도 왕도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몇 살이 되면 뭘 시작해야 한다느니, 이제는 뭘 시켜야 한다느니 하며 자신의 강박관념을 자녀에게 주입하는 데 혈안이 돼 자기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극히 일부 극성스러운 부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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