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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아릿하고 쿰쿰해야 진짜 감자 음식이지

썩은 감자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아릿하고 쿰쿰해야 진짜 감자 음식이지

아릿하고 쿰쿰해야 진짜 감자 음식이지

조금 삭힌 감자옹심이. 감자 특유의 냄새가 없다.

예전엔 강원도에 가야 먹을 수 있던 감자떡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팔린다. 웬만한 시장 좌판에도 있고 분식집에도 있다. 그런데 그 감자떡 맛이 요상하다. 쫀득하면서 약간 서걱거리는 식감이 있었는데 요즘의 그 감자떡은 고무 씹는 것처럼 질기다. 공장에서 제조한 감자 전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피오카 전분을 섞기도 한다. 엄격히 말하면 감자떡 비슷한 전분떡이다.

(여기서 잠깐, 쌀떡 문제도 언급해보자. 쌀떡도 쌀로 한 것보다 쌀가루로 한 떡이 더 많다. 쌀이 남아돌자 저가의 쌀을 분말로 만드는 회사가 번창하는데, 이들이 쌀가루를 떡가게에 팔고 있다. 이 쌀가루 떡은 질기다. 폭신한 느낌도 없고 쌀의 구수한 향도 없다. 분말을 내면서 무엇을 첨가하는지 무척 달고 짜다. 쌀떡 비슷한 쌀가루떡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북한에 갔을 때 김일성과 개인적으로 여러 번 만났다고 한다. 황석영의 글에 따르면 김일성의 입담이 대단했던 것 같다. 남한의 황구라와 북한의 김구라가 만났으니 서로 영웅담이 오갔을 것이다. 그 만남의 자리에서 김일성은 감자 이야기를 꺼냈다. 감자 음식은 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빨치산 시절 민가에서 얻어먹던 그 언 감자 음식을 추억했던 것이다. 김일성에게 언 감자는 혁명을 상징하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는 옌변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많다. 그 식당의 주요 음식 중 하나가 감자만두로, 감자를 갈아 만든 피로 빚은 만두다. 그 속에는 채소도 들고 돼지고기도 들었다. 그들이 맛있다 여기는 것은 언 감자로 빚은 감자만두다. 언 감자로 빚어 색깔이 거무스레하다. 언 감자 음식은 강원도에도 있었다. 언 감자를 떡으로 빚고 그 안에 팥소를 넣어 언감자송편이라 했다. 옌변의 언감자만두나 강원도의 언감자송편이나 같은 음식이라 해도 과히 틀리지 않다.

감자는 흔히 썩혀야 맛있다고 말한다. 언 감자란 곧 썩은 감자다. 이런 감자를 갈아서 음식을 하면 거무스레한 색에 아릿하고 쿰쿰한 냄새가 난다. 이 묘한 냄새가 없으면 감자는 그냥 찐득한 식감만 있고 아무 맛이 없다. 언 감자가 없어도 이 향을 보탤 수 있다. 감자를 갈아서 삭히면 된다. 상온에 두면 갈아놓은 감자는 서서히 갈변을 하면서 아릿하고 쿰쿰한 냄새가 진해진다. 오래 삭힐수록 색은 짙어지고 냄새는 진해진다.



강원도에는 감자 전분이 아닌, 감자를 직접 갈아 음식을 만드는 식당들이 여전히 있다.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한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 감자전, 감자옹심이, 감자떡 등이 그런 음식이다. 그런데 요즘 강원도 감자 음식이 바뀌었다. 감자를 갈아 만들기는 하나 감자를 간 즉시 요리를 해 하얀색을 내는, 감자의 아릿한 향을 죽인 음식이 나온다. 감자 전분으로 만든 음식보다야 식감이 낫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없으니 이걸 왜 먹나 싶다. 식감만 살릴 것이면 감자 전분에 여러 채소를 채쳐서 함께 반죽해 음식을 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는 강원도 식당에서 감자를 갓 갈아 만든 하얀 감자떡과 감자전, 감자옹심이를 먹으면서 강원도 토박이로 보이는 식당 주인에게 감자를 왜 삭히지 않는지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돌아오는 답은 ‘요즘 손님은 삭힌 감자의 향과 때깔을 알지 못해요’ 하고 잘라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790호 (p60~60)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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